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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담긴 세상

[이덕일의 역사의 창] 8대 역사문화권 유감

by 광주일보 2022.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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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8대 역사문화권으로 나눠 국고를 지원하는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야사 복원을 국정 100대 과제의 하나로 설정해 막대한 국고를 쏟아부으면서 가야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역사문화도 복원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안이다. 얼핏 보면 전국 각지의 고대 역사문화 지역을 복원하고 활성화하겠다는 좋은 뜻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그 속뜻을 알고 보면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전혀 다른 내용들이 드러난다.

8대 역사문화권 중 가야 역사문화권과 마한 역사문화권이 있다. 가야 역사문화권은 ‘경남·경북·부산·전남·전북 지역’이라고 설정했다. 한국과 일본의 식민사학자들은 ‘가야는 임나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한다. 이들이 말하는 가야는 고대 야마토왜(大和倭)의 식민지 임나다. 그 가야(임나)가 경상도뿐만 아니라 전라남북도까지 모두 차지했다는 것이다. 임나(가야)가 전라도까지 지배했다고 우긴 인물은 아유카이 후사노신(鮎貝房之進:1864~1946)이다. 1895년 아유카이는 한 손에는 니뽄도(日本刀), 다른 손에는 석유통을 들고 경복궁 담을 넘어 들어가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했던 낭인 깡패인데, 나중에 역사를 연구한답시고 ‘일본서기 조선관계 지명 고(攷)’를 썼다. 이 책에서 가야(임나)가 전라도까지 지배했다고 우긴 것이 21세기에 되살아나 대한민국 국민들의 피땀 서린 국고가 쏟아부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취지에 맞춰 문화재청에서 전라북도 남원을 야마토왜의 식민지인 ‘기문국’으로, 경남 합천을 이른바 임나 7국의 하나인 ‘다라국’으로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했다가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주춤하는 중이다. 정부 기관은 경상도와 전라도가 옛날부터 야마토왜의 식민지였다고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하고 시민들은 이에 맞서 조상 전래의 역사를 지키려고 싸우는 형국이다.

마한 역사문화권은 당초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전남 일대’라고 규정했다가 슬그머니 ‘충청·광주·전남·전북 지역’으로 확대되었다. 역사 강역이라는 것이 엿장수 맘대로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식민사학자들에게는 맘대로 늘릴 수 있는 조청 같은 것이 된 지 오래다. 정권과 결탁한 식민사학자들이 당초에는 영산강 유역을 마한 강역으로 설정하는데 만족했다가 정부에서 가야사를 임나일본부사로 둔갑시켜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하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얻어 ‘충청·광주·전남·전북 지역’으로 확대시킨 것이다.

이 경우 백제사와 충돌한다.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은 ‘백제 역사문화권’을 ‘서울·경기·충청·전북 지역’으로 명기해서 전남 지역은 백제 강역이 아닌 것으로 삭제시켰다. ‘삼국사기’ 백제 동성왕 20년(498년)조는 탐라가 공납과 세금을 바치지 않자 동성왕이 직접 정벌하려고 무진주(광주)까지 내려가자 탐라가 죄를 빌어서 그만두었다고 말하고 있다. 즉 광주뿐만 아니라 제주도까지 백제 강역인데, 백제 강역에서 전남을 슬그머니 빼놓는 한편 마한을 집어 넣은 것이다.

‘삼국사기’는 백제 온조왕 27년(서기 9년) 마한이 멸망했다고 말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식민사학자들은 3세기까지 마한이 존재했다고 우긴다. 그러니 서기 9년에 마한이 멸망했다는 ‘삼국사기’는 가짜라고 우긴다. 3세기까지 ‘충청·광주·전남·전북 지역’에는 마한 54개 소국이 존재했다고 우긴다. 그래야 서기 369년에 야마토왜가 가야를 점령하고 임나일본부를 설치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새 정권에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다. 역사 문제 하나만 바로잡으면 성공한 정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역사 분야에 관한 한 문재인 정권은 조선총독부 역사관을 추종하는 식민사학자들이 제 세상을 만나서 날뛰었던 시기다. 그러니 문화재청이 가야사를 임나일본부사로 바꾸어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했다가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것이다. 이제 이를 바로잡을 때가 되었다. 독립운동가의 역사관이 새 정부의 역사관으로 자리 잡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순천향대학교 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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