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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담긴 세상84

[이소영의 ‘우리지역 우리식물’] 지금 당신 발밑의 제비꽃 지구에는 다양한 키의 식물이 살아간다. 바닥에 붙어 나는 괭이밥부터 그보다 조금 큰 꽃마리와 꽃다지, 민들레, 개나리, 상수리나무 그리고 10미터 이상의 수고를 가진 전나무와 거삼나무까지. 이 식물들을 기록하기 위해 나는 가만히 서서 개체를 내려다 보기도 하지만 땅에 붙어난 개체를 따라 몸을 뉘기도, 나보다 부쩍 큰 나무를 기록하기 위해 사다리를 오르기도 한다. 무언가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대상과 같은 높이에 시선을 두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려다보거나 올려다보는 감각만으로는 대상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식물 앞에서 무릎을 꿇고 몸을 굽힌 채 관찰하고 있으면 근처를 지나던 사람들은 내가 특별한 식물이라도 발견한 줄 아는지 내 곁으로 조심스레 다가와서 묻는다. “뭐 대단한 거 있어요?” 내가 관찰하.. 2023. 3. 18.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복어탕의 비결 복어는 오래 전부터 먹던 우리 바다의 생선이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기수 지역을 지나 강으로 역류해서 올라오기도 했다. 서울 한강의 유명한 복어가 바로 황복이다. 이 복어는 서해안에서도 많이 보인다. 강경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복어가 유명했다. 아주 비싸고 맛이 좋다. 문제는 복어 다루기다. 알다시피 복어는 맹독을 품고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복어 조리 기능사 제도를 두어 시험을 치러 자격을 부여한다. 조리 기능사 시험 중에 합격률이 제일 낮다. 사람 목숨을 다루는 일이라 그렇다. 어렸을 때 동네에 있는 일식집 중에 기술이 좋은 집들은 복어를 했다. 한식집도 파는 집이 꽤 많았다. 무슨 자격이 있지는 않았을 것이고, 선배에게 기술을 전수받아 조리했겠다. 그 식당에 복어가 들어오면, 동네 아이들이 가서 .. 2023. 1. 24.
[이소영의 ‘우리지역 우리식물]’ 변산반도의 아네모네, 변산바람꽃 어딘가로 여행을 갈 때면 나는 늘 식물이 있을 만한 장소를 찾아다닌다. 식물을 공부한 후로 자연스레 그렇게 되어 버렸다. 파리에서 요리 공부를 하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났을 때도 그랬다. 유럽은 식물 연구를 오래 해 온 데다 문화도 발달하여 아무리 도심일지라도 식물과 관련된 장소가 많다. 파리 주변의 식물원과 수목원, 공원, 개인 정원, 자연사박물관 그리고 자연과학 서적을 판매하는 책방 등을 두루 돌아다니다가 더 이상 갈 만한 식물 장소가 없어지자 나는 모네의 수련 연작을 보기 위해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향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미술관을 헤매는 내 발길을 멈추게 하는 작품이 있었는데, 그것은 앙리 마티스의 것이었다. 그의 그림 속 어느 방 테이블 위에는 몇 송이의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꽃을.. 2023. 1. 22.
[이소영의 ‘우리지역 우리식물’] 똥나무에서 돈나무가 되기까지 최근 부쩍 주변 사람들에게 식물 재배 방법과 식물 장소를 추천해 달라는 문의를 자주 받는다. 그만큼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퇴근길 꽃 가게에서 꽃을 사고, 화분 놓을 장식장과 식물 조명을 구입할 정도로 식물을 가까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전체 화훼 소비량의 80% 이상은 축하·행사용 꽃 소비가 차지한다. 결혼식이나 입학식, 졸업식과 같은 행사와 어버이날, 스승의 날과 같은 기념일 그리고 개업식, 집들이 선물을 위해 우리는 식물을 산다. 나의 부모님은 평소 내가 원예학도인 것을 잊은 듯하면서도 지인의 개업식이나 집들이를 위해 위해 화분 선물할 때에 꼭 내게 “너 원예학과니까 화분 좀 주문해 봐”라고 하신다. 그러면 나는 핸드폰으로 주변 화훼 농장과 상점을.. 2022.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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