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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그림책 만드는 ‘밤코’ 작가 “훌쩍 커버린 어른들 그림책으로 치유받나 봐요”

by 광주일보 2022.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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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의 농부 부친 땀방울 그린
‘모모모모모’ 볼로냐 라가치상
“그림책 붐에 놀랍고 감사
성고정관념 갖지 않도록 창작”

‘밤코’ 작가의 그림책 ‘모모모모모’(향 출판사)를 처음 접했을 때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논에 심어진 모가 밥이 돼 식탁에 올라가는 과정을 풀어낸 책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함께 가족의 따뜻한 사랑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밤코’는 담양이 고향으로 부모님이 농사 짓는 모습을 떠올리며 책을 구상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난 11일까지 광주 양림동 갤러리 포도나무에서 열린 전시 ‘나의 친애하는 독자에게’ 행사에 참석한 밤코 작가를 만났다. 최근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림책 읽는 어른이 많아졌고, 그림책을 직접 만드는 이들도 눈에 띈다. 얼마전 이수지 작가가 안데르센상을 수상하며 관심은 더 커졌다. 밤코 작가는 요즘의 그림책 붐에 대해 놀랍고 감사하다고 했다.

며칠 전 표지를 새롭게 바꿔 ‘리커버판’이 나온 ‘모모모모모’는 벼농사를 지으셨던 아빠의 ‘땀방울’을 기억하며 기획한 작품이다. 책 말미에 작가가 쓴 글 “모나고 못난 막둥이 모에 튼튼한 쌀알이 맺게 해 준 아빠, 영원한 햇살로 비춰 주는 엄마, 넘어지면 뼈로 묶어 지탱해 준 나의 자매들에게”에는 그의 마음이 오롯이 담겼다.

‘모모모모모’는 ‘벼’, ‘피’ ‘뽑’ 등 의성어도 의태어도 아닌 낱말을 말놀이하듯 배치, 말의 유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모가 밥이 되는 과정을 절묘하게 묘사했다.

“담양에 갔을 때 아빠나 동네 분들이 열심히 농사를 짓던 땅이 카페로 변한 모습을 봤어요. 그 때 우리 아빠가 농사 지으면서 흘린 ‘땀’은, 농민들의 땀은 어디로 갔을까 생각해 봤어요. 아버지의 그 시절을 제일 잘 기억하는 내가 책을 써봐야지 했습니다. 내가 이제 책에 모를 심어봐야지 한 거죠. 저는 문자를 뒤집거나 하면서 기존 형식을 깨트리는 아이디어로 작업하는 타입이예요. 마침 그 때 그림책 공부 중 ‘리듬’에 대해 배우던 중이어서 말의 리듬을 살린 작품이 나온 것 같아요. 이 작품은 한글의 재미를 알아야 공감이 더 가는 책인데 외국에서 상을 수상해 깜짝 놀랐지요.”

딸만 넷인 집안의 막내로 창평고를 졸업한 밤코 작가는 대학에서 섬유예술을 전공했다. 미술대학에 편입해 본격적으로 그림 공부를 했고, 이후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의지를 갖고 자신을 업그레이드가는 일엔 언제나 열심이었다.

대학 3학년 때 교수에게 ‘그림책 작업’을 권유받았던 그는 ‘그림책이 참 아름다운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스토리를 짜고 그림을 그리며 독학하던 그는 도서관에서 많은 그림책을 읽으며 작품을 분류하고 구조를 파악하는 데 공을 들였다. 글쓰기 책도 꾸준히 읽었다. 실 하나로 인생을 이야기하는 세르주 블로크의 ‘나는 기다립니다’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공모전에 계속 낙방해 좌절하던 중 출판사를 소개받아 ‘사랑은 1, 2, 3’ 등 두 권의 책을 펴냈다. 이후 향출판사가 운영하는 그림책 교육 과정에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고, 첫 결과물이 ‘모모모모모’였다.

스물 여덟에 결혼해 열 살 아들을 둔 그는 ‘가족’이 있어 자신의 삶도 작업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밤코’는 남편이 지어준 애칭이다. ‘밤처럼 코가 예쁘다’는 뜻인데, 어렸을 때 코에 콤플렉스가 있던 그녀의 자존감을 높여줬다. 미술을 전공하고 게임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는 남편은 그녀 작품의 첫번째 독자다. 그는 아이를 만나기 전과 후, 자신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도 했다.

“그림책을 그리며 ‘어린 나’를 키우는 마음이 들어요. ‘어린 밤코’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느낌입니다. 이제 어른이 된 나는 모두 이해하지만, 어린 나는 당시 어른들의 어떤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거든요. 어른들에게는 모두 그런 마음이 있기에 그림책으로 사람들이 치유를 받는 듯합니다.” .
그는 그림책 작업 뿐 아니라 ‘재미있다’고 생각되면 일반 작품 전시회도 참여한다. 하나의 작품에 철학을 담아내는 과정이 재미있고, 때론 그 작품들은 그림책으로 가는 ‘씨앗’이 되기도 한다.

“우리 모든 어른의 발끝에는 어린이가 있는 듯합니다. 나무처럼요. 아무리 나무가 크게 자라도 밑둥은 그대로 있듯이 훌쩍 커버린 어른의 발끝에는 아이가 있어요. 그래서 아이가 등장하는 그림책에 위안을 받는 건 아닐까요.”


그는 아이들은 왜 공룡을 좋아할까에서 출발한 그림책 ‘이건 운명이야!’(위즈덤하우스 간)에서 가장 힘이 센 것은 ‘남성’이라는 관념을 깨고 거대하고 힘 센 공룡에게 ‘부케’를 쥐어주는 등 아이들이 성고정관념을 갖지 않도록, 또 차별을 당연시 여기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하며 작업을 하려한다. 최근작으로는 머리카락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들이 펼쳐놓은 걱정들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 ‘걱정머리’ (향출판사)가 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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