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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담긴 세상84

흙으로 돌아가는 우리는 땅과 연결되어 있다 임의진 시인의 광주 속살 순례기 ‘언저리와 변두리’ 시즌 2 각화동 농산물 시장 화통 삶는 소리 새벽 시장통부터 다음날 해장국집 문 닫을 때까지 동문대로 지킨 30년 세월 땀으로 거둔 농산물들이 모이고 식물시장·꽃시장도 열리고 음식으로, 반려식물로 함께 살아가 강진에 살 때, 그땐 어머니가 살아 계셔서 배추를 절이고 교인들이랑 목사관에서 김장도 하고 그랬다. 한번은 해남 살던, 지금은 고인이 된 김태정 시인이 미황사 언저리를 드나들었는데, 인연 되어 가끔 친구들과 내 집을 오갔다. 어머니가 차려준 김장 반찬으로 저녁을 같이 먹던 날, 마침 그녀는 첫시집을 여름에 펴내고서 늦게서야 한 권 들고 인사차 온 길. 시집에 담긴 시 ‘배추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 “아침 일찍 다듬고 썰어서 소금을 뿌려놓은 배추가.. 2023. 11. 10.
[서효인의 ‘소설처럼’] 솔직하고 유려하기 -임지은 산문집 ‘헤아림의 조각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에세이는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을 뜻한다. 여기서 일정한 형식은 아마도 시나 소설, 희곡이라는 장르의 문법을 이르는 말일 터다. 즉 에세이는 장르라는 외피를 던지고, 작가의 느낌이나 체험을 쓰는 글이다. 하나 느낌이나 체험을 쓰는 글이라는 말로 에세이를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거의 모든 글은 각자의 느낌이나 체험이 재료가 되니까. 일기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글도, 노트 구석의 낙서마저도 그렇다. 그것들 모두를 에세이라 부르게 주저함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에세이에는 위의 글과는 다른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만 할 것 같다. 그 특별함은 솔직함과 유려함의 균형에서 비롯될 것.. 2023. 6. 17.
[이소영의 ‘우리지역 우리식물’] 숲에서 만나는 고양이의 눈 ‘영광의 괭이눈’ 식물 세밀화를 그릴 때에 지켜야 하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나무의 경우 3년지까지 그려야 하고, 식물의 전체 모습에는 꽃이나 열매 같은 생식기관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림 속 식물은 실제 크기보다 같거나 커야 한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식물종의 특징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정도라면 확대율은 기록자의 자유다. 내가 그동안 그려온 식물 중 크기가 가장 작은 종은 애기괭이눈이었다. 지상부 높이 5센티도 되지 않는 이들을 세로 30센티 이상의 종이에 확대해 그리기 위해 나는 더욱 세밀히 관찰해야 했다. 나는 3월 중순이면 괭이눈속을 만나기 위해 작업실 근처 숲 개울가 근처를 서성인다. 이들은 크기가 매우 작아 땅에 얼굴을 가까이 두지 않으면 찾을 수 없다. 사진과 그림으로만 괭이눈을 봐온 .. 2023. 4. 15.
[서효인의 ‘소설처럼’] 버릇 고치기 프로젝트 -밤코 ‘배고픈 늑대가 사냥하는 방법’ 속담이 대체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은 의심할 수 없는 진리다. 그래서 둘째 손가락에 생긴 거스러미가 못내 신경 쓰이는 것이다. 저거, 앞니로 물어뜯은 것 같은데, 한번 물어뜯으면 계속 물어뜯게 되는데, 삐죽 솟은 거스러미가 불편해서 또 물고, 그걸 물어서 거스러미는 더 생기고… 그래서 마흔이 되어서도 거스러미를 입에 대고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왜 이렇게 잘 아냐고?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부끄럽게도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 아홉 살이나 열 살부터였을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악질적이었던 폭력 선생이 담임이었는데, 그때 생겼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다닐 때 여섯 명의 담임선생님이 있었는데, 그 선생의 이름만 기억에 남았다. 손톱도 그 기억의 질감을 닮아 내내 .. 2023.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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