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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19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밥집은 언제까지 우리 곁에 있어 줄까 개인적으로 성별·나이 불문하고 여러 목적의 친구 집단에 속해 있다. 그 중에서 최고는 역시 술친구다. 같이 술 마실 상대를 유지하는 건 나이를 먹을수록 중요하게 여겨진다. 살 날보다 산 날이 많아지고, 그래서 보내는 시간이 더 절실해지기 때문이다. 꺾어진다고들 흔히 표현하는데 옛날에는 서른다섯이면 그런 말을 했다. 요즘은 오십 세는 되어야 한다. 오십이 넘으면 그러니까, 시간이 더 빨리 간다. 가치 있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그런 상황이니 술친구와 어디 가서 무얼 먹느냐도 그만큼 소중하다. 돈은 없지, 입맛은 오랜 경험(?)으로 높아졌지, 아무 데나 갈 수는 없다. 흥미로운 건 까다로움이 대체로 가격과 반비례하더라는 것이다. 호텔 밥은 그래서 제일 맛이 없게 여겨진다. 딱 원가와 서비스와 심지어 토지 비용.. 2020. 10. 2.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예전에 목포에 들렀다 예전에 목포에 들렀을 때 일이다. 유달산에 올라 보니 삼학도가 그리 작은 섬인지, 그것도 섬답게(?) 멀리 떨어진 것도 아니고 육지에 거의 붙어 있다시피 하다는 것도 의외였다. 유달산에는 등산로에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는데, 구슬픈 노랫가락이 흘러나왔다. 알다시피 이난영의 노래다. 나는 이난영이 활약하던 동시대 사람은 아니지만, 일찍이 그 목소리를 라디오로 자주 들었다. 흔히 한 맺힌 창법이라고들 하는데, 나는 좀 다르게 생각했다. 뭐랄까 중성적이 고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기억에 오래 남았다. 당시 창법은 대체로 구슬프거나 지나치게 발랄한 타입이 대종을 이루었는데, 이난영은 그런 보편적인 창법 저편에 혼자 있는 것 같았다. 야구광인 나는 나중에 해태타이거즈 야구팀의 응원가로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 걸 많이.. 2020. 8. 27.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짜장면과 쌀국수 인류는 ‘면류’(麵類)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유럽에서 아시아·아메리카 대륙에 이르기까지 면은 보편적인 인류의 음식이다. 한국인의 면 사랑은 유별나다. 특히 인스턴트 라면 소비량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나는 하루 한 끼는 면을 먹는다. 해장 음식의 으뜸도 면이다. 한때는 라면과 짬뽕이었고, 요즘은 냉면으로 해장한다. 뭐니 뭐니 해도 오랫동안 가장 좋아하던 음식은 짜장면이었다. 짜장면은 외식의 왕으로 군림했다. 졸업과 입학, 그리고 뭔가 축하할 일이 있으면 사람들은 으레 짜장면을 먹었다. 화교 주인과 요리사가 알 수 없는 중국어로 대화하는 그런 집들이 좋았다. ‘본토’의 맛이라고나 할까. 이국의 정취가 배어 있는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주문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주방에 주문을 넣는 중국어의 악센트, 수타.. 2020.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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