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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9

끌어 안는 소설 - 정지아 외 지음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을 테마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집이 나왔다. ‘끌어 안는 소설’은 우리 시대 대표작가 정지아, 손보미, 황정은, 김유담, 윤성희, 김강, 김애란 작가의 단편을 모은 책으로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지아의 ‘말의 온도’는 남편과 자식에게 모든 것을 맞춰가며 살아야했던 늙은 어머니의 삶을 이제 어머니가 된 딸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작품이며 ‘담요’는 좋아하는 록밴드의 콘서트에 갔다 사고가 나 목숨을 잃은 아들을 잃고 상실감에 빠진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황정은의 ‘모자’는 자꾸만 모자로 변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연약한 삶을 그리고 있으며 김유담의 ‘멀고도 가벼운’은 어릴 적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친 ‘보배 이모’의 억척스러운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2023. 5. 14.
작별 곁에서 - 신경숙 지음 작별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편지 세 통 누구에게나 이별의 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가족과의 이별이기도, 친구와의 이별이기도, 내가 나고 자란 고국과의 이별일 수도 있다. 매 순간 헤어지며 살아가는 우리 곁에 오래도록 자리하며 위로를 전할 한 권의 책이 나왔다. 국내·외 독자들을 매료시킨 소설가 신경숙이 데뷔 38년 만에 낸 첫 번째 연작소설 ‘작별 곁에서’다. “너에게 갈 수 없으니 나는 여기 있을 게. 오늘은 어땠어? 내일도 물을게.” 예기치 않은 일들로 삶의 방향이 바뀌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간체 형식으로 풀어낸 책은 총 세편의 중편소설을 엮었다. 현대사가 할퀴고 지나간 한 가족의 아프고도 시린 생을 통해 디아스포라의 상실감과 모국어를 향한 그리움을 담담하고도 촘촘하게 보여주는 ‘.. 2023. 5. 12.
요리 통해 따듯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시인이 쓴 에세이, 식탁 위의 고백들 이혜미 지음 “어둠으로 빛을 감싸 매끈하게 묶어둔 일인용 우울 같다. 얼룩말이나 백호가 그러하듯, 자신 안에 빛과 어둠을 모두 지닌 역설.” 나에겐, 보랏빛 형광색이 꺼려져 어릴 적 기피음식 중 하나였던 ‘가지’에 대해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보이지도 않는 땅 속에서 엄청난 색깔을 지니게 된” 야채, ‘당근’에 대해서도, “점령하는, 물들이는, 뒤섞이며 휘저어지는, 강력한 전개.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인 ‘카레’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요리는 접시에 쓴 시, 시는 종이에 담아낸 요리”라고 말하는 이혜미 시인의 첫 에세이집 ‘식탁 위의 고백들’이 나왔다. 2006년 등단 후 시집 ‘보라의 바깥’, ‘뜻밖의 바닐라’, ‘빛의 자격을 얻어’ 등을 펴낸 시인은 “좋아해요, 말하고.. 2022. 3. 19.
‘사람입니다, 고객님’ 콜센터의 인류학 - 김관욱 지음 ‘친절·신속’ 뒤에 가려진 감정 노동 이상의 노동현장 “‘고객이 왕이다’라는 말은 참으로 무섭다. 비용을 지불한 능력이 있다면 일순간 권력의 불평등이 허용된다는 뜻이니 말이다. 과도한 해석일까. 혹은 몇몇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일일까?(중략) 중요한 것은 이런 불평등이 가능한 시대라는 점이다. 콜센터는 그 최전선에 서 있다. 여성 상담사에게 과도한 친절과 미소가 당연한 듯 강요된다. 특정한 감정을 특정 대상에게만 과도하게 강요하는 것이 과연 당연한 일일까? 비용을 치른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것일까?”(본문 중에서) 일반인에게 콜센터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친절, 미소, 정확, 신속과 같은 말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감정, 노동, 갑질 같은 단어도 떠올릴 수 있다. 과거 구로.. 2022.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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