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담긴 세상84 [고규홍의 나무생각] 나무의 생존 전략에 담긴 단풍과 낙엽의 비밀 가을비 내리고 시나브로 나무에 가을빛이 뚜렷이 올라온다. 노란색에서 빨간색이나 갈색에 이르기까지 나무마다 제가끔 서로 다른 빛깔로 달라질 태세다. 단풍이다. 단풍의 ‘단’(丹)은 붉은 색을 뜻하는 글자이다. 하지만 우리는 노랗게 변한 은행나무 잎도, 갈색으로 물든 도토리나무 잎도 모두 ‘단풍 들었다’고 말한다. 원래 글자 뜻과 달리 단풍은 가을에 바뀌는 모든 빛깔을 말한다. 나무에게 단풍은 겨울 채비의 첫 순서다. 단풍이 드는 것은 나무의 모든 생애에서 가장 치열한 생존 활동이다. 에멜무지로(대충) 가을을 보낸다면 엄동의 북풍한설을 견디지 못하고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겨울의 긴 휴식을 위해서 나무가 준비해야 할 일은 하고하다. 바람에 가을 기미가 느껴질 즈음부터 나무는 잎과 가지를 잇는 물의.. 2021. 10. 4.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소갈비는 못 먹어도 ‘고갈비’는 먹어야지 청년기에 누가 ‘고갈비’를 사 준다고 해서 크게 기대를 하고 갔다가 실망한 적이 있다. 이삼십 년 전쯤 술자리에서 흔하게 보던 생선. 아시겠지만, 고갈비는 그냥 고등어구이를 달리 이르는 말이다. 도시의 포장마차나 민속주점, 학사주점 같은 허름한 술집에서는 흔하게 고갈비를 팔았다. 평범한 고등어구이를 내고 안주값을 받자니 머쓱했던지, 주인은 꼭 빨간 소스를 뿌려 냈다. 그래서 서울에선 고갈비 하면 양념을 끼얹은 고등어 정도를 의미했다. 고등어는 오랫동안 제일 흔한 생선이었다. 고등어가 귀하고 맛이 좋아서 고등(高等)어라는 얘기는 전혀 근거가 없다. ‘자산어보’에는 푸른빛이 있다 하여 벽문어(碧紋魚)라고 기록되어 있고, ‘동국여지승람’에 고도어(古刀魚)라는 호칭이 나온다. 아마 이게 고등어로 발음이 변했을 .. 2021. 9. 26. [고규홍의 나무생각] 나무 심는 마음으로 나라를 일으키다 이 땅에 새 나라를 일으키겠다는 마음을 다진 이성계(李成桂, 1335~1408, 재위 1392∼1398)는 하늘을 바라보며 나무를 심었다. 20대의 청년 이성계는 홍건적의 침입을 물리치고 개경을 탈환하는 위업을 비롯해 왕실의 안정을 도모하며 승승장구했다. 무예가 뛰어난 그는 특히 활 솜씨가 뛰어나 ‘신궁’(神弓)이라는 칭호를 얻으며, 역사상 최강의 공격형 장수로 이름을 떨쳤다. 운이 다한 고려를 뒤엎을 꿈을 꾸던 세력들은 자연히 이성계 주변에 모여들었다. 그러나 인맥뿐만 아니라 경제력 또한 만만치 않았던 이성계는 귀족 출신이 아닌 데다 변방 세력이었다. 그가 기존의 세력을 뒤엎고 새 나라를 일으킨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생명까지 내던져야 할 만큼 위험한 도전이었다. 고민은 깊었다. 이성계는 조선 팔.. 2021. 9. 4.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중국집이 변하고 있다 광주와 전남에는 오래된 중국집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화상(華商)이라고 붙여 놓고 장사하는 중국집은 이제 손에 꼽을 정도다. 1883년, 임오군란을 수습하는 와중에 청나라 군대가 인천항에 도착했다. 이때 같이 온 40여 명의 상인이 화교의 시초인데, 그 후 이들 중 얼마나 한국에 남아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중요한 건 군대와 함께 상인이 왔다는 사실이다. 청나라가 한반도를 중요한 장사의 무대로 보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화교는 처음에는 주로 무역과 도소매업에 종사했는데, 점차 음식업에도 진출했다.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도 맞았던 모양이다. 원래 이국(異國)의 음식은 어느 곳에서나 사랑받는다. 꼭 맛을 떠나서 색다른 언어·인종·문화를 접할 수 있는 작은 세계가 식당이기 때문이다. 중국집이 이.. 2021. 8. 27. 이전 1 ··· 6 7 8 9 10 11 12 ··· 21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