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많지만 자신감 얻은 시즌
“부상은 내탓, 몸관리 중요성 인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던 ‘특급 루키’지만 이의리의 2021시즌은 ‘아쉬움’이었다.
좌완 루키 이의리는 암울했던 올 시즌 KIA타이거즈의 희망이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는데도 선발 한자리를 꿰찼고, KIA 팬들은 그의 등판 날을 가장 기다렸다.
등장과 함께 타이거즈 미래가 된 그는 프로 데뷔 시즌에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쟁쟁한 선수들로 구성된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에서도 이의리는 스타였다. ‘막내’였지만 팀에서 가장 많은 10이닝을 소화했고, 올림픽 참가 선수 중 탈삼진 1위(18개)도 차지했다.
거침없던 행보에 KIA 팬들은 명맥이 끊겼던 ‘타이거즈 신인왕’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당연하게 이의리의 차지가 되는 것 같았던 트로피의 행방은 오리무중. 유난히 득점 지원을 받지 못했던 이의리는 부상으로 막판 스퍼트를 하지 못했다.
이의리는 9월 12일 NC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손톱이 깨지는 부상으로 3회를 끝으로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이후 재활군으로 내려가 재정비 시간을 가졌지만, 마운드로 돌아오지는 못했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기약 없는 재활에 들어갔고, 10월 21일 한화전 등판을 앞두고는 손가락 물집이 터져 경기 직전 등판이 무산됐다.
이의리는 올 시즌을 ‘아쉬움’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내 잘못이다. 내가 몸 관리를 못했다. 부상 없이 시즌 끝까지 잘 치르는 선수가 좋은 선수라는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자신감’을 얻은 시즌이기도 했다.
이의리는 “프로에서 이 정도로 통할 줄 몰랐는데 생각보다 잘 됐다. 내년에 더 잘 던지기 위한 발판이 됐다. 몸 관리만 잘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체인지업과 직구가 통했다. 프로에서 체계적인 훈련과 웨이트를 통해 직구 힘이 좋아졌고, 그만큼 변화구의 위력도 더해졌다. 구종을 폭넓게 활용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이의리는 “잘 안 되던 체인지업이 잘 됐다. 직구가 되니까 체인지업도 잘 받쳐줬다. 프로에서 처음 하다 보니까 힘도 좋아졌고, 길게 갈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며 “다른 구종도 잘 던지는 데 많이 안 섞어 던진 것은 아쉽다”고 설명했다.
또 “프로에서 훈련이 재미있고 좋다. 시즌 내내 많이 뛰었는데 로테이션을 위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모든 게 처음이었던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자신의 20번째 생일날이었던 6월 16일이다.
안방에서 SSG를 상대로 선발 등판을 했던 이의리는 경기가 끝난 뒤 “20년 인생 최고의 생일을 보낸 것 같다”고 웃었다.
이날 오전 이의리는 ‘국가대표 발탁’이라는 최고의 생일 선물을 받았다. 밤에는 5.2이닝 무실점 10K의 역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생일날 마운드에서 국가대표 발탁 이유를 보여주고, 승리까지 거머쥐었던 만큼 잊지 못할 날이 됐다.
프로 첫 시즌에 팀은 물론 국가대표로도 최고 활약을 했지만, 막판 부상으로 ‘신인왕’을 놓고 롯데 최준용과의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이의리는 “신인왕을 차지하면 좋겠지만 마음을 비웠다. 못 받으면 앞으로 잘해서 FA를 노리겠다”고 큰 포부를 밝혔다.
특별한 막내로 팬들을 웃게 했던 이의리는 이번 캠프를 통해 ‘선배’가 됐다.
2022 신인들이 함평 캠프에서 프로 데뷔를 준비하고 있고, 19일에는 내야수 김도영과 윤도현이 광주 캠프로 건너온다. 윤도현은 광주일고 시절 함께했던 직계 후배이기도 하다.
이의리는 “터울 없이 지내는 게 좋기 때문에 편하게 지내면 좋겠다. 눈치 안 보고 자기 것만 하면 된다. 그게 가장 어렵기는 하다”며 웃었다.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남겼다.
이의리는 “1년 동안 팬들이 많은 응원을 해준 덕분에 힘나서 잘 던진 것 같다”며 “마지막에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쉽다. 내년에는 끝까지 얼굴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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