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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담긴 세상

젊은이와 친구가 되는 방법-신계숙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by 광주일보 2021.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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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대면강의가 시작되었다. 2년 학교에 다니고 졸업하는 학생들은 학교에 나온 날이 열 번 남짓밖에 안 된다. 꽃 피는 춘삼월에 입학식을 하고 학과별로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축제를 하는 등, 사람들이 통과의례를 치르듯 대학에서 행하는 모든 과정이 통으로 생략된 채 졸업을 하게 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2년 동안 학생들을 기다려 온 나는 설레고 흥분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학생들도 마스크를 쓰고 중무장을 하여 얼굴을 모두 가렸으나 학교에 왔다는 기쁜 표정은 가려지지 않는다. 친구 사귈 틈도 없었을 것이므로 출석을 부르면서 우리 반에 이런 친구가 있다고 소개해 주었더니 서로 박수로 환영한다. 서먹서먹했던 분위기도 금세 화기애애하게 바뀌는 순간이다. 강의를 먼저 해야 할까 반갑다는 인사를 먼저 해야 할까. 늘 하는 일이었는데도 갑자기 두서가 없어진다. 잠시 숨을 고르고 젊은이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는 것에 시간을 할애하자. 이 일을 하려면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할 때 기쁘고, 무엇을 할 때 시간이 가는 줄 몰랐는지 찾아야 한다. 그것이 취미가 되고 특기가 되고 직업이 되면 이상적이다. 왜냐하면 평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업은 내가 즐거운 일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몰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경제적인 문제까지 해결 될 수 있다.

둘째,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어떤 길이든지 열심히 매진하고 몰두해 보자. ‘맹자’(孟子)의 ‘고자 상’(告子 上)에서 학생들에게 주고 싶은 귀한 구절을 발견하였다. 혁추라는 사람은 바둑의 고수다. 혁추가 두 학생에게 바둑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한 학생은 바둑을 잘 배우기 위해 전심으로 바둑에만 전념하였다. 또 다른 한 학생은 바둑을 배우면서도 날아가는 새를 무엇으로 잡으면 잘 잡힐까를 궁리하였다. 그 두 사람이 이룬 결과는 어떠하였을까. 나의 모든 에너지를 한 곳에 쏟아 뜻한 바에 이르게 하는 ‘전심치지’(專心致志)의 마음을 갖는다면 못 이룰 일이 없을 것이다.

셋째, 내 마음 안에 중심을 잡아 보자. 춘추전국시대 어느 연나라 사람이 조나라에 가면 걸음걸이가 너무 멋진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소리를 듣고 조나라로 향하였다. 그곳에서 그는 조나라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배우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였다. 하지만 조나라 사람 걸음걸이도 배우지 못한 채 자기 본연의 걸음걸이마저도 잊어 버려 집에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항상 내 마음에 중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넷째, 여러분이 잘하는 것을 하도록 하자. 중국 음식 중에 만한전석(滿漢全席)은 청나라 황실요리를 칭하는 명칭이기도 하지만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 요리와 한족 요리가 동시에 차려지는 복합 식단을 말하기도 한다. 만주족과 한족의 연회에 만주족 요리는 한족이, 한족 요리는 만주족이 만들게 되었는데, 청대의 문인이자 관원이었던 원매 선생은 이것이 잘못된 일임을 지적하였다. 왜냐하면 만주족 요리는 만주족 사람이 잘 만들고, 한족요리는 한족 사람들이 잘 만들기 때문이다. 요리를 서로 바꾸어 만들면서 친목을 도모하기보다는 서로 잘하는 요리를 만드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말이다.

통상적으로 2년간 대면수업을 했다고 하더라도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 밖으로 튀어나오듯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 금세 출중한 인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학교에 와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서로 얼굴을 보고 공감하고 정서를 나누는 일은 지식을 주고 받는 일보다 더 값진 일일 수 있다.

인생의 가장 소중한 청춘의 시대에 집에서 칩거하듯 보낸 젊은이들이 앞길을 잘 헤쳐 갈 수 있도록 좀 더 살갑게 살펴야 할 일이다. 지금 여야 대선 후보들은 젊은 층의 지지를 얻지 못하여 고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단지 퍼 주고 베푸는 정책보다는 이들의 마음을 살펴 공감하면서 친구가 되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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