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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흑백에 숨겨진 수많은 이야기들, 김종일 정송규 2인전

by 광주일보 2022.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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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형이상학, 흑과 백의 서술’
7월30일까지 무등현대미술관
“하나의 주제로 천착해온 작가 진심 만나보길…”

무등현대미술관에서 ‘흑과 백의 서술’전을 열고 있는 정송규(왼쪽)·김종일 화백.

홍익대와 조선대 미술학과 재학 시절부터 알고 지냈으니 60여년에 달하는 인연이다. 당시 ‘나우회’에서 활동하며 전시회를 열기도 했지만 이 후 각각 구상과 비구상 작업에 몰두하면서 함께 작품을 선보일 기회는 없었다.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한 원로 작가 김종일(80·전남대 명예교수), 정송규(77·무등현대미술관장) 화백의 2인전은 그래서 반갑고 의미있다. 특별기획전 ‘김종일·정송규-존재의 형이상학, 흑과 백의 서술’전(7월30일까지)은 두 사람의 단색화 작품을 집중적으로 펼쳐보이는 기획이다. 화려한 색감의 그림과 달리 검은색과 흰색이 주는 묵직한 정서는 작품 앞에서 한참을 몰입하게 만든다. “단순한 듯 하지만, 오히려 그 안에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게 단색화의 매력”이라는 두 사람의 말이 이해가 된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무등현대미술관 마당 나무 그늘에서 두 작가를 만났다. 대학 시절 이야기부터 시작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노화백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이번 전시는 윤익 기획자가 참여해 의미있게 꾸려졌다. 전시관을 절반씩 나눠쓰는 단순한 구성이었던 당초 기획 대신 그의 큐레이션으로 두 사람의 작품이 엇갈려 걸렸다. 흑과 백은 멀리 떨어져 있기도, 어울리기도 하며 서로의 작품에 스며들어 다채로운 전시장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번 전시에서 정 화백은 ‘백’, 김 화백은 ‘흑’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오랜 화업 동안 두 사람의 작품 세계는 몇 차례 변화를 거쳐왔다. 이번에 전시된 흑백의 단색화는 다년간의 내공이 응축된 작품이다.

“80년대는 자연, 90년대는 누드, 그리고 2000년대는 조각보 작업을 했습니다. 조각보 작업을 할 때는 ‘엉뚱한 짓’을 한다는 말도 듣고는 했지요. 점차 작업이 이어지면서 조각보 작업은 아주 작은 면으로 바뀌어 갔고. 이후에는 색깔을 모두 뺀 단색화 작업들이 추가됐죠. 제 스승인 임직순·오승우 선생님이 모두 색을 화려하게 쓰시는 분들이라 색을 쓰지 않는 작업이 처음에는 낯설기도 했는데, 결국 단색화 작업은 모든 과정을 거쳐 도달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마음을 비우는 법을 배웠습니다.”

반면, 김 화백의 블랙 단색화 작업은 1970년대부터 시작됐으니 역사가 깊다. ‘에뽀끄회’ 창립 멤버로 지역 추상화계를 이끌어온 그는 1980년대의 컬러풀한 ‘생성’ 시리즈 등 변화무쌍한 작품 세계를 선보여왔다.

“모든 색을 다 먹어버리는 게 검은색인데 거기에 바로 블랙의 매력이 있습니다. 그 속에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거든요. 블랙은 심오한 철학을 갖고 있는 색입니다. 물감을 단번에 두텁게 바르기 보다는 수십번 얇게 칠해서 만들어지는 질감은 또 다른 무게감을 더해줘 작품에 힘을 부여합니다.”

이번 전시는 정 화백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단색화전을 한번 해봐야겠다고 늘 생각했던 그는 지난해 아트광주에서 김 화백을 만났을 때 “우리 전시 한번 같이 해봅시다” 라고 말을 건넸고, 이에 김화백이 흔쾌히 응했다.

“줄곧 작업해온, 조각보 이미지에서 출발한 추상 작업은 저의 인생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어요. 특히 화면에 많이 남겨둔 여백은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김 선생 작품은 각도에 따라 다 달리 보이는 게 매력입니다. 앞에서 보고 옆에서 보면 다 형태가 달라요. 온통 검은색인데도 어두워 보이지만은 않고 오히려 환하게 보이죠. 그 색깔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이번 전시 기간 동안 매일 작품을 보면서 새삼스레 공부하는 기분입니다.”

김 화백은 이번 전시에 1970년대 작품부터 근작까지 다양한 그림을 선보이고 있다. 화면의 질감을 위해 스톤과 커피를 담아두는 자루를 활용하고, 아크릴과 먹물을 배합해 자신만의 ‘블랙’을 만들어내는 등 실험이 이어진 작품들이다. 김 화백은 단색화 작품만으로 꾸민 서울 전시회를 구상중이다.

“두 작가는 지역 미술계에서 조명해야할 분들이자, 추상미술을 꾸준히 해오신 분들입니다. 이들의 작품에서는 동양 철학에서 말하는 세상을 관조하고 내적인 명상을 상기시키는 요소들이 있어요. 요즘 지나치게 상업화된 부분이 있기도 한 미술계에서 하나의 주제를 갖고 천착해온 작가들의 진심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윤익 기획자는 이번 전시가 젊은 작가들과 미술 애호가들에게 깊은 울림이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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