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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을기자

[무너진 19세 고교생 꿈...현장실습, 이젠 바꾸자] 취업률 목매 안전 도외시…끊이지않는

by 광주일보 2021.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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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험지대 내몰린 직업계고 학생
15살 소년 수은 중독 사망사건
고속도로 현장정리 중 사고사 등
사고→제도 강화 악순환 되풀이
교육당국·산업현장은 안전 불감

지난 10월 현장실습 중 잠수를 하다 숨진 특성화고 3학년 홍정운 군 사고와 관련 현장 검증 사진. /광주일보 DB
 

여수 해양과학고 3학년생인 홍정우군의 꿈은 ‘선장’이었다. 자신의 요트에 손님을 태우고 바다로 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느라 거의 매일 밤 10시 현장실습업체를 나서는 초과 근무도 버텨냈다. 특성화고 해양레저학과를 선택한 것도, 요트업체 현장실습생으로 간 것도 자신의 꿈을 보다 빨리 이룰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홍군은 꿈을 키워 가지 못했다. 어른들은 스무살도 안된 앳된 고교생을 위험한 노동 현장으로 내몰았고 지켜주지 못했다. 제주 생수 공장을 다니던 현장실습생 이민호군이 숨진 3년 전, 안전장비도 없이 여수 연구소 엘리베이터 점검 작업을 하던 광주 모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이 추락사한 16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건 별로 없었다.

광주일보는 〈직업계 고교생 꿈 짓밟는 현장실습 이대론 안된다〉는 기획 시리즈에 이어 어린 고교생들의 현장실습 환경의 문제점과 조속한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담는 <무너진 19세 고교생 꿈, 현장실습 이젠 바꾸자> 기획물을 게재한다.

24일 오전 여수시 소라면 추모공간에서 현장실습 중 숨진 홍정운 군의 49재가 열렸다. 홍 군은 지난달 6일 현장실습을 나간 요트에서 따개비를 따다 숨졌다.

49재는 고인이 숨진 뒤 7일마다 7회에 걸쳐 재(齋)를 올려 고인의 명복을 비는 불교식 의식이지만, 묵념과 추모사, 헌화 등으로 간소하게 치러졌다. 이날은 살아 있었다면 19살 생일을 맞는 날이었다. 가족들은 묘비 앞에 작은 생일 케이크를 올렸다. 홍 군의 어머니는 49재가 끝난 뒤 묘비 앞에서 “케이크를 먹고 가”라며 오열했다.

홍 군의 친구는 “아직도 믿기지 않고, 지금도 (정운이) 너 이름을 부르면 곁으로 달려올 것 같다”는 추모글을 읽었다. “너는 지금 좋은 곳에서 미소 짓고 있겠지만, 나는 너처럼 행복하게 웃기 힘들다”고 했다.

홍군의 49재는 어린 학생의 꿈을 지켜주지 못한 죄스러움과 홍군같은 어린 아이들을 보내지 않겠다는 각오를 전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직업계고 현장실습장 사고가 지난 1988년 이후 끊이질 않고 되풀이되고 있는데다,정부의 안전 대책도 ‘임시방편식’으로 만들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최근 홍군 죽음을 계기로 여수에서 열린 ‘여수 직업계고의 학교교육정상화와 현장실습제도 개선 대안’ 토론회는 이같은 문제점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토론회는 홍군 사고 진상규명위원회와 시민단체 주도로 특성화고의 안전한 직업 전문성 강화를 위한 현장실습제도를 바꿀 대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 1988년부터 끊이질 않았던 잔혹한 어린 학생들의 현장실습 사고 사례가 발표됐다.

한국 산업재해 추방운동의 효시로 알려진 온도계공장에서 일하던 15살 소년의 수은중독 사망사건(1988년)을 시작으로 호남고속도로 공사에 참여, 현장 정리 중 차에 치여 숨진 목포공고 현장실습생 사건(1997년), 안전 장비도 지급받지 않고 엘리베이터 점검 작업을 하다 추락사한 광주 숭신공고 현장실습생 사건(2005년),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이 하루 10시간 이상 유해 페인트 도색작업을 하다 쓰러진 사건(2011년), 울산신항만공사 협력업체에 현장실습생으로 참여했다가 폭풍우로 인한 대피 명령에도 업체측이 철수를 미루면서 작업선에 남아있다가 전복되면서 숨진 순천효산고 현장실습생 사건(2012년) 등 사고가 잇따랐다는 게 이규학 전남교육청 청렴시민감사관의 분석이다.

이 감사관이 이날 ‘직업계고 현장실습의 문제와 대안’이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를 통해 열거한 현장실습 잔혹사〈표〉는 안전사고에도 무감각한 교육 당국, 산업 현장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엿보인다. ‘사고 발생→제도 강화→제도 완화→사고 발생’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이 감사관 지적이다.

이 감사관은 취업률에 목 맨 정부의 느슨한 정책도 꼬집었다. 학생들을 기업 수요에 맞게 ‘학습 근로자’로 만드는가 하면, 현장실습 가능한 업체를 ‘선도기업’에서 ‘참여형 기업’까지 허용하는 등 학습형 현장실습 업체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고(故) 이민호군 아버지로 노동 안전과 현장실습 정상화를 위한 제주네트워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상영씨도 이날 토론회에 참석, “교육부가 학생 안전보다 취업률에 집중하니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장실습을 전담하는 전문 취업 지도사를 전문 상담교사처럼 확보하지 못하고있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홍군 사고와 관련, 학교측은 취업전담교사 등의 부재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미성년자인 학생이 하면 안되는 잠수 업무를 취급하는 업체를 현장실습기업 적합 업체로 선정하기도 했다.

국민권익원회가 내놓은 홍군 사고 조사 결과도 정부의 안일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권익위는 “교육청과 학교는 각종 평가에 반영되는 취업률을 감안, 전공과 관계없는 분야나 사업주 1명 뿐인 소규모 영세업체에도 현장실습을 보내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은 현장실습생을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고 근로감독관은 실습기업 정보를 몰랐으며 관리대상 기업이 많아 1인 영세업체는 아예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였다는 게 권익위 발표다.

당사자들인 현장실습에 나선 학생들의 불안감도 드러났다. 이날 직업계고 학생으로 토론자로 나선 학생은 “현장실습에 나가기 전 작성한 계약서와 달리, 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어렵고 위험한 일들을 한다”고 했다. “실습장에 있는 어른들은 저희를 학생으로 보는 게 아니라 일하러온 어른으로 본다”, “실습장이 안전을 보장해주는 곳인지 알 수 없다”고도 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폐지를 원하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토론자로 나섰던 여수해양과학 최성현군은 “취업 전 현장을 알고 직접 경험해보는 일은 소중한 기회”라며 “어려운 것을 바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지켜져야 할 안전과 학습권과 보장되는 실습 현장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홍군 같은 비극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 남아있는 어른들이 해야할 책무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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