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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19

[종교칼럼] 목련꽃 아래 노천카페 중 현 광주 증심사 주지 어제 적묵당 노천카페가 오픈했습니다. 카페라고 하지만 목련꽃 아래 작은 테이블 하나 놓아 둔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햇살 따사로운 날이면 여느 카페 부럽지 않습니다. 살짝 덥다 싶을 정도로 포근한 봄날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티끌만큼의 찬 기운도 용납하지 않는 D스님도 괜찮겠다 싶어 목련꽃 아래에서 차담을 가졌습니다. 봄날처럼 통통 튀는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날씨 탓인지, 분위기 탓인지 오랜만에 신바람이 나서 이야기했습니다. “2002년도에 봉암사 살았어?, 나는 2003년도 하안거, 봉암사에서 났는데.” “아~~ 그 스님! 우리 때는 입승 봤지. 그때 말이지…” 예전 선방 시절 이야기로 한창 분위기가 고조되어 갈 때였습니다. 숨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잠시 현실을 잊게 .. 2020. 4. 4.
[박상현의 ‘맛있는 이야기’] 오월 광주와 주먹밥 5·18 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는 올해 40주년을 맞는 5·18 기념행사의 엠블럼을 ‘오월 주먹밥’으로 결정했다. 엠블럼은 원형 이미지로 1980년 5월 항쟁 당시 광주 공동체가 실천했던 나눔의 가치를 상징하는 ‘주먹밥’과 5·18의 세계화를 의미하는 ‘떠오르는 태양’을 형상화했다. 더불어 광주시는 지난해 주먹밥을 대표 음식으로 선정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광주 주먹밥의 브랜드화와 상품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당시 중앙 언론은 폭도들의 약탈과 방화와 파괴가 넘치는 무법천지 난장판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광주는 그 어느 때보다 평온했다. 진압군의 발포와 무자비한 폭력으로 도시는 헤아릴 수 없는 분노와 슬픔에 잠겼지만, 시민들은 서로를 독려하며 질서를 유지했다. 양동시장과 대인시장의 .. 2020. 3. 12.
꽃병의 꽃은 봄날에도 시든다 중 현 광주 증심사 주지 꽃을 좋아하는 지인이 꽃을 선물했다. 매일 물을 갈고 물때를 닦고 시든 이파리를 떼어 내도 일주일이 지나니 시들시들해졌다. 마침 신도 한 분이 차실에 들어왔다가 시든 꽃을 보았다. “스님, 법당에 꽃이 올라왔는데요. 새 꽃으로 바꿀까요?” 나는 그냥 두라 하였다. 시든 꽃을 버리지 않고 그냥 둔 것은 선물한 이의 마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특별히 꽃을 사랑해서가 아니었다. 신도분이 가고 나서 시든 꽃을 다시 보았다. 시들어 하나 둘 꽃잎을 떨구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저기 말라서 쪼그라지고 색까지 바랬지만 여전히 꽃은 꽃이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시들 조짐이 보이면 곧바로 버려지는 것이 꽃의 삶이다. 인간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행동이다. 시들시들한 꽃다발을 자세.. 2020.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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