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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사람이 만드는 것인데, 이 교과서는 건국 시조 이름도 안 썼다. 한 문중의 족보를 편찬하면서 시조 이름을 빼고 편찬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상식이 교과서 편찬자들에게는 없다. 함석헌 선생은 ‘뜻으로 본 한국 역사’에서 “역사를 쓰려다가 죽은 뼈다귀의 이름만 적어 놓고” 말았다고 비판했지만 한국사 교과서에는 ‘죽은 뼈다귀의 이름’도 없다.
그 다음 교과서는 “백제는 3세기 경 고이왕이 마한의 소국들을 공격하여 한강 유역을 장악하였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삼국사기 중 ‘백제 온조왕 본기’ 27년(서기 9년)조는 “여름 4월에 마한이 드디어 멸망하였다”라고 말하고 있다. ‘삼국사기’는 마한이 서기 9년에 멸망했다는데 교과서는 3세기 중반 고이왕 때에도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럼 망했던 마한이 다시 살아나서 고이왕의 백제와 싸웠다는 것일까? 이를 알려면 삼국사기 ‘백제 고이왕 본기’에 대해서 살펴봐야 할 것이다. 삼국사기 ‘고이왕 본기’는 마한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없다. 그러면 어떻게 된 것일까? 온조왕이 서기 9년에 마한을 멸망시켰다는 ‘삼국사기’ 기사는 가짜라는 것이다. 온조왕이 아니라 고이왕이 멸망시켰다는 것이다.(노중국 ‘백제정치사 연구’, 이기동 ‘백제국의 성장과 마한 병합’) ‘삼국사기’는 온조왕이 마한을 멸망시켰다는데 한국의 역사학자들은 온조왕이 아니라 3세기 중엽의 고이왕이 멸망시켰다고 우긴다. 그렇게 보는 근거는? 물론 그런 사료적 근거는 없다. 자신들이 그렇게 본다는 ‘두 눈’이 유일한 근거다.
이 교과서는 또 “4세기 중엽 근초고왕은 … 왜와 교류하였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짐작하겠지만 삼국사기 ‘근초고왕 본기’에는 ‘왜’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그럼 이 기사는 어디에서 나왔는가? 한국 재점령을 꿈꾸는 일본 극우파들의 성서인 ‘일본서기’는 신공왕후의 사신 사마숙녜의 시종 이파이가 백제에 가자 초고왕이 막대한 선물을 주면서 “계속 조공품을 바치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백제 근초고왕이 신공왕후의 사신의 시종에게 “계속 조공품을 바치고 싶다”고 간청한 것이 교과서 집필자들의 눈에 ‘왜와 교류’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일본서기’는 백제 초고왕이 야마토왜의 신하라고 자청하면서 영원히 충성하겠다고 맹세했다고도 주장한다. 물론 모두 거짓말이지만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들은 사실로 본다. 이들이 일본 극우파의 눈으로 우리 역사를 보는 것은 자유일지 모르지만 교과서 집필권을 가지고 우리 후세들의 역사관을 망쳐 놓는 것은 자유의 범주를 넘는다.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많은 시민들이 분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를 바로 잡아야 할 담당 관료들과 정치인들은 이들과 카르텔이라도 형성하고 있는지 오히려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정상적 독립 국가의 길은 아직 멀다.
<순천향대학교 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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