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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기자

[전두환과 언론 탄압] “계엄군 만행을 신문에 싣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

by 광주일보 2021.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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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전신 전남매일신문 기자들 80년 5월 20일 공동사표
문 대통령 “양심·용기 있는 행동 광주시민들에 큰 위로 됐을 것”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는 5·18민주화운동 기간 동안 광주시민뿐만 아니라 언론에 대한 탄압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항쟁 기간 계엄군의 활동에 관한 보도나 학생들의 시위보도는 제약이 더욱 심했다. 광주일보 역시 신군부의 혹독한 언론 탄압을 겪어야만 했다.

당시 광주에서 발행된 일간신문은 광주일보의 전신인 옛 전남일보와 옛 전남매일신문 등 두개 신문으로, 두 신문 모두 18일 오전 전남대 앞에서와 오후 도심에서 자행된 계엄군의 무차별 진압에 대해 19일자 신문에 단 한 줄도 싣지 못했다.

계엄군은 전남도청 내에 설치된 전남북계엄분소 언론검열관실을 통해 5·18과 관련한 보도 일체를 불허했다.

이에 1980년 5월 20일 광주일보(옛 전남매일신문) 기자들은 ‘우리는 보았다 / 사람이 개 끌리듯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 그러나 신문에는 단 한줄도 싣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 1980년 5월20일 전남매일기자 일동’이라고 쓴 공동사표를 냈다.

당시 기자들의 공동 사표가 담긴 호외가 뿌려진 뒤, 5월 21일부터 10일 동안 두 신문의 발행이 중단되면서 호남 언론의 기능은 전면 마비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4월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3회 신문의 날’ 기념 축하연에서 80년 5월 광주일보 기자들의 양심과 용기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1980년 5월 20일 옛 전남매일신문 기자들의 양심이 담긴 공동사표가 뿌려졌다”면서 “독재와 검열의 시대에 보여준 신문인의 용기 있는 행동은 고립된 광주시민들에게 뜨거운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80년 6월 2일 옛 전남매일신문 1면 머릿기사로 실린 김준태 시인의 시 ‘아 광주여’(오른쪽). 당시 신군부 언론검열관실 검열관은 120행에 달하는 긴 시 가운데 80행에 붉은펜으로 ‘삭제’ 표시했다. 결국 120행 가운데 40행만이 지면에 실렸다.
 

그러나 이러한 신군부의 탄압 속에서도 1980년 6월 2일 옛 전남매일신문은 ‘아 광주여’, 옛 전남일보는 ‘민주시민의 긍지. 무등산은 알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들을 게재하며 광주의 아픔을 대변했다. 옛 전남일보는 다시 발행한 6월 2일자 신문 1면에 ‘애독자 여러분께 알립니다. 필설로는 감히 형용할 수 없는 엄청난 참극을 참고 견디신 애독자 여러분 앞에 보은 할 것을 굳게 맹세합니다’로 시작한 속간의 말씀을 담았다.

그 아래에는 ‘광주사태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사원 일동 명의의 7단 광고를 실어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기도 했다.

6월 3일에도 기존 8면에서 4면 만을 임시 발행했다. 2면에는 ‘이 아픔과 슬픔을 딛고’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5·18 이후 첫 사설이었다.

속간 3일째인 6월 4일 자부터는 8면으로 정상발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는 병실, 급우를 잃고 책상 위에 놓인 조화를 보고 울어버린 중학교의 개학표정 등 5·18과 관련된 모든 기사들이 검열에 의해 난도질 당했다.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의 검열에 의미있는 부분이 지워진 채 발간되야 했다.

이후 옛 전남일보와 옛 전남매일신문은 신군부의 언론사 통·폐합 정책에 따라 1980년 11월 29일 강제로 통합돼 제호를 ‘광주일보’로 하고, 12월 1일 창간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발행되고 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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