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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문예지 ‘물과별’ 창간…강진 출신 김재석 시인 “어느 신인의 문예지 소개 부탁에 정신 번쩍 들었죠”

by 광주일보 2022.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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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회 발간 “창작기회·공정한 문단 풍토 마련”
36명 게재…‘물과별’ 신인상에 배인숙 시인

 

날로 문학하기가 어려운 시대라고 한다. 책을 읽지 않는 독자가 점차 늘어난 것도 요인이지만 책 외에도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많아진 탓이다. 문학을 하기도 어렵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문예지나 문학 전문지를 발간한다는 일이다.

최근 강진과 목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인이 시 문예지를 창간해 눈길을 끈다.

 

강진 출신인 김재석 시인이 주축이 돼 창간한 시 전문지 ‘물과별’이 그것. 제호 ‘물과별’은 강진이 낳은 시문학파를 대표하는 시인 김영랑의 작품에서 따왔다.

“물 보면 흐르고/ 별 보면 또렷한/ 마음이 어리면 늙으뇨// 흰날에 한숨만/ 끝없이 떠돌던/ 시절이 가엽고 멀어라…”(‘물 보면 흐르고’ 중에서)

최근 김재석 시인은 전화 통화에서 “이번 문예지는 갈증을 풀어주는 ‘물’ 같은, 길 잃은 이들에게 이정표가 되어 주는 ‘별’ 같은 역할을 ‘물과별’이 할 것”이라며 “외롭고 낮고 쓸쓸한 소외된 문인들에게 작품 발표의 기회를 주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시인은 남도를 배경으로 ‘목포’, ‘그리운 백련사’, ‘조금새끼’ 등 의미있는 창작집을 발간했다. 1990년에 ‘세계의 문학’에 시로 등단한 김재석 시인은 2008년에는 유심신인문학상 시조부문에 당선됐다. 오래 전에 교직에서 명예퇴직 한 그는 시와 시조 장르를 넘어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문예지 ‘물과별’은 계간지가 아닌 년간 2회 정도 낼 계획이다.

문예지 ‘물과별’을 창간한 강진 출신 김재석 시인. <광주일보 자료사진>

그가 문예지를 창간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지난해 어느 신인으로부터 받은 전화가 계기가 됐다.

“작품을 좀 발표하고 싶은데 안내해 줄 만한 문예지가 있으면 주선해 달라”는 전화를 받고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사연인즉, 예술인 복지재단에 예술인 등록을 하려면 몇 해 동안 작품활동 한 사실을 증빙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그동안 작품을 발표할 기회를 갖지 못해 예술인 증명서를 신청하지 못했던 것.

주간을 겸하고 있는 김 시인은 “예술인 복지재단뿐만 아니라 개인 창작기금을 주는 단체들이 대부분 몇 해 동안 발표할 작품을 제출하라고 한다”며 “작품 발표할 기회를 갖는 문인들 중에는 뛰어난 작품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작품을 발표할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줄이 닿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줄’이 없거나 아주 뛰어난 시인이 아니고서는 작품을 지면에 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없는 게 현실다. 더욱이 지난 2년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문인들이 작품 발표는 고사하고 생계가 위협받을 만큼 힘든 상황이었다. 언급한대로 지명도가 낮거나 흔히 말하는 ‘문단정치’와는 거리가 먼 시인들이 문예지에 작품을 게재할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김 주간은 “가지고 있는 돈이 적은데다 준비 기간이 짧아 문예지를 창간하는 데 난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행히 이전에 편집을 배워뒀던 터라 어느 정도 내 손을 넣을 여력이 됐다”고 밝혔다. 원고료는 어떻게 충당하는지 물었더니, 그는 “이번 창간호에 모두 36분이 작품을 보내줬다. 이분들께 문예지를 보내드리는 것으로 원고료를 갈음하고 양해를 구했다”며 웃었다.

책에는 김문배, 양성우, 임원식, 주전이, 주정연, 최재환, 허형만, 김길전 시인의 작품과 기획특집으로 고규석, 이상인, 오천수 시인의 시가 실렸다. ‘물과별’ 신인상으로 당선된 목포 출신 배인숙 시인이 작품 ‘커서’ 외 9편도 수록돼 있다.

김 주간은 ‘닻’을 올렸으니 힘이 닿는 데까지 문예지를 발간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말미에 의미있는 말을 붙였다.

“문단은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공정하지 않은 문단의 풍토에 좌절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스스로 길을 내는, 정말로 문학이 좋아 글을 쓰는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싶습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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