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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이 대체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은 의심할 수 없는 진리다. 그래서 둘째 손가락에 생긴 거스러미가 못내 신경 쓰이는 것이다. 저거, 앞니로 물어뜯은 것 같은데, 한번 물어뜯으면 계속 물어뜯게 되는데, 삐죽 솟은 거스러미가 불편해서 또 물고, 그걸 물어서 거스러미는 더 생기고… 그래서 마흔이 되어서도 거스러미를 입에 대고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왜 이렇게 잘 아냐고?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부끄럽게도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 아홉 살이나 열 살부터였을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악질적이었던 폭력 선생이 담임이었는데, 그때 생겼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다닐 때 여섯 명의 담임선생님이 있었는데, 그 선생의 이름만 기억에 남았다. 손톱도 그 기억의 질감을 닮아 내내 거칠거칠하다. 둘째와 나는 서로의 버릇을 힐난한다. 같은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며 아이는 손톱을 뜯는 나를 지적하고 나는 손가락을 무는 아이를 나무란다. 이렇게 우리의 습관은 바로잡힐 수 있을까? 아쉽게도 우리 둘 다 이미 세 살을 넘겼다. 아직 여든은 아니고.
근래 문제가 되는 습관은 다른 데 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현대인이 스마트폰 중독인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지만, 그중에서도 유튜브 쇼츠에 빠져 버린 것은 손톱 뜯는 것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다. 아이 또한 스마트폰을 손에서 잘 못 내려놓고 유튜브로 슈퍼마리오 공략 같은 걸 보는 편인데, 이건 아직 습관이라 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엄마의 준엄한 명령이면 그만하는 척이라도 하니까. 하지만 그 명령을 내리는 나의 아내도 스마트폰을 종일 만지작거리는 건 마찬가지다. 아이보다 어른의 중독이 더 문제인 것이다.
‘배고픈 늑대가 사냥하는 방법’(밤코 글/그림)은 이런 우리 가족 모두의 필독서가 될 법하다. 이제 늑대는 인간을 사냥할 때 거추장스럽게 인간으로 변장하지 않아도 된다. 인간들은 모조리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거리를 걷기 때문에 목 좋은 곳을 골라 누워 입만 벌리고 있으면 인간이 저절로 입안에 들어온다. 와이파이 신호로 보이는 ‘인간 유인기’만 있으면 인간은 거기가 늑대의 내장이더라도 제 발로 들어간다. 이 과정은 라이브 광고 영상으로 늑대들에게 송출된다. 도시에는 입을 벌린 늑대와 늑대에게 먹힌 피해자가 속출하지만, 사람들은 늑대 출몰을 알리는 재난 문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간 유인기(와이파이)를 따라 늑대의 이빨 사이를 걷는다.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의 눈은 눈동자가 없다. 모두 거북목이 되어 조그마한 액정에 시선을 둘 뿐이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들을 쉽게 먹어 버리는 늑대의 신종 사냥법은 우화가 분명하지만,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은 현실 그 자체다. 이 글을 쓰면서도 몇 번이나 손은 책상 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는지 모른다. 그림책이 현실이었다면 나는 늑대에게 첫 먹잇감이었을 것이다. 아니, 늑대가 없더라도 이건 문제가 있다. 아이에게 스마트폰 그만하라고 말할 명분도 없을뿐더러, 생각과 사고가 점점 짧아지고 있음을 여실히 느낀다. 짧은 영상처럼 생각하고 거기에 달린 댓글처럼 반응한다. 그렇게 사는 게 늑대 내장에 들어간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가족끼리 간단한 룰을 정했다. 집에 오면 스마트폰을 내려놓기. 거실 테이블에 올려놓고 신호가 오는 문자나 전화에 답만 하고 다시 내려놓기. 검색할 게 있으면 테이블 앞으로 가 서서 하고 다시 내려놓기. 둘째는 너무 하고 싶을 때 따로 부탁할 테니 30분만 시간을 달라고 한다. 알았다고 하니 그럼 한 시간은 안 되냐고 다시 묻는다. 아니 이런 협상가가 다 있나… 아내가 나서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규칙이 적용된 하루가 시작되었는데, 손가락이 떨린다. 중요한 연락을 놓칠 것만 같은 불안에 시달린다. 눈알을 굴리며 이 규칙을 깨뜨릴 생각에 골몰한다. 과연 이 버릇도 여든까지 갈는지. 우리는 실패할 것인지, 예측이 어렵다. 아니 쉽다. 그런 생각에 애석한 눈으로 테이블만 쳐다보다 아이와 아내 모두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이윽고 우리는 일어나…. 집에서 스마트폰 놓기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속담도 있다. 첫술에 배부르랴. 그래, 일단 조금씩 시작해 보기로 한다. <시인>
부끄럽게도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 아홉 살이나 열 살부터였을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악질적이었던 폭력 선생이 담임이었는데, 그때 생겼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다닐 때 여섯 명의 담임선생님이 있었는데, 그 선생의 이름만 기억에 남았다. 손톱도 그 기억의 질감을 닮아 내내 거칠거칠하다. 둘째와 나는 서로의 버릇을 힐난한다. 같은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며 아이는 손톱을 뜯는 나를 지적하고 나는 손가락을 무는 아이를 나무란다. 이렇게 우리의 습관은 바로잡힐 수 있을까? 아쉽게도 우리 둘 다 이미 세 살을 넘겼다. 아직 여든은 아니고.
