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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담긴 세상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삼겹살은 왜 지역성이 없는가

by 광주일보 2021.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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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작품 ‘북간도’를 쓴 안수길(1911~1977) 선생은 실제로 일제강점기에 만주에서 살았다. 그 시절 경험을 토대로 쓴 것이 ‘북간도’를 비롯한 여러 소설이다. 우리 민족의 북간도 이주는 일제강점기 타의에 의한 성격이 강했다. 조선시대 초기 이후로 사실상 국경이 정해지면서 만주는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활동 무대로부터 멀어졌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농민들은 물론 다수의 상인과 여러 직업인들이 만주를 거쳐 갔다. 일제가 세운 괴뢰정권 ‘만주국’은 결국 붕괴되었지만, 만주는 당시 우리 민족과 여러 의미로 깊은 관계를 맺게 되었다. 당시 만주에 남은 많은 동포들이 1949년 중국 공산정권이 수립된 이후에도 살아왔고, 이들이 근래 40년 정도 이어진 한-중 교류사의 주인공인 조선족으로 등장하게 된다.

민족사에서 이것은 아마도 큰 족적을 남기게 될 것인데, 결국 안수길 시절의 만주시대를 소환하게 된다. 선생의 소설 중에 ‘북간도’는 1950년대 말 서울에서 씌어졌다. 반면 초기 단편들은 선생이 일하던 만주 현지에서 집필된 작품이다. 그중에 ‘목축기’가 있다. 주인공 찬호는 만주에서 농장 일을 한다. 주로 돼지를 중심으로 농장을 키워 나간다.

그는 논산에서 몇 시간이고 고생하면서 새끼돼지들을 사서 기차로 싣고 온다. 만주는 당시에 너른 농토에서 돼지를 기를 수 있는 부산물이 꽤 많이 나왔던 모양이다. 전분을 뽑고 난 감자 찌끼, 콩깻묵 등이 풍부해서 돼지의 먹이를 조달하기 어렵지 않았다. 이미 그 시기에 근대적 축산이 이식되고 있었던 것을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다.

공교롭게도 소설 속의 돼지농장에는 우리가 흔히 흑돼지라고 부르는 두 종의 돼지가 나온다. 재래종과 버크셔다. 재래종은 성격이 괄괄하고 병에 강하며 고기 맛이 차진 대신 가둬 기르기 어렵다. 소설에서도 성격이 드센 재래 돼지로 인해 애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돼지호열자(돼지콜레라) 등으로 예방주사를 놓아야 하는 장면에서, 버크셔만 온순하게 잘 버틴다는 묘사가 나온다. 논산에서 주인공 찬호가 사가지고 온 종이다.

버크셔는 원래 유럽 원산으로 선교사들의 활약과 근대 축산 도입 시기의 계획으로 일제강점기를 전후하여 조선에 들어왔다. 버크셔는 완전히 흑돼지는 아니며, 목둘레와 다리 등에 흰 띠가 여섯 군데 둘러져 있다. 그래서 ‘육백이’이라는 애칭이 있다. 버크셔는 한국에 도입되어 지리산과 제주 등에서 기르면서 재래종과 혼종되었다. 그래서 지리산 흑돼지며 제주 흑돼지의 상당수 혈통이 버크셔일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한데 버크셔는 우리나라 주력 돼지로 통상 한돈의 핵심이 된 ‘분홍색 돼지’ 또는 ‘백돼지’의 종축 계획에서 제외되었다. 요크셔, 랜드레이스, 듀록의 조합이 표준적인 한국 양산 돼지의 혈통이다. 병에 강한 형질을 갖고 있고 다산성인 듀록은 감칠맛이 있어서 선택된 종이다. 요크셔와 렌드레이스는 살빛이 희거나 분홍색을 띤다. 듀록은 살짝 갈색에 가깝다. 한국 돼지의 색깔은 이 세 종의 돼지 털색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어서 밝고 환한 편이다.

버크셔는 그럼 그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일부는 앞서 밝힌 대로 재래종과 합쳐져서 ‘토종’ 돼지로 혼동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버크셔는 육질이 좋고 기름 맛이 뛰어나다. 다만 앞의 다른 돼지들에 비해 번식력이나 성장성에서 떨어져 단독 생산이 드물다. 버크셔만 순종으로 따로 구해서 먹기가 어려운 것이 그런 이유다. 어떤 육종 회사에서 기존 품종에 버크셔를 섞어서 까만 반점의 피부를 가진 돼지를 만들어냈는데, 이를 한국에서는 ‘얼룩돼지’라고 한다. 일반 표준 돼지에 비해 고기 맛이 더 뛰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은 세계 삼겹살의 진공흡입기다. 소비량은 크게 느는데 생산량은 못 따라가기 때문이다. 일인당 1990년에 11.8㎏, 2020년에는 25㎏ 이상을 기록했다. 자급률이 절반이 안 되며, 세계 삼겹살의 절반 가까이를 우리가 먹어 치운다고 한다. 근대적 양돈업이 발달하고 특히 미국에서 돼지 사료가 많이 들어오면서 우리 돼지 생산과 소비가 크게 늘어난 것이 1980년대다. 우리들의 삼겹살 추억이나 돼지갈비 기억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처럼 돼지 소비는 드는데, 국내 지역별 돼지의 특성은 거의 구별이 되지 않는다. 제주도 정도만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사료가 비슷한데 뭐가 다르겠냐고 하지만 제주도도 역시 비슷한 사료를 먹는다. 소는 ‘횡성 소’니, ‘장흥 소’니, ‘소백산 소’니 하여 특성을 따지고 지리적표시까지 나왔다. 우리가 이러는 중에, 수입 돼지인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는 시중 고깃집까지 침투하고 개성을 맘껏 발휘하고 있다. 우리도 우리 지역별로 다르게 생산되는 돼지(혈통은 중요하지 않다) 맛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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