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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19

[서효인의 ‘소설처럼’] 가족과의 거리 -매기 오파렐 장편소설 ‘불볕더위에 대처하는 법’ 2020년을 온통 지배하고 있는 바이러스의 창궐은 우리의 삶 거의 모든 걸 바꿔 버렸다. 아마도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을 것이다.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인류의 몸에 깊게 새겨진 불안마저 사라지긴 어려울 터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임계점을 넘은 듯한 기후 위기는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니 우리는 돌아갈 곳이 없는 것이다.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 하고, 그 새로운 삶은 시작한다는 기미도 없이, 멋대로 시작되어 버렸다. 코로나19는 가족 관계에 있어서의 변화도 일으켰다. 그사이 세계적으로 이혼율이 치솟았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완전한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재택근무와 휴교.. 2020. 9. 13.
[서효인의 ‘소설처럼’] 읽기, 말하기, 쓰기 정용준 장편소설 ‘내가 말하고 있잖아’ 팬데믹이 여러 사람의 일상을 앗아간 것은 당연하지만 그중에서도 지금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큰 영향력을 미쳤을 듯하다. 가령 올해 중학교 2학년인 아이가 기억할 자신의 10대는 어떤 모습일까. 범위를 더 좁혀서, 올해 여름은 어떻게 기억될까. 전염병이 나라를 불문하여 창궐하고, 학교 수업의 비대면 영상 수업으로 대체되었으며, 여름방학은 기이하게 짧아졌는데, 거기에 기록적으로 긴 장마가 믿을 수 없게 많은 비를 오랫동안 뿌렸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디스토피아 소설의 세계관 정도로 여겨질 만한 일이 실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특히 그즈음의 청소년에게 이것은 모두 현실이다. 소설이나 영화가 아닌, 우리 앞에 실존하는 현실, 그 자체다. 정용준 장.. 2020. 8. 15.
왜 사니? 중현 광주 증심사 주지 갱년기라고 혼자 멋대로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제법 시간이 흐른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것은 일단 열정의 부재였다. 열정이 왜 사라졌는지, 사라진 지 얼마나 지났는지, 그리고 그 세월을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 뭐하나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부재’라는 무미건조하고 몰가치적인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열정의 부재를 확인한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다. 아니면 어떻게든 살아 내고 싶은 뜨거운 욕망이었을까? 하지만 그 긴 세월 동안 나는 욕망이 시키는 대로 잘 살았다. 먹고 싶은 거 먹고, 보고 싶은 거 보고, 하고 싶은 거 하며 크게 아쉬울 것 없이 말이다. 그런 까닭에 열정의 원천을 욕망이라고 하기엔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석연찮은 구석이 여전히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 2020. 7. 26.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탄생 비화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미국 문학사상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꼽히는 마가렛 미첼(Margaret Mitchell, 1900~1949)은 1900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문학 뿐 아니라 남북 전쟁 당시 인물의 전기 등 방대한 양의 책을 읽었다. 1922년부터 페기 미첼(Peggy Mitchell)이라는 필명으로 ‘애틀랜타 저널’에 글을 쓰기 시작해 인터뷰 기사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스물 여섯의 나이에 다리 부상으로 신문사를 그만두어야 했고, 병상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이후 10년의 긴 시간 끝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를 탈고했다. 미첼은 완성된 원고 뭉치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 다녔으나 무명작가의 소설을 출판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 2020.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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