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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담긴 세상84

[이소영의 우리 지역 우리 식물] 구례, 우리 각자의 산수유 5년 전 우리나라에서 열린 국제 학회에서 남미 식물 연구자를 만났다. 그는 학회에 참여한 연구자들에게 자신의 연구 대상인 식물을 소개했고, 그 식물 중에는 우리가 흔히 재배하는 몬스테라도 있었다. 그가 내 기억에 유난히 오래 남는 것은 몬스테라를 가리켜 ‘내 집만 한 거대한 크기의 식물’이라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동료들은 그의 말에 놀랐다. 그저 온실에서 보거나 문헌을 통해 아는 정보로 몬스테라 크기를 가늠할 뿐 자생지에서의 모습을 실제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몬스테라는 화분에 심어지는 크기 2미터가 넘지 않는 식물이다. 하나의 식물을 두고도 우리는 각자의 경험에 따라 서로 다른 풍경과 이미지를 떠올린다.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를 떠올릴 때, 누군가는 흰 꽃을, 또 누군가는 분홍.. 2022. 3. 20.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옛날 국수 공장을 가다 예전에 어느 오래된 국수 공장을 간 적이 있었다. 치렁치렁한 국숫발을 햇볕에 내다 말리는 광경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 주었다. 주인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누가 요새 이런 국수 사 먹나요. 마트에 가면 싼 국수가 널렸는데.” 낡은 기계였다. 어린 시절에는 국수 가게가 동네마다 여럿 있었다. 아마도 경쟁도 했을 것이다. 어느 국수 가게가 더 맛있는지, 더 싼지 놓고. 이제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가게다. 주인이 낡은 철물로 된 기계를 돌려서 밀가루 반죽을 해서 기계에 걸었다. 해소 기침하듯, 기계는 쿨럭이며 돌아갔다. “기계 부속을 구할 수 없어서 직접 깎아 만들거나 한다우. 이제 다 된 기계지.” 공장은 불량이 없어야 하고 생산성이 높아야 한다. 생산성 면에서 이런 가게는 할 말이 없다... 2022. 3. 13.
이덕일의 ‘역사의 창’-다음 대통령의 역사관 필자가 꼽는 다음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역사관이다. 사실 이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지도자라면 자국 역사에 대한 뚜렷한 인식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 서거 후 TV 카메라가 연희동 사저 안의 서재를 비춘 적이 있었다. 그때 서재 벽면에 필자 등이 쓴 ‘고조선은 대륙의 지도자였다’라는 책에서 부록으로 제공한 고조선 강역지도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 역사의 첫 뿌리부터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확신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가야사 복원을 국정 주요 과제로 내세웠고, 무려 1조 2천억여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중이다. 당초 문 대통령이 가야사 복원을 피력했을 때.. 2022. 1. 9.
[서효인의 소설처럼]북해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찾다 -우다영 장편소설 ‘북해에서’ 인간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리스 비극에서부터 저잣거리의 마당놀이까지,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여러 사람을 홀려왔다. 많은 사람들은 재미있는 이야기의 홀림에 기꺼이 빠져들었다. 최초의 이야기는 아마 말 그대로 이야기였을 것이다. 입에서 귀로, 귀에서 생각으로, 그 생각이 다시 입으로 전달되는 이야기를 우리는 구전(口傳)이라고 부른다. 문자를 쓰기 시작하고 인쇄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야기는 이제 글로 남겨진다. 그러나 문자는 상당 시간 종교적·사회적인 쓸모로 복무하였다. 그저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글자가 사용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아는 ‘소설’이라는 장르는 근대 문화의 소산으로서, 소위 부르주아나 즐길 수 있는 소일거리였다. 소설의 시대 이후 얼마 있지 .. 2022.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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