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CPR로 피고인 살린 진현모 광주지법 보안관리실무관
기절한 피고인에 심폐소생술…적십자 응급처치 강사 자격증 도움
“법정서 다치는 사람 없도록 최선…소중한 생명 살릴 수 있어 뿌듯”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어서 뿌듯한 마음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CPR(심폐소생술)을 숙지하고 실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법정에서 쓰러진 피고인을 응급처치로 의식을 회복시킨 광주지방법원의 한 직원이 화제다. 주인공은 13년 경력의 진현모(38) 광주지법 보안관리실무관.
진 실무관은 지난 10일 오전 10시께 열린 광주지법 형사1단독 심리에서 사기 혐의를 받던 중년 여성 피고인 A씨가 쓰러지자 응급처치를 실시했다.
뇌종양을 앓고 있던 A씨는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긴장이 풀린 나머지 기절했고 이에 법정을 직시하고 있던 진 실무관이 빠르게 부축했다.
“피고인 바로 뒤에 딱딱한 물체가 있어 부딪히면 다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피고인이 의식을 잃은 것을 봤을 땐 살려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죠. 피고인의 혐의와 상관없이 법정에서 다치는 사람 없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 보안관리실무관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A씨는 호흡도 불안정하고 눈동자도 흰자밖에 보이지 않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진 실무관은 상태 확인 후 곧바로 다른 보안관리실무관에게 119 신고를 부탁했고 망설이지 않고 CPR에 돌입했다.
약 30여차례의 CPR 끝에 A씨는 의식을 되찾았고 진 실무관 역시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탓에 온 몸이 땀 범벅이었지만 다행이라는 마음 뿐이었다.
A씨는 의식을 되찾은 직후 진 실무관에게 ‘많이 놀라셨을텐데 죄송하고 감사하다. 덕분에 힘든 순간 기운 차리고 일어설 수 있었다. 힘든 과정에서 마음을 다해 돌봐주셔서 감사하다’고 문자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실무관은 “보안관리 선배들이 ‘법정에서 쓰러지시는 분들이 종종 계시다’고 말씀 해주셔서 그런 일이 있구나 하고 말았는데, 실제로 눈 앞에서 같은 상황이 발생해 많이 놀라고 당황스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2년 대한적십자사 응급 처치 강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진 실무관은 설명했다. 최근 이태원 참사로 CPR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상 속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응급처치 방법을 익혀두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 실무관은 “재판이 원활하게 진행되기까지는 재판장 곳곳에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이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고, 이번처럼 생명에 호흡을 불어넣을 수 있는 중요한 역할도 수행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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