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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기자

서울 떠나 고향에서 버섯재배 “가족과 저녁있는 삶 만족”

by 광주일보 2021.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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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도에서 새 인생新 전남인 <16> 진도 표고버섯 ‘옛산골농장’ 이승건 대표
서울 직장생활 10년 만에 귀농
고향서 표고버섯농장 7년차 농부
“귀농은 인생에서 최고 잘한 결정”
설비·종균·표고목 등 정부 지원
농촌청년사업가 공모사업도 참여
육수용건표고, 분말, 선물세트 등

 

이승건씨가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표고버섯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30대에 들어선 아들은 산골로 향했다. 아버지가 어릴 적 때묻은 옷차림으로 동네 벗들과 함께 나무를 타고 바위를 넘던 산골이었다. 아버지가 뛰놀았던 산골이라는 의미를 담아 아들은 자기가 만든 농장 이름을 ‘옛산골농장’이라 이름 붙였다.

이승건(39)씨는 진도군 고군면에서 1300㎡(약 400평) 규모의 표고버섯 농장을 운영하는 7년 차 농부다.

지난 24일 농장에서 만난 승건씨는 분주해보였다. 버섯이 자라나게 될 집 역할을 하는 자목 세우기를 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자목은 표고목이라고도 부르며 농부마다 선호하는 수종은 다르지만 승건씨는 주로 강참나무를 사용한다. 날이 추워지기 시작해야 표고목에 주입한 버섯종균에서 버섯이 올라오는 탓에 표고버섯 재배 농가들은 대게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본격적인 영농작업에 돌입한다.

승건씨가 재배 중인 하우스는 모두 13개 동. 올해 예상 매출은 1억 3000만 원이다. 농사에 들어간 원목값이니 종균비용이니 이것저것 제하더라도 8000만~9000만 원은 손에 쥘 것이라며 승건씨는 기대감에 부풀어올랐다.

승건씨는 귀농하기 전 약 10년간 서울서 직장생활을 했다. 광양에서 대학을 졸업한 승건씨는 지리한 고향에 돌아가기 보단 서울살이를 택했다. 월 매출 10억원 규모의 LG전자 가전매장의 판매사원으로 일했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회사 안팎에서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매일 오전 9시부터 시작해 밤 10시는 되야 끝나는 일상의 반복은 너무나 고됐다고한다.

“한달에 많아야 5일 쉴 수 있었어요. 쳇바퀴 돌아가듯 10년 동안 이어진 고된 직장생활로 몸과 마음이 다 지쳐버렸죠. 감당할 수 없는 집값도 문제였어요.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반지하 방을 전전해야 했죠. 반지하방 보증금도 1000만원은 훌쩍 넘더라고요. 지금이야 웃으며 말합니다. 하하하”

지칠대로 지친 승건씨는 고향 진도로 돌아왔다. 농부가 되기로 마음 먹은 것도 이 무렵이다. 그러던 승건씨가 표고버섯을 재배하기로 한 이유는 단순했다. ‘쉽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다. “표고버섯은 교본대로만 키우면 80%는 성공하는 작물이라는 얘기 들었어요. 게다가 특용작물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죠.”

그렇게 표고를 재배할 부지를 알아보던 승건씨는 아버지의 추천을 받았다. 아버지가 어릴 적 뛰어 놀던 산골이 버섯을 재배하기엔 제격이라는 얘기였다. 직접 가보니 역시였다. 산자락 사이에 위치해 볕이 적게 드는 데다 1급수의 계곡물도 흐르는 곳이었다.

그 길로 땅을 매입한 승건씨는 무작정 표고재배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첫해 비닐하우스 한개 동에서 표고농사를 시작한 승건씨의 수입은 2년차까지 전무했다. 표고목은 최소 3년차부터 생산량과 품질이 올라간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깨달았다.

“땅을 매입하느라 모아놓은 돈은 다 썼는데, 수확량은 없고. 이제 망했구나 싶었어요. 그때 귀농자금 2억원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 돈으로 하우스 6동을 더 짓고 농장 규모를 키워나갔죠.”

이승건씨가 최근 버섯종균을 주입한 후 비닐하우스에 세워놓은 표고목을 살펴보고 있다.
 

승건씨는 전남도와 지자체 그리고 정부에서 추진하고있는 다양한 지원사업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농장에 있는 건조기, 저온창고 등 대부분 설비는 정부에서 50%가량 보조금이 나와요. 심지어 버섯종균과 표고목도 전부 정부에서 절반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찾아보시면 정말 많은 지원책이 있어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지난 2020년에는 농촌청년 사업가 공모사업에 참여해 전남도에서 선정하는 20명의 청년 사업가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18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승건씨가 올해 1억 3000만원의 매출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된건 온라인 판매가 큰 몫을 한다. 공판장보다 최대 3배는 높은 값을 받고 팔 수 있어 이문도 크다.

“버섯을 재배하고 나서 팔려고 보니 유통이 정말 어렵더라고요. 인맥에도 한계가 있고 공판장에서는 제 생각만큼 가격을 쳐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온라인 판매를 해보기로 결심했고 지인의 도움을 받아 네이버 스토어와 위메프, 쿠팡, 11번가 등에 제품을 등록했죠. 입소문을 타 주문량이 늘어나자 매출이 급상승 했습니다.”

승건씨는 온라인으로 육수용 말린표고 버섯, 표고버섯 가루분말, 선물세트, 깍뚝썰기한 버섯, 동고 등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생산량의 50%를 온라인 거래로 나머지는 공판장에 내다 팔았지만, 온라인 판매 경로를 다양화하고 판매량도 점점 늘릴 계획이다.

이승건·문솔씨 부부 슬하의 로희, 로운 남매가 지난해 여름 농장 바로 옆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모습. 이 계곡물은 승건씨의 버섯 농사 농업용수로 쓰인다.
 

서울살이에 지쳐있던 승건씨에게 귀농은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었다고 한다. 특히 귀농 2년차에 버섯 종균을 구매하러 간 거래처에서 지금의 아내 문솔(36)씨도 만났다. 지금은 딸 로희(5)와 아들 로운(4)이와 함께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고향에서 살다보니 아이들 육아 걱정도 덜게 됐다. 본가와 처가가 모두 진도에 있다 보니 맞벌이부부인 승건씨 부부가 집을 나서더라도 아이들을 돌봐줄 분들이 지척에 있다. 인터뷰 말미에 승건씨에게 귀농 장점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하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요즘 다들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한다고 하죠. 해가 지면 일을 할 수 없는 농부가 되니 자연스레 저녁이 있는 삶이 생겼습니다. 아이들과 많이 놀아줄 수 있는 좋은 아빠도 농부니까 가능합니다. 또 농사를 짓지 않는 기간도 여름철 3개월 정도 되다 보니 가족들과 여행도 다니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기도 있고요. 앞으로 농장 규모를 키워 돈을 더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으로도 충분하고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진도=글·사진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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