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담긴 세상84 [고규홍의 나무생각] 벽오동과 함께 대나무를 심은 뜻은 벽오동은 이름만 봐서는 ‘오동나무’와 가까운 식물처럼 생각되지만, 식물학적으로는 오동나무와 친연(親緣) 관계가 없는 나무다. 오동나무가 현삼과에 속하는 식물인 것과 달리 벽오동은 그와는 전혀 다른 벽오동과의 나무다. 하지만 벽오동 잎이 우리나라의 나무 가운데 잎 한 장의 크기가 가장 큰 나무인 오동나무 잎을 닮았다는 사실이 옛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던 모양이다. 벽오동이나 오동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나무 가운데 잎이 가장 큰 나무다. 잎 한 장의 길이나 너비 모두 25센티미터쯤까지 자란다. 어른 손바닥은 물론이고, 얼굴까지 가릴 만큼 크다는 점에서 두 나무의 잎은 비슷하다. 그러나 오동나무와 벽오동은 꽃과 열매가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차이는 줄기 껍질의 빛깔에 있다. 오동나무의 줄기는 암갈색.. 2021. 7. 11. [이덕일의 ‘역사의 창’] 역사왜곡방지법이 불편한 사람들 지난 5월 13일 김용민 의원 등 12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역사왜곡방지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공연히 3·1운동, 4·19민주화운동, 일본 제국주의의 폭력적 지배 또는 그 치하의 폭력·학살·인권유린 및 이에 저항한 독립운동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거나 이에 동조하거나 찬양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위반 시 최대 10년 이하 징역이나 2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한다. 한데 역사 적폐 청산을 주장하는 시민들의 예상처럼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사연구회, 한국고고학회,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 등 역사 관련 21개 학회 등이 법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망언하거나 전범 기업 미쓰비시의 돈을 받는 하버드대 램지어가 일본군 집단 성폭행 피해자들을 ‘매.. 2021. 6. 24. [서효인의 ‘소설처럼’] 우리는 신이 아니지만 -구병모 ‘바늘과 가죽의 시’ 이제 초등학생이 된 둘째 아이에게는 심각한 고민이 하나 있다. 늙지 않고 살 수는 없느냐는 것이다. 왜 늙지 않아야 하냐고 물어보면 늙고, 늙고, 또 늙으면 죽으니까 늙으면 안 된다고 한다. 죽으면 할머니도, 엄마도, 아빠도 세상에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면서 상상만 해도 슬프다는 듯 풀이 죽어 말한다. 인류가 동물과는 구별되는 사고(思考)의 능력을 갖춤과 동시에 품었을 이 거대한 질문에 딱히 대답할 말이 없어 그저 그런 걸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을 돌릴 뿐인데, 아이는 아이디어를 하나 제시한다. 올 추석에 소원을 빌면 된단다. 모두가 죽지 않게 해 달라고. 그리고 누구도 태어나지 않게 해 달라고.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죽는 사람이 없는데 태어나는 사람이 없으면 이.. 2021. 6. 18. [광일춘추 - 장석주 시인]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앙리 루소의 ‘잠든 집시’(1897)란 그림을 좋아한다. 화면 오른쪽 상단 푸르스름한 밤의 창공에 하얀 달이 떠 있다. 지평선 아래 갈색의 대지에는 집시가 악기를 옆에 둔 채로 곤하게 잠들어 있다. 잠든 집시에게 수사자 한 마리가 다가온다. 이 기이한 환각 같은 집시의 꿈을 묘사한 단순한 구도의 그림에 내 무의식은 자극을 받는다. “비가 개인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김광섭, ‘비 개인 여름 아침’) 이 맑고 깨끗한 여름 아침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꿈이 아닐까? 꽃 피고 새 울며, 못 속에 금붕어가 노니는 이 평화로운 아침에 맞는 오늘이 우리가 꾸는 긴 꿈 중 일부가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에 빠진다. 우리는 자는 동안 .. 2021. 6. 13.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21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