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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19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복어탕의 비결 복어는 오래 전부터 먹던 우리 바다의 생선이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기수 지역을 지나 강으로 역류해서 올라오기도 했다. 서울 한강의 유명한 복어가 바로 황복이다. 이 복어는 서해안에서도 많이 보인다. 강경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복어가 유명했다. 아주 비싸고 맛이 좋다. 문제는 복어 다루기다. 알다시피 복어는 맹독을 품고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복어 조리 기능사 제도를 두어 시험을 치러 자격을 부여한다. 조리 기능사 시험 중에 합격률이 제일 낮다. 사람 목숨을 다루는 일이라 그렇다. 어렸을 때 동네에 있는 일식집 중에 기술이 좋은 집들은 복어를 했다. 한식집도 파는 집이 꽤 많았다. 무슨 자격이 있지는 않았을 것이고, 선배에게 기술을 전수받아 조리했겠다. 그 식당에 복어가 들어오면, 동네 아이들이 가서 .. 2023. 1. 24.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육짬뽕이 늘어난 이유 요리사들은 새벽에 장을 보러 많이 다닌다. 아무래도 생선장을 중시한다. 생선은 좋은 물을 보자면 직접 가는 게 아무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요리사 생활을 하면서 어물, 생선의 위기를 크게 느낀다. 장이 점점 썰렁하고 양이 적어졌다. 한국은 1인당 수산물 소비량 세계 5위 안에 들어가는 나라다. 건강을 위해 수산물을 많이 먹으라고 국가 의료체계에서 독려하는 나라이고, 과거에는 값이 싸서, 요즘은 미식으로도 수산물을 소비한다. 수산물은 이제 제철을 만난다. 봄이 지나면 어황이 변변찮아지고, 봄은 유독 산란철이 많아서 금어기가 길다. 여름도 마땅한 주력 어종이 없다. 가을 초입에 고등어와 전어, 낙지, 굵어진 오징어를 시작으로 수산물 사정이 나아진다. 올해는 영 분위기가 안 좋다. 서울의 요리사들은 .. 2022. 10. 22.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광주 중국집의 김치 한국의 오래된 도시에는 유서 깊은 식당들이 있다. 그중에서 중국집의 존재도 뚜렷하다. 화교는 임오군란 이후 조선반도에 들어와 살다가 1949년 중국에 인민공화국이 생기고 국교가 단절되면서 생겨난 구체적인 디아스포라다. 화교란 말 자체가 이주한 자를 뜻하는 ‘교’(僑)라는 한자를 쓴다. 오도가도 못하게 된 화교의 주업이 포목점과 주물, 이발, 채소 재배, 그리고 우리들의 기억에 선명한 중국집이다. 광주는 화교세가 꽤 셌다. 호남의 목포·군산·전주·익산과 함께 화교 학교가 있어서 자체적으로 기초 교육을 감당했다. 인구가 충분하지 않으면 학교를 열 수 없었다. 화교는 광주에도 많은 중국집을 열었고 시대에 따라 명멸했다. 그중에서 시내에서 아직도 영업하면서 중국집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집들이 있다. 금남로에 .. 2022. 6. 4.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옛날 국수 공장을 가다 예전에 어느 오래된 국수 공장을 간 적이 있었다. 치렁치렁한 국숫발을 햇볕에 내다 말리는 광경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 주었다. 주인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누가 요새 이런 국수 사 먹나요. 마트에 가면 싼 국수가 널렸는데.” 낡은 기계였다. 어린 시절에는 국수 가게가 동네마다 여럿 있었다. 아마도 경쟁도 했을 것이다. 어느 국수 가게가 더 맛있는지, 더 싼지 놓고. 이제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가게다. 주인이 낡은 철물로 된 기계를 돌려서 밀가루 반죽을 해서 기계에 걸었다. 해소 기침하듯, 기계는 쿨럭이며 돌아갔다. “기계 부속을 구할 수 없어서 직접 깎아 만들거나 한다우. 이제 다 된 기계지.” 공장은 불량이 없어야 하고 생산성이 높아야 한다. 생산성 면에서 이런 가게는 할 말이 없다... 2022.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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