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이 광주를 방문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전씨가 광주를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와 맞물려 집단 발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어떻게 광주를 찾았고 어디를 둘러봤는지 등 구체적 이동 경로와 활동 내역 등을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해당 조사가 5·18 핵심 과제인 발포명령자와의 인과 관계를 밝혀 진상규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10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5·18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진상조사위는 11일 서울 중구 저동에서 현판식을 갖고 조사위원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진상조사에 들어간다.
5·18진상조사위는 발포명령자와 암매장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특히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전두환의 광주 방문이 이뤄진 뒤 집단 발포가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 광주 방문여부 및 이동 경로를 확인해 발포명령자를 가리는 조사에 집중해야 한다는 요구가 터져나오고 있다.
현재 전두환이 헬기를 타고 광주를 방문했다는 증언 외에도 대통령 전용기까지 이용했다는 당시 공군 헌병대 수사관인 장모(61)씨의 증언이 새롭게 제기된 상황이다.
1980년 당시 공군 헌병대 314기로 입대한 장씨는 광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광주 송정리 제1 전투비행단(현 K57비행장)에서 수사요원으로 광주지역의 첩보활동을 맡았다고 했다. 그는 4월 말부터 5월 초, 505보안부대의 지시를 받아 금남로 일대의 데모상황을 파악해 보고하는 등 제1 전투비행단 상황실에서 근무했다.
장씨는 “정확한 날짜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1980년 5월 20일 또는 21일 오후 3~4시께 외곽을 순찰하고 부대로 돌아오는 길에 활주로에 있는 ‘대통령전용기’를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장씨는 대통령 전용기가 온 데 이상함을 느껴 “비행기 주변에 있는 동료에게 누가 타고 왔냐고 물었더니 보안사령관(당시 전두환)이 왔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또 상황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전두환과 그 일행들이 상황실 건너편에 위치한 조종사 식당에서 헌병대장, 비행단장 등과 모여 회의를 하는 장면도 직접 목격했다”고 강조했다. 직접 전두환이 회의를 하는 장면을 봤다는 것이다.
장씨는 “당시 상황실에서 회의가 끝나고 전두환과 정호영이 선무방송을 하는 헬리콥터에 타고 광주시내를 돌아봤다는 보고가 올라왔다는 내용을 들었다”고도 했다.
광주시내를 돌아본 전두환 등은 다시 식당에 모여 회의를 한 뒤 돌아간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장씨는 기억했다.
5·18 연구가 및 전문가들은 기존 증언들을 토대로 “가능성이 있는 증언”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제기된 전두환씨 광주 방문 증언의 경우 크게 4가지다. 공군 706보안부대장 운전병이던 오원기씨는 “1980년 5월 21일 오전 전두환은 용산 미 8군 헬기장에서 공군 UH-1H 헬기를 타고 광주로 갔다”고 증언한 바 있다.
미 정보요원 김용장씨는 “전두환이 5월 21일 광주 비행장에 도착해, 광주 상무대 전투병과 교육사령부에서 정호용 등과 회의를 했다, 회의내용은 ‘총기 사용’과 ‘사살명령’이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같은 증언을 고려하면 전두환은 1980년 5월 21일께 용산 미8군 헬기장에서 성남 비행장으로 이동해 대통령 전용기로 광주로 와 다시 헬기로 상황을 둘러본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당시 보안사령관인 전두환의 대통령에 맞먹는 권한을 고려하면 대통령 전용기를 월권으로 이용할 수 있었는 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증언도 존재한다. 진종채 당시 2군사령관은 지난 1995년 검찰 수사에서 “날짜와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5월18일에서 27일 사이 전두환과 노태우 등이 광주비행장에 따로따로 내려와 (소준열) 전교사 사령관, (이재우) 505보안부대장을 만나고 갔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백남이 당시 전교사 작전참모도 검찰 수사에서 “전두환 보안사령관과 노태우 수경사령관이 광주에 방문했다”며 “1980년 5월26일 오전 10시30분에서 11시쯤 광주 공군비행장에 전 사령관이 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노 사령관의 경우 광주 상무대 전교사 사령부 복도에서 마주친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 전씨가 광주를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와 맞물려 집단 발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전씨의 구체적 광주 방문 시기와 횟수, 이동 경로 등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금까지도 전두환과 정호용 특전사령관 등은 5월 21일 광주에 간 일이 없다고 강변하면서 5·18의 발포명령자 규명은 험난한 상태다. 새로 출범하는 5·18진상조사위가 당시 헬기와 대통령전용기의 비행이력, 조종사와 당시 근무자 등의 철저한 조사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한편, 광주일보는 이같은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국가기록원, 국방부, 대통령기록원 등에 당시 대통령전용기 사진과 비행이력 등의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부존재’ 답변을 받았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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