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곳곳 ‘요소수 대란’…장기화 우려에 불안 확산

디젤차 장거리 렌트 주저하고 LPG·휘발유 차량 대여 문의 늘어
물류·교통·건설현장 타격…농민들도 비료 확보 어려워 ‘발동동’

광주지역 렌터카 업체들은 최근 요소수 파동이 빚어지면서 장거리 이용자들에게 디젤차를 빌려주지 않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요소수 가격이 10ℓ에 10만원까지 오르면서 10만 원에 렌트해줬다가 10만원 짜리 요소수를 채워 넣게되면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아서다. 광주시 동구 신안동 A 렌터카 업체 대표도 디젤차를 빌리려는 고객들에게 목적지를 확인한 뒤 빌려주고 있다.

A씨가 보유한 렌터카는 100대로, 15대가 요소수를 넣는 디젤 차다. 창고에 확보한 2주일 치 요소수가 떨어지면 기약없이 차량 15대를 묶어놔야 한다는 게 A씨 설명이다.

 

중국발 요소수 파동이 일상 생활 속으로 퍼져나가는 모양새다. 요소수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시민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직업상 장거리 출장이 많은 김인영(31·광주시 북구 연제동)씨는 최근 자신의 디젤 SUV 대신, 렌터카를 빌려 운행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다. 김씨의 2019년식 디젤차량의 요소수는 현재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요소수를 구해 넣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장거리 출장을 자신의 차량으로 가는 게 불안해 렌터카까지 알아보는 상황이다.

김씨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길어질 것 같아 LPG나 휘발유차량을 빌리려고 문의중”이라며 “자칫 렌터카 빌리는 일도 어려워질 것 같아 미리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렌터카 업체에는 김씨 같은 영업직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요소수가 필요없는 휘발유와 LPG차량 대여 가능 여부 및 비용을 묻는 문의가 하루 10건 이상 걸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이미 비상 상황이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8일 “한 달 분 재고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대로 간다면 물류, 교통, 건설 현장에서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는 긴급 수급방안에다 안정적 공급을 위한 생산기반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요소수를 확보한 주유소를 찾아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무거운 짐을 실은 화물차의 경우 서울 왕복 700㎞ 기준 10ℓ가 필요한데, 가격도 많게는 10배 까지 오르면서 화물차 운전자들이 버거워하고 있는 형편이다.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화물연대 관계자는 “그래도 요소수가 남아있는 화물차 전용 주유소가 몇 곳 되지 않아 최근 매일 같이 요소수를 넣으려는 차량들로 주유소 앞에 긴 줄이 선다”고 했다.

농민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김장철을 앞두고 겨울배추와 겨울무 생장에 필요한 비료 확보가 여의치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농사용 무기질비료의 핵심 구성 성분인 요소 품귀로 무기질비료 가격은 14.8%나 뛰었다. 이마저도 농협 창고와 일반 비료 상회에서는 구할 수 없는 상태다. 당장,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일부 농민들 사이에서는 사재기 현상도 빚어질 태세다.

요소수 부족에 대형 트랙터 운행이 멈춰서면서 이맘면때 재배 및 수확을 마친 작물의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작물들을 흰색 비닐(곤포)로 감아 포장하는 ‘곤포 사일리지’ 작업도 대부분 중단됐다.

진보당 전남도당 농민위원회는 앞서 지난 5일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요소수 대란에 따른 농업피해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수급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조만간 베트남에서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 200ｔ을 도입하는 등 1만ｔ의 물량을 수입하는 방안을 협의중이지만 실효성이 있을 지는 미지수다. 또 이번주 중 호주로부터 요소수 2만 7000ℓ를 들여올 계획이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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