근래 문제가 되는 습관은 다른 데 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현대인이 스마트폰 중독인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지만, 그중에서도 유튜브 쇼츠에 빠져 버린 것은 손톱 뜯는 것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다. 아이 또한 스마트폰을 손에서 잘 못 내려놓고 유튜브로 슈퍼마리오 공략 같은 걸 보는 편인데, 이건 아직 습관이라 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엄마의 준엄한 명령이면 그만하는 척이라도 하니까. 하지만 그 명령을 내리는 나의 아내도 스마트폰을 종일 만지작거리는 건 마찬가지다. 아이보다 어른의 중독이 더 문제인 것이다.
‘배고픈 늑대가 사냥하는 방법’(밤코 글/그림)은 이런 우리 가족 모두의 필독서가 될 법하다. 이제 늑대는 인간을 사냥할 때 거추장스럽게 인간으로 변장하지 않아도 된다. 인간들은 모조리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거리를 걷기 때문에 목 좋은 곳을 골라 누워 입만 벌리고 있으면 인간이 저절로 입안에 들어온다. 와이파이 신호로 보이는 ‘인간 유인기’만 있으면 인간은 거기가 늑대의 내장이더라도 제 발로 들어간다. 이 과정은 라이브 광고 영상으로 늑대들에게 송출된다. 도시에는 입을 벌린 늑대와 늑대에게 먹힌 피해자가 속출하지만, 사람들은 늑대 출몰을 알리는 재난 문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간 유인기(와이파이)를 따라 늑대의 이빨 사이를 걷는다.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의 눈은 눈동자가 없다. 모두 거북목이 되어 조그마한 액정에 시선을 둘 뿐이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들을 쉽게 먹어 버리는 늑대의 신종 사냥법은 우화가 분명하지만,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은 현실 그 자체다. 이 글을 쓰면서도 몇 번이나 손은 책상 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는지 모른다. 그림책이 현실이었다면 나는 늑대에게 첫 먹잇감이었을 것이다. 아니, 늑대가 없더라도 이건 문제가 있다. 아이에게 스마트폰 그만하라고 말할 명분도 없을뿐더러, 생각과 사고가 점점 짧아지고 있음을 여실히 느낀다. 짧은 영상처럼 생각하고 거기에 달린 댓글처럼 반응한다. 그렇게 사는 게 늑대 내장에 들어간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가족끼리 간단한 룰을 정했다. 집에 오면 스마트폰을 내려놓기. 거실 테이블에 올려놓고 신호가 오는 문자나 전화에 답만 하고 다시 내려놓기. 검색할 게 있으면 테이블 앞으로 가 서서 하고 다시 내려놓기. 둘째는 너무 하고 싶을 때 따로 부탁할 테니 30분만 시간을 달라고 한다. 알았다고 하니 그럼 한 시간은 안 되냐고 다시 묻는다. 아니 이런 협상가가 다 있나… 아내가 나서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규칙이 적용된 하루가 시작되었는데, 손가락이 떨린다. 중요한 연락을 놓칠 것만 같은 불안에 시달린다. 눈알을 굴리며 이 규칙을 깨뜨릴 생각에 골몰한다. 과연 이 버릇도 여든까지 갈는지. 우리는 실패할 것인지, 예측이 어렵다. 아니 쉽다. 그런 생각에 애석한 눈으로 테이블만 쳐다보다 아이와 아내 모두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이윽고 우리는 일어나…. 집에서 스마트폰 놓기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속담도 있다. 첫술에 배부르랴. 그래, 일단 조금씩 시작해 보기로 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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