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45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대폿집 기행 만화가 허영만 선생이 출연해서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백반집을 다니는 일인데, 꼭 백반집 말고도 대폿집이며 일반 식당이며 두루 다닌다. 백반집은 누구나 좋아하는 밥집이고, 그걸 방송으로 내보내니 인기도 높다. 언젠가 한 출판업자가 책을 같이 내 보자고 해서 대폿집을 주제로 하자고 한 적이 있다. 그리하여 한두 집 다니던 것이 꽤 이력이 쌓였다. 책이란 것도 일이고, 노동을 팔아서 돈과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백반집·대폿집 다니는 건 일종의 취미다. 시간이 나면 책을 내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좋아서 다녔다. 흥미로운 집들이 꽤 많았다. 광주는 시장이 아직 무너지지 않은 지역이다. 많은 지역의 재래시장이 거의 몰락의 길을 걷는데 그나마 광주는 버티는 중이다. 한 시장에 ‘여수왕대포’라는 집이 있.. 2020. 10. 22. [서효인의 소설처럼] 치유의 소설 , 김금희 ‘복자에게’ 제주도 곁의 섬에 간 적이 있다. 섬에 들어가는 배에서는 섬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유명 가수의 노래가 반복 재생되었다. 제주도와는 또 다른 결의 풍광에 출장이라는 것도 잊고 바람 냄새를 맡았다. 섬이 차가 다닐 만큼은 크지 않은데, 걸어 다닐 만큼 작지도 않아 우리는 자전거를 빌렸다. 그다지 보관이 잘 되었거나 신형이라고 할 수 없는 자전거를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삐걱삐걱 몰았다. 섬에 왔다고 누군가에게 인사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누구에게 해야 할지 몰라서 관두고 말았다. 날은 맑고 파도는 섬의 곁에 와 부딪히고 부서지고 다시 일었다. 당신은 그저 왔다 가면 그만이라는 듯이. 김금희의 장편소설 ‘복자에게’를 읽으며 짧은 여행의 반가운 기시감을 페이지마다 만날 수 있었다. 작가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위트.. 2020. 10. 11.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밥집은 언제까지 우리 곁에 있어 줄까 개인적으로 성별·나이 불문하고 여러 목적의 친구 집단에 속해 있다. 그 중에서 최고는 역시 술친구다. 같이 술 마실 상대를 유지하는 건 나이를 먹을수록 중요하게 여겨진다. 살 날보다 산 날이 많아지고, 그래서 보내는 시간이 더 절실해지기 때문이다. 꺾어진다고들 흔히 표현하는데 옛날에는 서른다섯이면 그런 말을 했다. 요즘은 오십 세는 되어야 한다. 오십이 넘으면 그러니까, 시간이 더 빨리 간다. 가치 있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그런 상황이니 술친구와 어디 가서 무얼 먹느냐도 그만큼 소중하다. 돈은 없지, 입맛은 오랜 경험(?)으로 높아졌지, 아무 데나 갈 수는 없다. 흥미로운 건 까다로움이 대체로 가격과 반비례하더라는 것이다. 호텔 밥은 그래서 제일 맛이 없게 여겨진다. 딱 원가와 서비스와 심지어 토지 비용.. 2020. 10. 2. [고규홍의 ‘나무 생각’] 개발 이익의 희생물이 된 나무 여름의 꼬리를 물고 잇따라 태풍이 찾아든다. 두 개의 태풍이 동시에 한반도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모두 나무뿌리가 뽑힐 만큼의 위력을 가진 태풍이라고 한다. 그래도 너른 들에 서 있는 나무는 아무 대책을 세울 수 없다. 맞서 싸워 이겨 내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나무로 여겼던 괴산 삼송리 왕소나무를 무참히 쓰러뜨린 건 2012년의 태풍 볼라벤이었다. 제주 도민들의 한 맺힌 역사를 기억하고 서 있던 제주 성읍마을 팽나무를 무너앉힌 건 2011년의 태풍 무이파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동백나무로 꼽힌 여수 율림리 동백나무의 줄기를 부러뜨린 건 2005년의 태풍 나비였다. 자연의 흐름 앞에서 나무는 쓰러지고 죽을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나무의 운명이다. 그러나 .. 2020. 9. 5. 이전 1 ··· 5 6 7 8 9 10 11 12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