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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목련꽃 아래 노천카페

by 광주일보 2020.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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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현 광주 증심사 주지

 

어제 적묵당 노천카페가 오픈했습니다. 카페라고 하지만 목련꽃 아래 작은 테이블 하나 놓아 둔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햇살 따사로운 날이면 여느 카페 부럽지 않습니다.

살짝 덥다 싶을 정도로 포근한 봄날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티끌만큼의 찬 기운도 용납하지 않는 D스님도 괜찮겠다 싶어 목련꽃 아래에서 차담을 가졌습니다. 봄날처럼 통통 튀는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날씨 탓인지, 분위기 탓인지 오랜만에 신바람이 나서 이야기했습니다.

“2002년도에 봉암사 살았어?, 나는 2003년도 하안거, 봉암사에서 났는데.”

“아~~ 그 스님! 우리 때는 입승 봤지. 그때 말이지…”

예전 선방 시절 이야기로 한창 분위기가 고조되어 갈 때였습니다. 숨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잠시 현실을 잊게 해주었던 과거로의 추억 여행은 거짓말처럼 깨지고 말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잠시 봄날처럼 들떠 올랐던 감정을 추스르고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아직도 말을 하면 숨이 찹니다. “예” “아니요” 이런 말 말고, 조용하게 혹은 차분하게 하는 말 말고, 신이 나서 아니면 화가 나서, 큰 목소리로 아니면 빠르게, 구구절절 아니면 장황하게, 말을 하면 한참 동안 숨쉬기가 힘듭니다. 마음이 잠시라도 잊고 있으면, 몸이 말합니다. “이봐!, 나 말이야. 아직은 환자야”라고 말입니다. 한 푼의 에누리도 없이 현실을 다시 상기하게 합니다.

“혀는 나를 죽이는 도끼”라고 한 말이 지금 내게는 자구 하나 틀리지 않고 꼭 맞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도끼 같은 말 한마디가 내 심장 세포 하나를 내리찍어 죽이는 셈입니다. 날뛰는 이 마음을 다스리지 않으면 내 심장이 먼저 죽습니다. 그동안 남의 말 듣지않고, 온갖 험한 말 쏟아낸 죗값을 지금 받고 있습니다.

봄날에 취해 잠시 추억 여행을 떠났던 자신을 뼈저리게 후회합니다. 뼈에 사무치는 후회란 이럴 때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하지만 그 후회조차 어리석음의 소치입니다. 추억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추억 속에서 방황하는 어리석음이 문제입니다. 과거의 추억과 미래의 꿈 속을 헤매느라 지금 그리고 여기를 잊어버리는 어리석음이 문제입니다. 나의 후회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한 자의 어리숙한 자기 반성이었습니다. 몸은 단지 지금 그리고 여기를 망각하는 마음에게 친절한 경고를 보냈을 뿐입니다.

해가 지기 전, 목련꽃 아래 노천카페에 다시 갔습니다. 해질 무렵이 되자 공기가 금세 싸늘해졌습니다. 한낮의 즐거웠던 순간들이 꿈만 같습니다. 노천카페엔 후회만 가득합니다.

며칠 전부터 핸드폰을 바꿀까 말까 망설이고 있습니다. 지금 폰이 딱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성능 좋은 폰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필요하면 사면 그만이지 그걸 살까 말까 망설이는 건 평소의 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의아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목련꽃 아래 텅빈 테이블을 보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저 텅빈 테이블처럼 내 안 어딘가도 텅 비어있다는 걸 말입니다. 아마도 내 삶의 평범했던 시간들이 휴양지에서의 꿈 같은 나날처럼 아스라이 멀게 느껴져서 그랬나 봅니다. 다만 마음이 허전했을 따름입니다. 어리석게도 그 허전함을 어떻게든 무엇으로든 채우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한참을 신상 핸드폰을 검색하고 장바구니에 담기를 반복했던 겁니다. 봄날의 햇살이 아름다울수록, 추억의 순간이 소중할수록, 그 빈자리는 더 크게 느껴지는 법. 무엇이 있던 자리였을까요? 건강, 젊음, 청춘, 열정, 사랑… 아마도 이런 것들이었겠지요.

뜻하지 않게 조금 일찍 늙어감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 때 늙음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늙는다는 것.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 ‘늙는다’는 단어를 써야만 하는 현실이 내게도 찾아왔다는 것. 이제는 인정합니다. 늙는다는 것은 소중한 것들에 대한 상실이며, 상실 뒤에 찾아오는 무저갱 같은 허전함이며, 허전함을 굳이 지우려 애쓰는 외로움이며, 외로움조차 친구 삼는 여유와 평정심입니다.

새벽 예불을 알리는 대종 소리가 도량에 은은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상 어딘가에서는 10년 전, 20년 전의 나 같은 사람들이 도끼 같은 말들을 쏟아 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모든 이들에게 부처님의 가피와 신의 축복이 있기를 간절하게 기원합니다.

 

 

목련꽃 아래 노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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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화평

하늘과 바다와 땅 위에서 매일매일 초를 다투고 치열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던 세상이 갑자기 멈춰 버렸다. 나라별로 차이는 있겠으나 대부분의 국가들의 공항이 통제되어 하늘을 날아다니던 비행기들이 땅 위에 세워져 있다. 바다 위의 유람선들도 정박된 지 오래다. 길거리의 많은 사람들은 걱정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동그란 눈만 드러낸 채 코와 입을 마스크로 가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서로를 경계하며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자유롭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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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투명하게’

우리는 지금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사회, 경제, 문화, 종교 그리고 개개인의 일상까지도 코로나19로 인해 무너져 내렸다. 하루가 지나기 무섭게 바이러스의 전파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확진자가 두 자릿수로 떨어졌다며 조심스레 안정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정부와 언론들은 이야기한다. 하지만 지금이 서로가 더 조심하고 바이러스 방제에 소홀해서는 안될 것이다.“모든 것이 멈춘 것 같다”고 대구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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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음이면 좋겠다

살아있는 것은 부드럽다. 죽는다는 것은 딱딱하게 굳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딱딱한 손보다는 부드러운 손이 더 많은 것을 느끼며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돌처럼 딱딱한 마음으로는 부드러운 봄바람을 느낄 수 없고, 조급한 마음으로는 어린 아이의 느린 걸음마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 무엇으로 가득 찬 마음, 다급한 마음으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느낄 수 없으며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수도 허다하다.한 사나이가 사막을 지나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 산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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