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택시기사 사납금 내면
한달 실수입 30만~40만원 불과
오비맥주 화물운송 노동자
물동량 줄면서 200여명 해고
한달 1만개 배달 40대 택배기사
자택서 숨져…택배노조 규탄 집회
광주시 긴급생계비도 못 받아
“한 달에 손에 쥐는 건 50만원 밖에 없어 월세도 못내는 형편인데, 월 소득신고액이 190만원이라 ‘광주시 가계긴급생계비’ 를 지원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합니까.”
법인택시회사에 택시운전을 김모(51)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당장 생활고에 부딪혔다. 코로나 19 여파로 손님이 뚝 끊기면서 지난 2월에는 고작 30만원을 받았다. 3월에는 더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50만원만 손에 쥐었다.
당연히 광주시의 ‘가계긴급생계비’ 지원을 받을 줄 알았다. 김씨 같은 1인 가구의 경우 월 소득이 175만 7194원 이하면 받을 수 있다. 그거라도 받아 생활비에 보태면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
기대는 크게 빗나갔다. 김씨의 월 소득액은 190만원이라 지원금 지급 대상이 안된다는 답변을 광주시로부터 들어야 했다.
김씨가 이처럼 적은 급여를 받는 데는 김씨 회사가 ‘사납금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광주지역 모든 택시회사가 ‘전액관리제’를 진행하고 있다는 광주시 입장과 다른 대목이다.
김씨는 매일 택시를 몰며 벌어들인 수익 중 19만4000원을 회사에 납입해야 한다. 한 달 25일을 기준으로 회사에 내는 돈, 이른바 ‘사납금’이 485만원이다. 회사와 김씨는 사납금을 모두 내면 월 급여로 19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계약을 맺었다. 하루에 택시 수익으로 20만원을 벌었을 경우 사납금을 내고 남은 돈 6000원의 60%가 택시기사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사납금을 채우는 게 여의치 않다는 게 김씨 등 대부분의 택시기사들 얘기다.
김씨도 매일 채우지 못한 사납금을 월 급여에서 뺐더니 30만~50만원을 받게 된 것이다. 회사측도 해결할 방법이 없고 광주시도 대책이 없다는 입장만 내놓을 뿐이다. 광주시가 택시회사 사납금제를 없애고 전액관리제(월급제)를 추진했다면서 실제 현장에서는 사납금제가 그대로 유지되다보니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택시회사들이 실시한다는 ‘전액관리제’도 일정 수입을 올린 기사들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제도”라며 “코로나19 여파로 힘들어하는 택시기사들을 위한 실질적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하소연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노동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고용 안정성이 낮은 특수고용직 종사자들과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지만 정부 대책의 온기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코로나19 여파로 시민들의 야외 활동이 줄면서 급격히 늘어난 택배물량을 배달해온 택배노동자가 숨졌다. 택배노조와 동료, 유족들은 과로사를 의심하고 있다.
7일 전국택배노동조합 호남지부에 따르면 CJ대한통운 광주 장수터미널에서 근무하던 A(42)씨는 지난 4일 새벽 자택에서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심정지로 인한 돌연사가 주요 사인으로 추정됐다.
어린이날인 5일, 가족들과 모처럼 휴가를 내고 제주여행을 계획했던 터라 가족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노조 등에 따르면 A씨가 최근 3개월 간 배송했던 배송물량은 지난 2월 9960개, 3월 1만1330개, 4월 1만 288개에 달한다. 하루평균 배송물량만 420개가 넘는다. 택배 분류작업도 배달기사의 몫이라는 점에서 A씨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대략 새벽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무려 15시간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가 지난달 택배업계와의 간담회를 통해 택배기사 충원, 적정 근무체계 마련, 휴게시간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구너고사항을 마련했지만 현장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나마 A씨는 택배회사 대리점과 직접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라 고용보험 등에도 가입하지 못했다. CJ대한통운 배달기사의 98%가 A씨와 같은 개인사업자라는 게 노동조합의 설명이다.
양성현 전국택배노조 호남지부 사무국장은 “법원을 통해 엄연한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았지만 CJ대한통운과 교섭한 번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A씨 사망과 관련, 지난 6일 CJ대한통운 물류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노동조건 개선 등을 위한 교섭에 나설 것 ▲과로사에 대해 책임질 것 ▲물량 폭주에 따른 대책 마련 ▲배송수수료 인상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거리로 내몰리는 화물차기사들=화물연대 대전지부 오비맥주지회는 지난 6일 경기도 이천공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고용 유지를 촉구했다.
7일 화물연대 등에 따르면 오비맥주 화물운송 업무를 맡고있는 화물차 기사 200여명이 지난 4월 계약이 만료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오비맥주는 물량 감소 등을 들어 운송기사들과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오비맥주 화물차 기사들은 오비맥주가 아닌 1차 물류사인 운송사와 직접 계약을 맺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다.
노조 측은 “오비맥주는 줄곧 정식계약을 하지 않고 구두로 합의를 한 뒤 중간에 계약을 해오곤 했다”면서 “기사들은 자비를 들여 오비맥주 요구사항에 맞춰 차량 구조까지 바꾸기도 했는데, 대책도 없이 길거리로 내몰았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오비맥주에 화물차 기사들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오비맥주는 직접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 물류사와 해결해야할 문제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영길 오비맥주지회장은 “화물차 기사들이 생계 대책을 마련하느라 고민하고 있는데도, 오비맥주는 지난해 439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며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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