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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담긴 세상

[이덕일의 ‘역사의 창’] 역사왜곡방지법이 불편한 사람들

by 광주일보 2021.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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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3일 김용민 의원 등 12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역사왜곡방지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공연히 3·1운동, 4·19민주화운동, 일본 제국주의의 폭력적 지배 또는 그 치하의 폭력·학살·인권유린 및 이에 저항한 독립운동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거나 이에 동조하거나 찬양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위반 시 최대 10년 이하 징역이나 2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한다.

한데 역사 적폐 청산을 주장하는 시민들의 예상처럼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사연구회, 한국고고학회,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 등 역사 관련 21개 학회 등이 법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망언하거나 전범 기업 미쓰비시의 돈을 받는 하버드대 램지어가 일본군 집단 성폭행 피해자들을 ‘매춘부’라고 망언했을 때도 침묵을 지키던 학자들이 일제 식민통치 찬양 방지법에는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일제강점기는 빼앗긴 강토를 되찾기 위한 영토 전쟁 시기이자 역사관을 다툰 역사 전쟁 시기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2대 대통령 백암 박은식,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단재 신채호 선생 등은 모두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였다. 1945년 8·15 광복으로 영토 전쟁은 대략 끝났지만 역사 전쟁은 아직도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이 나라의 수많은 대학 중 박은식·이상룡·신채호 선생의 역사관을 가르치는 역사학과는 한 곳도 없다.

 

반면 조선총독부 직속의 조선사편수회에서 일본인 상전(上典)들의 사랑을 받으며 민족사를 난도질했던 친일 반민족행위자 이병도, 신석호의 역사관은 이 나라 모든 대학 사학과를 지배하고 있다. 진단학회에서 편찬한 ‘역사가의 유향’이라는 책이 있다. ‘두계 이병도 선생 추념 문집’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이 나라 유수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들이 친일 반민족 행위자 이병도를 향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낯 뜨거운 찬사들을 늘어놓았다. 국사학계(?)의 태두라는 이병도는 식민사학자 쓰다 소키치(津田左右吉)와 이케우치 히로시(池內宏)의 사랑을 받았다고 자랑하면서 ‘일본인이지만 매우 존경할 만한 인격자’(‘광장’, 1982. 4)라고 극찬했다.

‘고려사’ ‘지리지’나 ‘태종·세종실록’ ‘세종실록지리지’ 등은 고려·조선의 북방 강역을 두만강 북쪽 700리의 공험진 선춘령이라고 말하고 있다. 조선 후기 미수 허목도 ‘변새’에서 “공험진은…두만강 이북 700리 지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병도가 존경한다는 이케우치 등은 반도사관에 입각해 공험진을 1700여 리 남쪽의 함경남도 함흥 일대라고 끌어내렸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교과서는 물론 현재 사용하는 검정교과서는 모두 이 식민사학자의 설을 추종 중이다. 대한민국 국사편찬위원회가 아니라 조선총독부 학무국에서 편찬한 교과서라면 명실이 상부하다.

역사왜곡방지법은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진실한 역사를 위한 심리위원회’를 설치해 대통령, 국회의장, 국사편찬위원회가 각각 3명씩 추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데 이처럼 친일반민족 교과서 편찬을 주도한 국사편찬위원회에 3명의 추천권을 준다는 것은 법의 정신과 정면에서 배치되는 것이자 아직도 실상을 제대로 모르는 것이다. 해방 후 친일사학자들은 ‘식민사학’이란 이름표를 ‘실증사학’으로 바꿔 달고 서론에서는 ‘식민사학을 극복했다’고 자찬하고 본론에서는 식민사학을 되풀이하는 이중적 행태로 사회를 속여 오다가 ‘역사왜곡방지법’이 발의되자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역사 적폐 청산을 외쳤던 촛불 시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역사 적폐 세력들과 한 몸이 되어 역사를 퇴보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제 오랜만에 어느 정도 촛불 정신에 부합하는 법안이 나왔다. 얼마 전 홍익인간 정신을 지우려던 교육기본법을 발의해서 물의를 일으켰던 민형배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니 다행이다. 우리 사회 좌우 곳곳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친일 카르텔이 각종 방해에 나서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된다. 역사 적폐 청산에 정권은 물론 나라와 민족의 미래가 걸려 있음을 인식하고 임해야 할 것이다.

<순천향대학교 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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