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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주소 이야기-디어드라 마스크 지음, 연아람 옮김

by 광주일보 2021.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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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에 숨겨진 놀라운 역사와 재미있는 이야기

내년이면 창사 70주년을 맞는 광주일보사의 주소는 오랫동안 ‘광주시 동구 금남로 1가 1번지’였다. 전일빌딩에 자리했던 회사가 이사를 갈 때 가장 아쉬웠던 것 중의 하나가 이 주소를 더 이상 쓸 수 없다는 점이었다. 광주에서, ‘금남로 1가 1번지’라는 주소가 갖고 있는 상징성은 꽤 크다. 이처럼 주소는 우편물을 정확하게 배송하는 수단 등 기능적이고, 행정적인 장치 그 이상일 수 있다.

작가이자 변호사로 활동하며 ‘뉴욕 타임즈’, ‘가디언’ 등에 글을 쓰고 있는 디어드라 마스크가 펴낸 ‘주소 이야기는 주소와 거리 이름에 대한 사람들의 다종다양한 생각에 흥미를 느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취재하고 탐사한 내용을 기록한 책이다.

주소의 기원과 역사를 탐색하고 주소 체계와 거리 이름에 담긴 다양한 사회 정치적 이슈를 탐구한 저자는 도로명이 정체성과 부에 대한 문제이며 인종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모든 것은 ‘권력’과 연계돼 있음을 보여준다. 책은 또 도로에 이름을 짓고 번호를 붙이는 계몽사업이 어떻게 인간의 삶과 사회를 개혁한 혁명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다룬다.

저자는 미국 전역뿐 아니라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지역과 일본, 인도, 아이티, 남아프리카 공화국까지 전 세계의 사례를 취재하고 인터뷰해 주소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해방 이후 66년 동안 일본식 구획 주소 체계를 사용하다 지난 2011년 서양식 체계를 도입, 도로에 이름을 부치고 집마다 번호를 매기는 새로운 주소 체계를 도입한 한국의 사례도 소개돼 있다. 더불어 구글 플러스코드 등 디지털 주소의 등장으로 변해 갈 주소의 미래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지난 몇년간 뉴욕 시의회에서 통과된 조례의 40% 이상이 도로명 변경에 관한 것이었을 만큼, 주소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움직인다.

주소는 단순히 위치를 지정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바로 인접한 토지도 서로 다른 행정 구역에 편입되는 순간 가치가 달라진다. 트럼프의 부동산 개발 회사는 건물 주소를 ‘콜럼버스 서클 15번지’에서 ‘센트럴파크 웨스트 1번지’로 바꾸어 줄 것을 뉴욕시에 요구했다. 트럼프 회사는 이 아파트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주소”를 갖고 있다고 광고했다. 트럼프는 주소가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도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주소가 지니는 상징적 가치 때문에 무엇을 기념하고 기념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는 사회 구성원들의 정치적, 종교적, 역사적 가치관이 깊게 배어 있고 지정과 개정 등에는 다양한 논의와 논쟁이 따른다. 나치 시대의 거리 이름을 통해 과거사를 극복하는 독일 베를린이나, 미국의 인종문제를 고발하는 미국 세인트루이스 마틴 루터 킹 거리에 대한 이야기 등이 그 사례다.

<민음사·1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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