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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근대 유산, 그 기억과 향유-이광표 지음

by 광주일보 2022.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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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맞닿은 살아있는 역사, 근대를 보다

 

근대건축물 가운데 광주극장의 의미는 남다르다. 내부에는 역사를 담은 사진, 영화 포스터를 비롯해 입간판이 있으며 영사기도 전시돼 있다. 영화표에 찍었던 다양한 도장들과 영화 안내 멘트가 기록된 노트를 비롯해 옛 초대권을 보면 그 시절로 역류해 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1935년 문을 연 광주극장은 올해로 개관 86주년이 됐다. 3개 층 856석에 스크린이 하나다. 복합상영관이 대부분이지만 광주극장은 단관을 고집한다. 한때는 ‘조선 제일의 대극장’이라는 찬사와 함께 호남의 대표 극장의 명성을 구가했다. 지금도 극장에는 손으로 그린 간판이 걸려 있을 만큼 옛 향수가 묻어난다.

오래된 극장을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가 많은 출입문이다. 3개층에 모두 13개. 1층 중앙 출입문 옆에 비밀스러운 문이 하나 있다. ‘임검석’이라고 쓰인 문으로, 1층 관람석 뒤쪽으로 연결돼 있어 1층이 훤히 보인다. 70년대 시절 교사나 경찰들이 청소년 영화 단속을 실시했다. 광주극장의 임검석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됐다. 일제 경찰은 영화를 검열하고 조선인들을 감시하기 위해 임검석을 만들었다.

 

 

1935년 개관 이후 호남 대표 극장의 명성을 구가했던 광주극장. 객석 뒤쪽의 임검석은 1960~1970년대 청소년들의 영화 관람을 지도 단속했던 공간이다.

이광표 서원대 휴머니티교양대학 교수의 저서 ‘근대 유산, 그 기억과 향유’에는 오늘과 맞닿아 있는 근대의 다양한 풍경이 담겨 있다. 저자는 근대를 온전히 기억하고 향유하고 있는지 묻는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맡고 있는 저자는 문화재 담당 일간지 기자로 활동했으며 ‘문화재 가치의 재발견’, ‘명품의 탄생’, ‘손 안의 박물관’ 등을 펴낸 문화재 분야 전문가다.

근대 하면 떠오르는 장소들이 있다. 인천 개항장 거리와 차이나타운, 수탈의 상흔이 남아 있는 군산 도심, 1930년대 후반 세워진 목포의 조선내화, 윤동주 시인의 원고가 보관돼 있던 광양 정병욱 가옥, 분단과 전쟁의 상흔이 깃든 벌교 보성여관 등이 그것이다.

근대에 대한 관심은 점차 확산돼 가는 추세다. 근대 건축물을 문화공간이나 이색적인 카페로 활용하고 있는 곳도 부지기수다. 옛 서울역, 대구와 청주 연초제조창, 부산 고려제강은 규모가 큰 곳이다. 청주에는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대중목욕탕 학천탕이 유명하다.

오래된 빵집만 해도 오늘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군산 이성당, 서울 태극당, 대전 성심당, 대구 삼송빵집, 부산 백구당은 빵맛뿐 아니라 빵집의 내력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든다. 노포에 대한 향수와 아울러 브랜드를 직접 향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근대가 대세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만만치 않다. 근대 유산을 훼손하거나 파괴하는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저자는 “앞으로 50~100년이 흐르면 어엿한 문화유산으로 대접받을 텐데, 그것이 비록 사유재산이라고 해도 서둘러 미리 훼손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사적 284호로 지정된 100년 역사의 옛 서울역 전경. <현암사 제공>

저자는 근대 건축물을 활용하는 방식도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주장한다. 대부분 전시장, 공연장, 카페로 쓰이는 게 일반적이다. “고민과 성찰이 결여된 너무나 손쉬운 활용”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물리적 공간을 기억하고 이미지를 경험하고 소비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발 나아가 저자는 “원래 건물의 맥락이나 의미”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또한 근대 유산에 대한 관심과 흥미로운 변화와 맞물리는 “좀 더 논리적이고 깊이 있는 탐구”를 제안한다.

이밖에 책에는 근대 유산의 다양한 현장과 일제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궁궐과 왕릉, 산업화시대의 공장과 굴뚝 등도 소개돼 있다. 하나하나가 귀한 근대의 자산이자 문화다.

저자는 말한다. “근대 유산은 과거이면서 현재이다. 과거의 연속이면서 거기에 새로운 변화가 축적된다. 현재와 연결되어 있고 현재의 사람들이 행위에 참여한다… 따라서 근대 유산은 그 어떤 문화유산보다도 이 시대 대중들의 수용과 인식의 문제가 더욱 중요해진다.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관점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현암사·2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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