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에 담긴 세상84

[이소영의 ‘우리지역 우리식물’] 강진, 정약용 선생의 정원과 동백나무 지난여름 경기도 남양주시청이 보낸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메일에는 함께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시청 직원분들은 내게 다산 정약용 선생의 이야기를 꺼냈다. 선생의 고향이 남양주라며 선생이 자연을 바라보며 쓴 시 ‘다산화사 20수’에 등장하는 식물을 그려 달라고 했다. 정약용 선생의 고향이 내가 사는 지역이라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가 식물을 특별히 좋아했으며, 식물에 관한 시까지 썼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 평소 실학자로서의 선생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다산화사’ 속 식물을 그리게 되었다. 시청 직원분들이 내게 건넨 종이에는 한자와 한글로 풀이된 시 전문이 적혀 있었다. 그림을 그리기 전 내가 할 일은 한자의 식물이 정확히 어.. 2021. 12. 26.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삼겹살은 왜 지역성이 없는가 우리 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작품 ‘북간도’를 쓴 안수길(1911~1977) 선생은 실제로 일제강점기에 만주에서 살았다. 그 시절 경험을 토대로 쓴 것이 ‘북간도’를 비롯한 여러 소설이다. 우리 민족의 북간도 이주는 일제강점기 타의에 의한 성격이 강했다. 조선시대 초기 이후로 사실상 국경이 정해지면서 만주는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활동 무대로부터 멀어졌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농민들은 물론 다수의 상인과 여러 직업인들이 만주를 거쳐 갔다. 일제가 세운 괴뢰정권 ‘만주국’은 결국 붕괴되었지만, 만주는 당시 우리 민족과 여러 의미로 깊은 관계를 맺게 되었다. 당시 만주에 남은 많은 동포들이 1949년 중국 공산정권이 수립된 이후에도 살아왔고, 이들이 근래 40년 정도 이어진 한-중 교류사의 주인공인 조선족으로 등.. 2021. 12. 19.
젊은이와 친구가 되는 방법-신계숙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2년 만에 대면강의가 시작되었다. 2년 학교에 다니고 졸업하는 학생들은 학교에 나온 날이 열 번 남짓밖에 안 된다. 꽃 피는 춘삼월에 입학식을 하고 학과별로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축제를 하는 등, 사람들이 통과의례를 치르듯 대학에서 행하는 모든 과정이 통으로 생략된 채 졸업을 하게 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2년 동안 학생들을 기다려 온 나는 설레고 흥분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학생들도 마스크를 쓰고 중무장을 하여 얼굴을 모두 가렸으나 학교에 왔다는 기쁜 표정은 가려지지 않는다. 친구 사귈 틈도 없었을 것이므로 출석을 부르면서 우리 반에 이런 친구가 있다고 소개해 주었더니 서로 박수로 환영한다. 서먹서먹했던 분위기도 금세 화기애애하게 바뀌는 순간이다. 강의를 먼저 해야 할까 반갑다는 인사를 먼저 해야 할.. 2021. 11. 21.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비빔밥을 다시 본다 익산에 갔다. 호남의 관문, 한때 번성했던 상업도시. 고속열차 정차 역으로 지역 교통의 중핵이 된 곳이기도 하다. 명물 음식은 많고 많지만 황등비빔밥을 뺄 수 없다. 육회를 얹는 독특한 맛이 전국적 인기를 얻고 있으니 말이다. 서울에선 오랫동안 비빔밥 문화가 있었다. 60년대 언론 기사를 보면, 비빔밥을 메뉴로 내는 식당이 많았다. 내가 직장생활 시작하던 90년대도 대중식사로 비빔밥은 아주 흔했다. 온갖 외래 메뉴와 창작 메뉴, 각 지역 음식의 각축장이 된 최근의 서울에서는 비빔밥이 왜소해졌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먹기 힘들다. 몇 가지 나물과 계란, 공장제 고추장과 참기름이면 한 그릇 뚝딱하던 시중 비빔밥이 고전 중이다. 비빔밥은 매우 한국적인 음식이다. 아시아권에서도 비빔밥은 독보적이다. 중국 문.. 2021. 11. 20.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