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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19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중국집에도 지역성이 있다 몇 해 전이던가, 코로나도 들기 전의 시절이다. 광주에 볼일이 있어서 송정역에 내렸는데, 지하철에 김밥 프랜차이즈 광고가 크게 붙어 있었다. 이 도시를 찾는 외지 사람들이 대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호남에 가면 음식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의 절반쯤이 늘 가득 차곤 한다. 점심과 저녁은 어디서 맛있게 먹을까, 혼자 가서도 상을 받을 수 있을까 같은 기대감에 부푼다. 더러는 비판적 생각도 한다. 호남이라고 어디서 재료를 거저 가져오진 않을 텐데 반찬 가짓수가 너무 많은 건 아닐까, 저렇게 해서도 남을까. 어찌 됐거나 음식에 대한 상념이 치솟는 곳이 호남이다. 내게는 특히. 그런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김밥 프랜차이즈 광고가 눈에 들어와서 마음이 복잡해졌던 것이다. 하기야 김밥 같은 ‘패스트푸드’는 프랜차이.. 2021. 10. 24.
칠선계곡에 집을 지어도-김진구 일신중 교감 모임에 가면 전원주택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세컨드하우스, 컨테이너하우스, 이동식주택, 6평 미만의 농막 등 사례도 다양하다. 평소 꿈꿨던 상상의 설계도와 현실이 잘 조화되어 만족한 분들이 있고, 예상 밖의 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견해를 달리할 수 있겠지만 8년 동안 홀로 황토방을 지어 본 경험에 비춰 보면 크기와 위치의 선택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작게 지어 보자. 미국·일본의 스몰하우스를 소개한 책자도 많고, ‘최소의 집’ 모형 전시회가 열리기도 한다. 그러나 작정하고 짓는 전원주택이니 넓고 크게 짓는다. 광양항에 쌓여 있는 거대한 육송 원목들을 한옥의 대들보로 만들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시원한 겉모습과는 달리 실제 생활에는 어려움이 많다. 여름 냉방과 겨.. 2021. 8. 8.
[고규홍의 ‘나무 생각’] 민족의 염원을 담고 살아남은 심훈의 상록수 해마다 팔월이면 우리 민족이 삶을 온전히 이어갈 수 있도록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조들을 떠올리게 된다. 더불어 그들이 남긴 삶의 자취를 찾아 바라보면서 선조들이 피와 땀으로 지켜 온 이 땅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그 많은 나무 중에서도 특이하게 민족 해방의 염원을 담고 살아온 나무가 있다. 충청남도 당진 ‘필경사’라는 오두막 곁에 도담도담 자라난 한 그루의 향나무가 바로 그런 나무다.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민족 해방 운동에 헌신한 심훈이 손수 심고 키운 나무다. 신문기자 생활을 했던 심훈(沈熏, 1901∼1936)은 조국 광복을 염원하는 절창의 시편을 모아 시집 ‘그 날이 오면’을 내려 했으나 일제의 검열에 걸려 뜻을 이루지 못하자 충남 당진군 부곡리로 찾아들었다. 1932.. 2021. 8. 6.
[고규홍의 나무생각] 벽오동과 함께 대나무를 심은 뜻은 벽오동은 이름만 봐서는 ‘오동나무’와 가까운 식물처럼 생각되지만, 식물학적으로는 오동나무와 친연(親緣) 관계가 없는 나무다. 오동나무가 현삼과에 속하는 식물인 것과 달리 벽오동은 그와는 전혀 다른 벽오동과의 나무다. 하지만 벽오동 잎이 우리나라의 나무 가운데 잎 한 장의 크기가 가장 큰 나무인 오동나무 잎을 닮았다는 사실이 옛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던 모양이다. 벽오동이나 오동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나무 가운데 잎이 가장 큰 나무다. 잎 한 장의 길이나 너비 모두 25센티미터쯤까지 자란다. 어른 손바닥은 물론이고, 얼굴까지 가릴 만큼 크다는 점에서 두 나무의 잎은 비슷하다. 그러나 오동나무와 벽오동은 꽃과 열매가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차이는 줄기 껍질의 빛깔에 있다. 오동나무의 줄기는 암갈색.. 2021.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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