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어볼만한글39

[서효인의 소설처럼] 옛이야기의 아름다움-백희나 ‘연이와 버들 도령’ 아내는 어릴 때 ‘연이와 버들 도령’ 이야기가 슬퍼서 싫었다고 말했다. 딸아이는 ‘연이와 버들 도령’ 속 장면들이 조금 무서웠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가 잘 생각나지 않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통 몰라서 두리번거리는데, 거실에 백희나 작가의 신작 그림책 ‘연이와 버들도령’이 놓여 있는 게 보였다. 아내와 아이와 함께 책을 읽은 것이다. 나는 주문한 책이 무엇인지, 그것이 배송됐는지 어쨌는지도 몰랐던 것이고. 옛이야기로 들은 것 같기도 한데, 책 표지를 봐도 생각이 나지 않아 결국 책장을 펼쳤다. 아이가 곁에 왔고, 나는 첫 번째 독서를, 아이는 두 번째 독서를 이제 막 시작했다. 몇 번이나 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읽을 때마다 새롭고 즐거우니까. 백희나 작가의 진가를 많은 사람이 알아보게.. 2022. 2. 26.
이덕일의 ‘역사의 창’-다음 대통령의 역사관 필자가 꼽는 다음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역사관이다. 사실 이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지도자라면 자국 역사에 대한 뚜렷한 인식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 서거 후 TV 카메라가 연희동 사저 안의 서재를 비춘 적이 있었다. 그때 서재 벽면에 필자 등이 쓴 ‘고조선은 대륙의 지도자였다’라는 책에서 부록으로 제공한 고조선 강역지도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 역사의 첫 뿌리부터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확신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가야사 복원을 국정 주요 과제로 내세웠고, 무려 1조 2천억여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중이다. 당초 문 대통령이 가야사 복원을 피력했을 때.. 2022. 1. 9.
젊은이와 친구가 되는 방법-신계숙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2년 만에 대면강의가 시작되었다. 2년 학교에 다니고 졸업하는 학생들은 학교에 나온 날이 열 번 남짓밖에 안 된다. 꽃 피는 춘삼월에 입학식을 하고 학과별로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축제를 하는 등, 사람들이 통과의례를 치르듯 대학에서 행하는 모든 과정이 통으로 생략된 채 졸업을 하게 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2년 동안 학생들을 기다려 온 나는 설레고 흥분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학생들도 마스크를 쓰고 중무장을 하여 얼굴을 모두 가렸으나 학교에 왔다는 기쁜 표정은 가려지지 않는다. 친구 사귈 틈도 없었을 것이므로 출석을 부르면서 우리 반에 이런 친구가 있다고 소개해 주었더니 서로 박수로 환영한다. 서먹서먹했던 분위기도 금세 화기애애하게 바뀌는 순간이다. 강의를 먼저 해야 할까 반갑다는 인사를 먼저 해야 할.. 2021. 11. 21.
그 많던 한량은 다 어디로 갔을까-장석주 시인 어린 시절, 농사를 짓는 광산 김씨 외가에 홀로 의탁되어 자랐다. 광산 김씨 문중 큰 제사마다 검은 두루마기 자락을 휘날리며 참석하던 할아버지뻘 친척 중 ‘삼례 양반’이 기억에 남는다. 늘 사람 좋은 웃음을 웃고, 막걸리를 좋아하던 이였다. “그 어른 참 한량이었지.” 그이를 한량이라고 지목하는 말에 비난의 뜻은 없었다. 정약용은 공무에서 물러 나와, 건(巾)을 젖혀 쓰고 울타리를 따라 걷고, 달 아래서 술을 마시며 시를 지었다. 산림과 과수원·채소밭의 고요한 정취에 취해 수레바퀴의 소음을 잊었다고 했다. 뜻 맞는 벗들과 ‘죽란사’(竹欄社)라는 시모임을 만들어 날마다 모여 시를 돌려 읽고 취하도록 마신 정약용 같은 선비가 한량의 원조였을 테다. 돈 잘 쓰고 풍류를 즐기는 향촌의 유력 계층 젊은이들은 가계.. 2021. 10. 31.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