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데뷔시즌을 보낸 ‘호랑이띠’ 박정우가 ‘호랑이 해’ 질주를 준비한다.
지우고 싶은 KIA 타이거즈의 2021시즌이었다.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찍 5강 싸움에서 멀어졌고, 올해도 아쉬운 부상은 이어졌다.
내용·결과 모두 좋지 못했지만 팬들을 웃게 한 이들도 있었다. 외야수 박정우도 눈길 끈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시즌을 앞두고 진행된 자체 연습경기에서 아마추어 시절에도 기록하지 못했던 홈런을 날리며 윌리엄스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고, 가을에는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프로 5년 차에 만든 최고의 해였다.
박정우는 “5월 1일 데뷔한 날이 가장 좋았다. 첫 안타를 기록했을 때는 긴장돼서 친 줄도 몰랐다. ‘제발 제발’을 외치면서 뛰었다”며 “신고선수였다가 데뷔를 했다. 기회가 없을 줄 알았는데 꿈같은 시즌이었다”고 웃었다.
꿈같은 시즌, 박정우에게는 깨기 싫은 꿈이기도 했다.
박정우는 “시즌을 보내면서 잠도 잘 못 자고 새벽에 놀라서 깨기도 했다. 1군에서 시합을 하니까 2군에 내려가기 싫었다. 못하면 내려가는 게 당연하니까 잠을 설치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앞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던 만큼 어렵게 찾아온 기회가 간절했다.
박정우는 “시작이 안 좋았다. 자리가 없어서 군대도 갔고, 다녀와서는 다쳐서 눈치도 보였다. 11월만 되면 ‘방출되면 어떻게 하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올해도 솔직히 그런 생각을 했다. 1군에서 뛴 선배들이 팀을 나가는 것 보면서 생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와 다른 모습, 경쟁자로 뛰었던 친구들의 활약도 박정우를 작아지게 했다. 올 시즌 타격왕에 오른 키움 이정후와 함께 김혜성, 김재웅 등이 박정우의 친구들이다.
박정우는 “내 친구들은 다 잘 해서 TV를 보면서 자존심이 상하기도했다. 반이라도 따라가고 싶은 마음에 의욕이 앞서 부상을 당하는 등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며 “고등학교 때는 자신감 있게 했었다. 못하면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했는데 프로는 다음이 없는 것 같다. 그런 걸 아니까 잘해야지 잘해야지 하는데 더 못하고 심리적인 부분이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올림픽 휴식기에 진행된 연습경기에서는 무릎 부상을 입었고, 1군 재진입을 노리던 상황에서는 2군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위기를 넘은 박정우는 결실의 가을을 보낼 수 있었다.
175㎝ 단신 선수로 파워는 부족하지만 악착같은 플레이로 팬들과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끌었다. 김종국 감독이 올 시즌을 돌아보며 ‘미래의 희망’으로 언급한 이름 중 하나가 박정우다.
박정우는 “코치님들이 기대를 하시는 줄 몰랐다. 자존감이 낮다. 저를 인정해주셨으니까 열심히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나는 시즌 끝났을 때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나는 지금도 시즌이다”고 언급했다.
올 시즌을 통해 박정우는 1군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배웠다.
박정우는 “우선 몸을 불려야 할 것 같다. 손목 운동도 해야 한다. 근육량이 적어서 1월에도 안 쉬고 똑같이 운동해야 경쟁할 수 있다”며 “1군에 오는 선수들은 다 잘하니까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파워나 민첩성에서 하나라도 부족하면 안 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순발력은 생존을 위한 키워드다. 박정우에게 팀이 기대하는 부분이 수비와 주루고, 부족한 화력을 채우기 위해 김종국 감독은 작전 야구를 말하고 있다. 또 견고한 센터 라인을 강조하는 만큼 박정우는 순발력을 키워 입지를 넓혀야 한다.
박정우는 “수비에서 첫 스타트가 중요한데 순발력이 필요하다. 주자로도 순발력이 중요하다. 도루를 2번 했는데 다 죽었다. 2군에서는 잘 됐는데 1군에서는 통하지 않으니까 순발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내 장점은 수비다. 수비에서는 실수하고 싶지 않다. 실수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작전 야구’ 위주로 간다면 기회가 더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연습해야 한다”며 “내가 시합 나가게 되면 대주자, 대수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스타트 연습도 하고 투수의 투구 습관을 본다던가 포수의 움직임 같은 것을 살펴보고 있다. 야구 영상도 많이 보고 있다. 내가 플레이했던 영상도 다시 보면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의 높은 벽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던 박정우는 화려한 무대도 경험했다. 그만큼 새 시즌을 기다리는 각오가 남다르다.
박정우는 “2군에 내려가기 싫다. 너무 힘들다. 박기남 코치님이 사랑을 주시는 만큼 너무 힘들게 훈련을 시키신다(웃음). 코치님이 내려오지 말라고 한다. 2022시즌에는 안 내려가는 게 목표다. 꼭 보여드리겠다. 신인들도 들어오고 또 경쟁 해야 한다. 지고 싶지 않다”고 호랑이해를 맞는 각오를 밝혔다.
/글·영상=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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