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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기자

간병 부담에 가정이 무너진다

by 광주일보 2021.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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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에 간병인 수요 폭증…월 400~450만원 큰 부담
가족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사회복지 차원서 대책 마련 시급

/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장기화로 중증·고령환자를 둔 가족들의 ‘간병’에 대한 고민이 심각해지고 있다. 간병이 개인의 부담과 걱정 수준을 넘어 한 가족을 해체하는 요인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간병인 종사자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조선족들의 입국이 제한되면서 간병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 됐고, 하루 간병비가 10만원을 훌쩍 넘기면서 환자 보호자와 그 가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간병인을 고용하는 가정들의 경제적·정신적 부담이 견딜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고, 환자를 직접 간병하는 가족간병 가정들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마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암과 치매의 경우는 경제적 부담과 정신적 고통이 한 개인이나 가정이 감내하기 어렵다는 판단아래 정부가 일정부분 개입하거나 관리하고 있다.

이제 고령화의 가속화와 감염병 출몰 등으로 인해 간병도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불가능한 수준에 이른 만큼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감을 얻고 있다. 맞벌이가 늘면서 국민 대다수 가정이 궁극적으로는 부모와 가족을 위한 간병인이 필수인데다, 실제로 간병으로 인해 경제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가 가족이 해체되는 불행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간병인은 정확한 종사자 수 조차 파악되지 않는 등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의료 사각지대이다.

직장인 A(40)씨는 지난 2020년부터 매달 600만 원에 달하는 돈을 지출하고 있다. 당뇨 합병증으로 대학병원에 입원 중인 70대 노모의 병원비와 간병비를 포함한 금액이다. A씨의 한달 급여인 300만원 가량을 약 2배 초과하는 금액이다. 특히 이 가운데 간병비는 450만원으로 입원·치료비 150만원의 3배에 달한다.

A씨는 “그동안 모아뒀던 적금 통장을 깨 어머니 병원비와 간병비를 지불하고 있다. 간병업체를 통해 직접 고용한 60대 아주머니를 간병인으로 고용중인데, 24시간 간병인 탓에 급식비를 포함해 하루 15만원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일반 요양병원으로 옮길 수도 있지만 종합병원에 모셔야만 어머니의 건강상태가 호전될 수 있다는 간절한 기대감에 섣불리 요양병원에 모시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공동 간병이 가능한 요양병원에 보내더라도 1대 1로 24시간 곁에 있는 간병인에 비해 서비스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얼마나 갈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 당장 경제적인 문제로 아내와 갈등이 커진데다, 일이 많다는 이유로 웃돈을 요구하는 간병인 비위 맞추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 상태가 나빠져 일이 힘들어지자 간병인이 갑자기 일을 그만두는 바람에 곤란을 겪었던 것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간병을 감당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얼마전 대구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퇴원시킨 후 음식과 물, 처방약을 주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아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사실상 아버지의 간병을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고영인(안산단원 갑)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유급 간병비와 가족간병비의 기회비용을 포함한 국내 사적 간병비 규모는 8조원으로 추정된다. 고영인 의원실이 확보한 ‘2018년 간병살인에 대한 조사, 시사기획’에 따르면 간병 부담으로 직장을 그만둔 보호자는 14%, 근로시간을 줄인 보호자는 33%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도입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함께 환자를 돌보는 시스템이다. 특히 환자는 간병비(본인부담금) 2만 2340원 만 부담하면 돼 많게는 하루 15만원에 달하는 개인 간병비를 줄일 수는 정책이다. 이 서비스는 가정에는 많은 도움이 되고 있지만, 말기환자난 중증환자 등 움직임이 불가능한 환자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는 한계가 있어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21년 10월 말 기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운영 중인 병원은 광주 23개 병원 1709개 병상, 전남 19개 병원 1383개 병상에 불과하다. 병원 입장에서는 최대 2억 5000만 원의 시설개선비를 지원받을 수 있어 병상을 늘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간호인력(간호사·조무사) 부족 문제로 병상을 늘리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광주전라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서는 사적 간병인과 같은 수준의 밀접한 간병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모두 만족할 만한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병원에 대한 예산 지원, 인력 확충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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