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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볼만한글39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중국집에도 지역성이 있다 몇 해 전이던가, 코로나도 들기 전의 시절이다. 광주에 볼일이 있어서 송정역에 내렸는데, 지하철에 김밥 프랜차이즈 광고가 크게 붙어 있었다. 이 도시를 찾는 외지 사람들이 대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호남에 가면 음식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의 절반쯤이 늘 가득 차곤 한다. 점심과 저녁은 어디서 맛있게 먹을까, 혼자 가서도 상을 받을 수 있을까 같은 기대감에 부푼다. 더러는 비판적 생각도 한다. 호남이라고 어디서 재료를 거저 가져오진 않을 텐데 반찬 가짓수가 너무 많은 건 아닐까, 저렇게 해서도 남을까. 어찌 됐거나 음식에 대한 상념이 치솟는 곳이 호남이다. 내게는 특히. 그런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김밥 프랜차이즈 광고가 눈에 들어와서 마음이 복잡해졌던 것이다. 하기야 김밥 같은 ‘패스트푸드’는 프랜차이.. 2021. 10. 24.
[이덕일의 역사의 창] 국립중앙박물관의 실수?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상설전시실 중국관에서 조조(曹操)의 위(魏)나라가 충청도까지 지배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전시했다가 ‘실수’라고 사과했다. 배현진 의원의 지적에 대해 민병찬 관장은 “담당자의 단순한 실수가 뼈아픈 실수가 됐다”고 시인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사학계에 만연한 식민사관을 비판해 온 사람들은 이런 사태가 다시 재발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015년까지 약 8년간 국고 47억여 원을 들여 이른바 ‘동북아역사지도’를 제작했다. 한국 대학의 역사학과를 장악하고 있는 이른바 강단사학계의 역사관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 지도의 위·촉·오(魏蜀吳:221~265) 도엽에도 조조의 위나라가 경기·강원도까지 차지했다고 그렸다. 중국 사회과학원에.. 2021. 10. 17.
[고규홍의 나무생각] 나무의 생존 전략에 담긴 단풍과 낙엽의 비밀 가을비 내리고 시나브로 나무에 가을빛이 뚜렷이 올라온다. 노란색에서 빨간색이나 갈색에 이르기까지 나무마다 제가끔 서로 다른 빛깔로 달라질 태세다. 단풍이다. 단풍의 ‘단’(丹)은 붉은 색을 뜻하는 글자이다. 하지만 우리는 노랗게 변한 은행나무 잎도, 갈색으로 물든 도토리나무 잎도 모두 ‘단풍 들었다’고 말한다. 원래 글자 뜻과 달리 단풍은 가을에 바뀌는 모든 빛깔을 말한다. 나무에게 단풍은 겨울 채비의 첫 순서다. 단풍이 드는 것은 나무의 모든 생애에서 가장 치열한 생존 활동이다. 에멜무지로(대충) 가을을 보낸다면 엄동의 북풍한설을 견디지 못하고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겨울의 긴 휴식을 위해서 나무가 준비해야 할 일은 하고하다. 바람에 가을 기미가 느껴질 즈음부터 나무는 잎과 가지를 잇는 물의.. 2021. 10. 4.
[고규홍의 나무생각] 나무 심는 마음으로 나라를 일으키다 이 땅에 새 나라를 일으키겠다는 마음을 다진 이성계(李成桂, 1335~1408, 재위 1392∼1398)는 하늘을 바라보며 나무를 심었다. 20대의 청년 이성계는 홍건적의 침입을 물리치고 개경을 탈환하는 위업을 비롯해 왕실의 안정을 도모하며 승승장구했다. 무예가 뛰어난 그는 특히 활 솜씨가 뛰어나 ‘신궁’(神弓)이라는 칭호를 얻으며, 역사상 최강의 공격형 장수로 이름을 떨쳤다. 운이 다한 고려를 뒤엎을 꿈을 꾸던 세력들은 자연히 이성계 주변에 모여들었다. 그러나 인맥뿐만 아니라 경제력 또한 만만치 않았던 이성계는 귀족 출신이 아닌 데다 변방 세력이었다. 그가 기존의 세력을 뒤엎고 새 나라를 일으킨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생명까지 내던져야 할 만큼 위험한 도전이었다. 고민은 깊었다. 이성계는 조선 팔.. 2021.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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