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57 [고규홍의 ‘나무 생각’] 자작나무의 겨울나기 비결 사람의 발길이 줄어든 겨울 숲에 바람이 차다. 모든 생명이 움츠러드는 겨울, 나무는 맨살로 거센 바람을 이겨 내야 한다. 추위를 견뎌 내는 비결이야 나무마다 제가끔 다르겠지만, 추위를 아주 잘 견디는 나무로는 자작나무만 한 것도 없다. 자작나무는 오히려 하얀 눈이 쌓인 겨울 풍경에 더 잘 어울리는 나무다. 자작나무는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나무이지만, 중부 이남에서 저절로 자라는 나무는 없다. 함경도와 평안도 지역이 자작나무가 자랄 수 있는 남방한계선이다. 평안도의 시인 백석은 ‘백화’(白樺)라는 짧은 시에서 ‘산골 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라며 자신이 사는 평안도 산골이 ‘온통 자작나무’라고 쓰기도 했다. 자작나무로 둘러싸인 풍경의 산골을 지금 가 볼 수는 없지만 상상만으로도 황홀지경에 빠지.. 2020. 12. 25. [나태주 시인] 눈으로 말하기와 경청하기 나태주 시인·한국시인협회장 이제 우리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서는 바깥 생활을 아예 하지 못하게 됐다. 마스크는 자기 집 문밖을 나서는 순간 그 무엇보다 먼저 챙겨야 할 물건이 되었다. 마스크 착용 없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없고 공공장소는 물론 공원이나 예식장 혹은 헬스클럽조차 드나들기 어렵게 됐다. 심지어 가게나 식당에 갈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서는 안 된다. 이제 마스크는 생활필수품이 돼 버린 지 오래다. 오죽하면 속옷 없이는 살아도 마스크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말이 다 나왔을까. 그런데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니 언뜻 사람을 알아보기 어렵고 대화하기도 힘들다. 더러는 이 사람이 그 사람인가 싶어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특히 마스크를 쓴 여성분들은 이쪽에서 헤아려 알기가 쉽지 않다. 마스크가 입술.. 2020. 12. 19. [박찬일의 ‘밥먹고 합시다’] 피굴과 묵은지 굴이 이제 맛이 들었다. 굴은 남해 기준으로 보통 10월 중순에 판매가 시작되지만, 날이 추워져야 맛이 오른다. 12월 초순만 해도 수온이 보통 10도 안팎에 불과하기에, 품질이 올라가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바닷물 수온은 육상 기온보다 늦게 떨어지므로, 맹추위가 와야 진짜 굴 철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올해 굴은 대체로 상황이 좋지 않다. 비가 많이 오면 염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수온도 늦게 떨어졌다고 한다. 게다가 노로 바이러스 뉴스가 나오면서 굴 양식을 하는 어민들이 화가 많이 났다. 굴은 해안을 낀 곳이라면 거의 전국에서 나오지만, 서해안은 생산성이 낮은 편이다. 조수간만 차가 커서 굴이 자잘하다. 그 덕에 독특한 맛을 내기도 하지만, 남해에 비해 노동력이 많이 든다. 기계화도 어렵다. 투석.. 2020. 12. 19. [이덕일의 ‘역사의 창’] 검찰과 공수처 흔히들 제멋대로 된 판결을 ‘원님 재판’이라고 비아냥거린다. 그러나 실제 당사자인 조선의 원님들이나 고려의 원님들이 들으면 큰 모욕감을 느낄 것이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 보면 과거 ‘원님 재판’이지금의 재판보다 훨씬 공정했으니까 말이다. 고려 우왕 1년(1375)에 원님 즉 지방 수령이 해야 할 ‘수령 5사(事)’가 정해졌다. 농토를 개간하는 전야벽(田野闢), 인구를 늘리는 호구증(戶口增), 세금을 균등하게 매기는 부역균(賦役均), 소송을 명확하게 판결하는 소송간(詞訟簡), 도적을 근절하는 도적식(盜賊息)이 그것이다. 조선은 여기에 교육을 부흥시키는 학교흥(學校興)과 군사를 정비하는 군정수(軍政修)을 추가해서 ‘수령 7사’를 만들었다.(경국대전, 經國大典) 고려의 수령 5사나 조선의 수령 7사는 모두 구.. 2020. 12. 13.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5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