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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편지 세 통
누구에게나 이별의 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가족과의 이별이기도, 친구와의 이별이기도, 내가 나고 자란 고국과의 이별일 수도 있다.
매 순간 헤어지며 살아가는 우리 곁에 오래도록 자리하며 위로를 전할 한 권의 책이 나왔다. 국내·외 독자들을 매료시킨 소설가 신경숙이 데뷔 38년 만에 낸 첫 번째 연작소설 ‘작별 곁에서’다.
“너에게 갈 수 없으니 나는 여기 있을 게. 오늘은 어땠어? 내일도 물을게.” 예기치 않은 일들로 삶의 방향이 바뀌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간체 형식으로 풀어낸 책은 총 세편의 중편소설을 엮었다.
현대사가 할퀴고 지나간 한 가족의 아프고도 시린 생을 통해 디아스포라의 상실감과 모국어를 향한 그리움을 담담하고도 촘촘하게 보여주는 ‘봉인된 시간’, 독일에서 암투병 중인 친구의 작별인사가 담긴 이메일을 받고 무작정 친구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나는 나의 간절한 작별 의식을 써내려간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 소중한 이들을 떠나보내고 몇 년간 은둔하다가 ‘봉인된 시간’의 화자에게 답장을 쓰기 위해 제주의 작업실을 다시 찾은 나의 이야기를 담은 ‘작별 곁에서’까지…
절묘하게 연쇄되는 세 통의 편지는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작별과 사랑, 생의 의미를 사려깊은 문장으로 사유하며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표제작 ‘작별 곁에서’는 인생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뼈아픈 작별을 겪은 ‘나’가 ‘봉인된 시간’의 화자에게 8년만에 보내는 답신으로 쓰였다. 소중한 이들을 떠나보내고 오랜 시간 은둔했던 나는 작업실로 사용했던 제주의 숙소를 8년만에 찾는다. 집주인 유정과 함께 제주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다 4·3의 아픈 흔적을 마주한다. 그리고 “내 숨이 내 것인 것만이 아니”며 “다 살지 못한 사람들 몫까지 내가 함께 살고 있는 것”이라는 유정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삶을 향한 발을 내딛는다. 우리는 그렇게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진실은 매 순간 헤어지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들을 위로하고 있다.
“어느 순간 예기치 않은 일들로 삶의 방향이 틀어져버린 사람들의 작별이 희미하게 서로 연결된 채 여기 있다. 이 세통의 긴 편지가 어디에 도착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당신이 수신하기를 바란다. 그들의 간절한 발신음들이 당신을 만나 서로 손이 닿기를… 내가 어떤 글을 쓰든 그 글들이 종내는 작별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의 어깨를 보듬어주는 온기를 품고 있기를 바라본다.”
<창비·1만5000원>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매 순간 헤어지며 살아가는 우리 곁에 오래도록 자리하며 위로를 전할 한 권의 책이 나왔다. 국내·외 독자들을 매료시킨 소설가 신경숙이 데뷔 38년 만에 낸 첫 번째 연작소설 ‘작별 곁에서’다.
“너에게 갈 수 없으니 나는 여기 있을 게. 오늘은 어땠어? 내일도 물을게.” 예기치 않은 일들로 삶의 방향이 바뀌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간체 형식으로 풀어낸 책은 총 세편의 중편소설을 엮었다.
현대사가 할퀴고 지나간 한 가족의 아프고도 시린 생을 통해 디아스포라의 상실감과 모국어를 향한 그리움을 담담하고도 촘촘하게 보여주는 ‘봉인된 시간’, 독일에서 암투병 중인 친구의 작별인사가 담긴 이메일을 받고 무작정 친구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나는 나의 간절한 작별 의식을 써내려간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 소중한 이들을 떠나보내고 몇 년간 은둔하다가 ‘봉인된 시간’의 화자에게 답장을 쓰기 위해 제주의 작업실을 다시 찾은 나의 이야기를 담은 ‘작별 곁에서’까지…
절묘하게 연쇄되는 세 통의 편지는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작별과 사랑, 생의 의미를 사려깊은 문장으로 사유하며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표제작 ‘작별 곁에서’는 인생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뼈아픈 작별을 겪은 ‘나’가 ‘봉인된 시간’의 화자에게 8년만에 보내는 답신으로 쓰였다. 소중한 이들을 떠나보내고 오랜 시간 은둔했던 나는 작업실로 사용했던 제주의 숙소를 8년만에 찾는다. 집주인 유정과 함께 제주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다 4·3의 아픈 흔적을 마주한다. 그리고 “내 숨이 내 것인 것만이 아니”며 “다 살지 못한 사람들 몫까지 내가 함께 살고 있는 것”이라는 유정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삶을 향한 발을 내딛는다. 우리는 그렇게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진실은 매 순간 헤어지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들을 위로하고 있다.
“어느 순간 예기치 않은 일들로 삶의 방향이 틀어져버린 사람들의 작별이 희미하게 서로 연결된 채 여기 있다. 이 세통의 긴 편지가 어디에 도착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당신이 수신하기를 바란다. 그들의 간절한 발신음들이 당신을 만나 서로 손이 닿기를… 내가 어떤 글을 쓰든 그 글들이 종내는 작별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의 어깨를 보듬어주는 온기를 품고 있기를 바라본다.”
<창비·1만5000원>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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