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불편한 이야기 문화예술로 풀어냈어요”

20대 창작그룹 ‘MOIZE‘
30일부터 광주여성재단 ‘불효녀클럽’
5월 주제 오디오 시어터·책 등 제작

서울 남산예술극장에서 열린 ‘미래기념비탐사대 ’ 공연 당시 모습. <모이즈 제공>

 

여성들을 구속해온 ‘효’에 대한 전시를 진행하고, 지방 청년의 욕망을 영화로 얘기하고 5·18 사적지를 연극과 책으로 소개하고, 방직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체조로 만들고….

‘왜 광주에서는 예술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광주의 한 창작그룹이 다양한 활동으로 광주 예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창작그룹 ‘MOIZE(이하 모이즈)’는 문다은, 양채은, 도민주로 이뤄진 단체다. 이들은 연극동아리에서 만나 활동하던 중 ‘하고 싶은 얘기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을 모아 2018년 모이즈를 창단했다.

이들은 하나의 주제와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갖고 있는 생각을 전시와 연극 등을 통해 분출한다.

모이즈는 이달 30일부터 2023년 2월 22일까지 광주여성재단 여성전시관에서 열리는 ‘허스토리 기획전시’일환으로 ‘불효녀클럽’을 선보인다. 작품은 유교문화권의 정서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오늘날 과거에 비해 가장 인권의 변화가 큰 여성들의 ‘불효’의 양상에 집중한다. 모이즈는 연구원이 되고 관람객들은 불효녀클럽 연구실에 방문해 불효녀에 대한 인터뷰, 연구 결과 등을 살펴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불효녀’의 형태가 이 시대의 삶의 가치와 윤리의식, 가족관계 및 형태에 어떤 의미를 드러내고 있는지 물음표를 던진다.

앞서 이들은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제13회 광주여성영화제’에서도 ‘지방 청년’의 이야기를 담아 출품한 바 있다.

모이즈의 리더 도민주씨는 올해 6월 원작 3시간 분량의 ‘상상서울’ 작품을 제작했고 이번 영화제에서는 37분 가량으로 재편집해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작품은 ‘지방 청년’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상상서울을 노래한다. 광주의 청년들이 상상 속의 서울로 떠나는 내용으로, 여행을 통해 서울에 과잉 투영된 자신의 욕망과 미래를 발견한다.

모이즈는 또 지난달 5·18 사적지가 음성으로 말을 거는 오디오 씨어터 공연 ‘콘크리트 보이스’를 창·제작 해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해당 프로젝트는 5·18 기념재단과 의 협업작으로 참가자들이 전일빌딩 245옥상과 금남로, 충장로 일대를 걸으며 콘크리트 음성을 듣고 5·18 사적지의 가치를 체험하는 방식이다.

또 광주 오월과 관련, ‘나가 어떻게 살면 좋겠어요’ 장소특정형 전시를 진행했고 이후 ‘미래기념비탐사대’라는 청년들의 5·18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 연극과 책을 만들었다.

지난달 25일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광주의 방직공장에서 살아낸 여성들의 삶이 잊혀지지 않도록 소금꽃 구술자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여성들이 공장생활을 통해 체득한 노동의 기억을 체조로 구현해내기도 했다. 총 5분 분량의 체조는 4개 섹션, 16개 동작으로 구성됐다. 잠에서 깬 노동자들이 기지개를 펴는 것으로 시작해 공장에서 섬유를 풀어내는 작업과 실 만들기, 직조가 잘못된 곳을 찾는 과정을 몸으로 그려냈다.

앞으로도 모이즈는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불편한 이야기들,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지는 생각들을 얘기할 계획이다. 다만, 모이즈는 그 틀이 언제나 공연의 형태는 아닐거라 얘기한다. 정형화된 형식에서 벗어나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이 모이즈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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