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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지역 미술 흐름, 작가 아카이빙 작업 광주미술문화연구소

by 광주일보 2022.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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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빙 작업은 지역 미술 흐름 조망하는 기록이죠”
1999년 창립, 광주시립미술관 '두번째 봄' 전 등 참여
조인호 대표·김정삼·김허경 위원 등 참여…자료 수집·공유

지난 1999년 창립한 광주미술문화연구소는 지역 미술과 관련한 자료를 꾸준히 수집·공유하고 있다. 아카이빙 작업에 참여한 광주시립미술관 ‘두번째 봄’전에서 포즈를 취한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전승보) 개관 30주년 기념전 ‘두번 째 봄’(7월10일까지)은 광주 미술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의미있는 전시다. 30여명이 넘는 작가를 만나는 대규모 기획전으로 다채로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지만 전시장 여건상 참여 작가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아쉬움을 상쇄하며 더 많은 작가와 광주 미술의 이슈를 만날 수 있게 해준 건 미술관의 의뢰를 받아 광주미술문화연구소가 제작한 6점의 영상 아카이브다.

아카이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즘, 광주미술문화연구소(약칭 광주미연)를 창립하고 지금껏 이끌고 있는 조인호 대표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만났다.

1999년 첫발을 뗀 광주미연은 지역 작가와 미술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해 홈페이지(gwangjuart.com)에서 공유한다. 광주 미술의 역사와 함께 가장 발빠르게 현재 열리고 있는 전시 소식과 감상평을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광주미연은 ‘느슨한 연대’ 구조다. 현재 조 대표를 비롯해 김정삼·고영재·오병희·김허경·문희영·김병헌씨가 연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두번째 봄’전에는 조 대표와 함께 문희영(예술공간 집 관장)씨가 참여해 30년 동안의 시기별 이슈들을 통해 지역 작가들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자료를 갈무리, 영상을 만들었다.

“이번 아카이빙 작업을 하면서, 또 전시를 보면서 모든 작가들이 안주하지 않고 다들 열심히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스레 했습니다. 어떨 때는 정체돼 있는 게 아닌가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낸 적도 있는데 끊임없이 변화하며 새롭게 시도하는 모습들이 보였어요. 작가 개인적인 열기와 시도에 반해 도시가 정책적인 뒷받침을 해주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요. 광주 미술을 기록하는 동안 외지에 가서도 광주미술에 대해 꿀리지 않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광주미연은 80년대 격동기 이후 90년대 초부터의 다양한 시도와 변혁, 시대와 함께 한 미술, 예술의 거리에서 빈번히 행해졌던 행위예술, 광주비엔날레의 파장과 참여작가들의 도약과 변화, 뉴미디어아트 등에 주목, 영상을 제작했다.

연구소는 상근직 없이 각자 분야에서 활동하며 진행한 연구와 조사를 공유하고, 함께 공동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공감을 갖고 느슨한 형식으로 묶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카이빙은 정말 중요한 작업입니다. 기본적인 자료가 없으면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거든요. 실체가 없어지는 거죠. 각각의 낱개의 기록들이 엮이면서 광주미술을 조망하고, 한국 미술의 시대별 흐름을 살피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개인 작가들 역시 자기 작업이 어떻게 보여지는 지 객관화하는 자료를 갖는 건 중요하죠. 미술관이나 연구소같은 데서 한 작가, 한 시대를 다양한 각도로 조명해 낸 자료들은 객관화 시켜주는 작업의 하나고, 광주 미술의 역사가 됩니다.”

조 대표는 이런 자료들이 기록이나 정리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과 공유될 수 있는 ‘매개자’ 역할을 하는 게 ‘연구소의 일’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최근 동구청 의뢰로 광주 예술의 거리 아카이빙 작업을 진행했고 김허경 연구원 등이 참여해 오지호 화백 관련 전시회와 세미나 개최, 자료집도 출판했다.

 또 3년째 무안군오승우미술관의 학술연구 작업에 참여해 오 화백 관련 논문집을 발간하는 중이다.

광주미연은 지금은 세상을 떠난 이세길·윤정현씨와 김정삼씨가창립멤버로 참여해 시작했다. 전시를 보고 토론하고 내용을 공유하며 한달에 한번 ‘광주미연’이라는 소식지를 내다 천리안 카페로 옮겨갔고 이후 인터넷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 중이다. 촘촘히 기록된 자료들은 전국의 미술 관계자들이 지역 작가들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활용되기도 한다.

“사이트를 방문하는 이들이 가장 쉽고 편리하게 광주 작가들의 정보를 취합하고, 기본적인 자료를 얻어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미술 애호가들에게 한번쯤 가보면 좋을 전시회를 소개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요.”

조 대표는 청년작가부터 원로작가까지, 전시장에 가장 자주 모습을 보이는 부지런한 연구자다. 그는 “전시 보는 것 자체가 좋다. 새로운 변화를 보이는 작가들을 만나는 게 즐거워 기꺼이 시간을 내 쫓아다닐 욕심이 생긴다”고 말한다.

“오랜 세월 기록하다보면 작가들이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 보입니다. 그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변화하려고 시도하는 모습도 보이구요. 가끔 작가들에게 글을 의뢰받을 때 ‘내 속마음을 이렇게 표현해 줄 줄 몰랐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요. 제가 전시장을 찾을 때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작가의 ‘대변자’라는 생각이예요. 시각적 이미지로 드러내는 것은 한계가 있는데 그걸 제 3자의 시선으로 한번 읽어봐주는 거죠.”

앞으로도 그는 수많은 전시장의 작품 앞에 여전히 서 있을 것이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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