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까지 회화 등 135점
아카이브 70여점, 인터뷰 영상 등
“그림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열심히 작업 하시면서 모범을 보여주셨다.” “드로잉 작품을 쌓아 놓은 높이가 자기 키보다 높아야 그림을 그린다고 할 수 있다는 말을 늘상 하셨다.” “우리가 화가로서 꿈을 꾸고 희망을 갖게 해주셨다.”
황영성, 최영훈, 정송규.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원로 화백들이 추억하는 스승의 모습이다. 결혼한 제자 집을 방문해 행여 그림을 놓지는 않았는지 마음을 쓰고, 제자들을 취직시키기 위해 완행버스를 갈아타며 지역으로 돌아다니던 모습도 그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고(故) 임직순(1921~1996) 화백. 고(故) 오지호 화백과 더불어 호남 구상 화단의 양대 산맥을 구축한 그는 충북 괴산 출신이지만 오 화백의 초빙으로 조선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광주와 인연을 맺고 광주 화단의 튼실한 터를 닦았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2 광주미술아카이브-색채의 마술사, 임직순’전(6월26일까지)은 임 화백의 화업을 재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으로 광주시립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전이기도 하다.
회화 75점, 드로잉 65점 등 135점의 작품과 사진, 신문기사, 편지 등 아카이브 70여점, 제자들의 인터뷰 영상 등이 나온 전시는 임직순 화백의 모든 것을 망라했다.
일본미술학교 유화과를 졸업한 임 화백은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정물’로 입선하고, 1946년부터 인천여고, 숙명여고 등에서 교편생활을 했다. 1956년 ‘화실’, 1957년 ‘좌상’으로 국전에서 문교부장관상과 대통령상을 수상한 그는 1961년부터 오지호의 뒤를 이어 조선대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숱한 제자들을 길러냈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그를 왜 ‘색채의 마술사’라 부르는 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인물화, 풍경화, 정물화 등 그의 대표작품들이 품고 있는 다채로운 색채는 압도적이다.
화가 보나르처럼 ‘눈 먼 자의 최초의 개안’으로 “그 빛과 색채의 만남을 통해 건강한 생과 자연에 대한 헌사를 남기고 싶었다”는 그의 고백대로 다채로운 색채로 풀어낸 작품들은 인물에 대한 애정과 자연에 대한 헌사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임 화백의 트레이드 마크인 ‘좌상’ 형식의 다양한 인물화는 책을 읽고 있거나 턱을 괴고 있는 등 각기 다른 포즈와 색채, 배경, 꽃 등이 어우러져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여수신항, 송광사, 승선교 등 그가 잡아낸 남도의 풍광들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시기별 대표작과 작업 방식의 변화 지점을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한 전시 레이아웃 역시 다양한 색채를 바탕으로 제시됐다.
첫 번째 섹션 ‘색채 속에서 피어나고 색채 속으로 스민다’(1950년대~1970년대 초)에서는 사실적인 재현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갔던 시기의 작품들을 만난다. 적절한 색의 배치와 치밀한 구도를 확인할 수 있는 인물화로 국전에서 특선을 받았던 ‘해바라기와 소녀’가 대표적이다.
두 번째 섹션 ‘찬란한 색채의 집합’(1970년대 중반~1980년대 초반)은 강렬한 색을 기본으로 공간과 형태에 대한 다양한 변용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구성됐다.
일본과 프랑스에서 개인전을 열고 유럽에 체류하며 작업을 했던 그의 변화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섹션으로 초기 작업에 비해 훨씬 풍요해지고 강렬한 색채 대비가 화면 속에서 나타난다.
사실적인 묘사에서 한 발 나아가 단순화된 선과 색을 이용한 형태로 조금씩 변화를 보이는 단계로 그가 자연에서 얻은 감동을 그대로 화폭에 재현하기 보다는 “감동이나 감격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심화시킨 작품”들이다.
마지막에 전시된 작품은 드로잉 60여점이다. 수업시간마다 10장의 작품을 제출하게 하는 등 드로잉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던 그의 ‘기본’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그밖에 황영성 화백 등이 참여한 인터뷰와 오광수 미술 평론가가 진행한 1982년 다큐멘터리 ‘KBS TV 미술관’ 영상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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