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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담긴 세상

[이소영의 ‘우리지역 우리식물’] 숲에서 만나는 고양이의 눈 ‘영광의 괭이눈’

by 광주일보 2023.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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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세밀화를 그릴 때에 지켜야 하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나무의 경우 3년지까지 그려야 하고, 식물의 전체 모습에는 꽃이나 열매 같은 생식기관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림 속 식물은 실제 크기보다 같거나 커야 한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식물종의 특징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정도라면 확대율은 기록자의 자유다.

내가 그동안 그려온 식물 중 크기가 가장 작은 종은 애기괭이눈이었다. 지상부 높이 5센티도 되지 않는 이들을 세로 30센티 이상의 종이에 확대해 그리기 위해 나는 더욱 세밀히 관찰해야 했다.

나는 3월 중순이면 괭이눈속을 만나기 위해 작업실 근처 숲 개울가 근처를 서성인다. 이들은 크기가 매우 작아 땅에 얼굴을 가까이 두지 않으면 찾을 수 없다. 사진과 그림으로만 괭이눈을 봐온 사람들은 이들의 실제 모습을 보고 하나같이 놀라는데 그 이유는 생각보다 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이들 꽃은 지름 0.5센티가 넘지 않는다. 초봄 개울 바위 근처에서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이고 헤매는 사람이 있다면 괭이눈을 찾고 있을 확률이 크다.

이른 봄 숲의 식물들이 잎을 틔우기 전 괭이눈속 식물들은 꽃을 피운다. 괭이눈은 범의귀과 괭이눈속의 식물을 총칭한다. 이맘때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나는 괭이눈속 식물 사이에서 고민할 것이다. 그리고 왜 이들이 좋으냐 묻는다면 이름부터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답할 것이다. 꽃이 고양이의 눈을 닮아 고양이 눈에서 괭이눈이 되어버린 식물. 이들은 이름만큼 삶의 형태도 매력적이다.

우리는 흔히 꽃의 구조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꽃잎이나 꽃받침, 화피가 아름다울 때에 비로소 꽃이 아름답다 느낀다. 하지만 괭이눈의 꽃받침 조각은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꽃 내부가 더 눈에 띈다. 노란 고양이 눈 안에 들어 있는 금빛 수술은 애니메이션의 반짝이는 눈동자 디테일처럼 빛난다.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꽃 크기도 작고 화려하지 않고, 향기도 나지 않는 이 식물은 어떻게 매개 동물을 불러들여 수분을 하는 걸까? 괭이눈은 꽃 주변의 잎을 노란색으로 바꿔 꽃을 더 커 보이게 한다. 꽃에서부터 잎으로 이어지는 연노랑 그라데이션 때문에 꽃 주변 잎이 꽃의 연장선처럼 보인다. 이것이 괭이눈이 동물의 이목을 사로잡는 방법이다. 그리고 노란 잎은 해야 할 일(수분)을 마치면 원래의 녹색으로 돌아온다.

우리나라에는 가지괭이눈, 잎이 마주나는 누른괭이눈, 줄기에 흰 털이 있는 흰털괭이눈 그리고 꽃의 크기가 아기처럼 작은 애기괭이눈, 꽃받침 조각이 뒤로 젖혀지는 산괭이눈, 포엽이 샛노랗게 물드는 천마괭이눈 등이 분포한다. 크기가 작아서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잎이 나는 모양, 털의 유무, 수술의 개수 등이 모두 다르다.

나는 괭이눈속 중 대표종인 괭이눈을 만난 적이 없다. 이들은 1913년 식물학자 나카이다케노신 의해 한라산에 분포한다고 보고된 후 우리나라에서 실제 자생지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2018년 영광에서 괭이눈의 자생지가 발견되었다. 괭이눈은 수술이 네 개이며 몸 전체에 털이 없다고 한다.

괭이눈속 식물의 특별함은 이들의 작은 크기로부터 비롯되었다. 식물의 작은 크기는 매개 동물을 유혹하기도 어렵고 동물에게 쉽게 밟힐 수도 있는 불리한 조건이지만, 괭이눈은 잎의 색을 꽃 색으로 변화시켜 단점을 스스로 극복했다.

이제 괭이눈속 식물들의 꽃이 지면 열매가 맺을 것이다. 오목한 접시 형태의 열매 안에는 작은 씨앗들이 고이 담겨 있을 것이고, 비가 내리거나 개울의 물이 튀면 물방울은 열매 접시에 떨어져 씨앗은 멀리 튕겨 나갈 것이다. 물론 모든 씨앗이 멀리까지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 열매가 썩으면 차마 튕겨 나가지 못한 씨앗은 땅에 똑 떨어져 고이 묻힐 것이다. 그렇게 괭이눈은 다음 해 또 다음 해에 우리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물론 무척 작디 작아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만 나타날 고양이의 눈일 테지만 말이다.

<식물 세밀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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