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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담긴 세상

[이덕일의 역사의 창] 국립중앙박물관의 실수?

by 광주일보 2021.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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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상설전시실 중국관에서 조조(曹操)의 위(魏)나라가 충청도까지 지배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전시했다가 ‘실수’라고 사과했다. 배현진 의원의 지적에 대해 민병찬 관장은 “담당자의 단순한 실수가 뼈아픈 실수가 됐다”고 시인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사학계에 만연한 식민사관을 비판해 온 사람들은 이런 사태가 다시 재발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015년까지 약 8년간 국고 47억여 원을 들여 이른바 ‘동북아역사지도’를 제작했다. 한국 대학의 역사학과를 장악하고 있는 이른바 강단사학계의 역사관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 지도의 위·촉·오(魏蜀吳:221~265) 도엽에도 조조의 위나라가 경기·강원도까지 차지했다고 그렸다.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발행한 ‘중국역사지도집’의 위나라 도엽을 거의 그대로 베낀 것이다.

손권의 오나라 및 유비의 촉나라에 맞서 일진일퇴하던 위나라가 무슨 여력이 있어서 동쪽으로 기수를 돌려 만여 리 넘는 만주 땅을 모두 차지하는 것도 부족해서 평안도·황해도는 물론 경기·강원·충청도까지 지배할 수 있었을까. 유치원생도 품을 만한 이러한 의문을 이 땅의 역사학자들은 전혀 품지 않는다. 반성도 없다.

‘동북아역사지도’는 중국 동북공정과 일본의 황국사관을 추종했고, 특히 독도를 끝까지 누락시켰다는 비판 끝에 폐기되었다. 하지만 2018년 문재인 정권에서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김도형 연세대 교수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도 사업을 재개하겠다고 비장하게 선언했었다. 이에 ‘동북아역사재단 해체 범시민연대’가 결성되어 재단 앞에서 “매국사학의 소굴 동북아역사재단은 당장 자폭하라”는 등의 피켓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에 주춤하기는 했지만 이 지도에 담은 내용은 이 나라 강단 역사학자들의 DNA에 그대로 남아 있다가 경국 중앙박물관의 영상으로 다시 나타난 것이다.

중앙박물관은 2019년 12월 ‘가야본성’(加耶本性)이라는 가야 전시회를 열었는데, 그 설명 중에 ‘366년 왜가 백제와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맺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설명의 출처는 일본 황국사관의 성서인 ‘일본서기’ 신공(神功)왕후 46년조이다. ‘일본서기’는 야마토왜의 신공왕후가 재위 46년 시마노스쿠네(斯摩宿니)를 탁순국(卓淳國)에 사신으로 보냈다고 말한다. 탁순국왕은 이 사신에게 2년 전에 백제왕이 구저(久저) 등을 보내서 “일본 귀국(貴國)에 조공을 바치고 싶지만 가는 길을 몰라서 바치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전해주었다.

‘일본서기’는 시마노스쿠네가 자신의 종 니하야(爾波移)와 탁순 사람인 과고(過古)를 “백제국에 보내 그 왕을 위로했다”고 전한다. 백제 초고왕(肖古王)은 니하야 등을 크게 환대하면서 각종 선물을 주고는 나라의 보물창고를 열어 “우리나라에는 진귀한 보물이 많은데 귀국에 조공을 바치려고 해도 길을 몰라서 바치지 못했다”면서 “지금 사신에게 부탁해서 공물을 바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신공 46년은 서기 246년인데, 한국 재침략을 꿈꾸는 일본 극우파 역사학자들은 제멋대로 120년을 끌어올려서 근초고왕 21년인 366년의 일이라고 우긴다. 재위 26년(371) 고구려 평양성을 공격해서 고국원왕을 전사시킨 백제 근초고왕이 중앙박물관의 눈에는 야마토왜의 사신이 보낸 종 니하야에게 조공품을 대신 전해 달라고 비는 비천한 존재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대한민국 중앙박물관의 눈에는 ‘366년 왜가 백제와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맺은’ 사건으로 보인다는 것이니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역사학 현실이다.

광복과 동시에 폐기되었어야 할 황국사관은 이병도·신석호 두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역사학계를 거의 100% 장악해서 총독부 역사관을 하나뿐인 정설·통설로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한국의 역사학계를 거의 전부 장악하고 있다. 이 분야는 보수·진보도 없이 식민사학 한 통속이다. 이 두 인물을 흔히 국사학계의 태두(泰斗)라고 칭하는데, 이 ‘국’(國)자가 대일본제‘국’(國)인지 대한민‘국’(國)인지를 묻는 것은 작금의 현실에서 전혀 과한 질문이 아니다.

<순천향대학교 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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