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돈 수십만원 받으려 사촌형에 명의 빌려줬더니…

꽁돈 수십만원 받으려 사촌형에 명의 빌려줬더니…

‘꽁돈’ 수십만원 받겠다고 지인에게 명의를 빌려줬던 A씨는 졸지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설마 나한테 그러진 않을거야~’고 믿었던 지인은 A씨에게 폐차 직전 수준의 중고차의 몇 배가 넘는 차량 담보 대출금을 떠안겼다.

최근 광주지법 형사 10단독 김용민 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등을 선고받은 B(47)씨 등 4명에게 명의를 빌려준 피해자들 사정이다.

 

B씨 등은 사촌동생, 사촌동생의 여자친구에게 ‘대가를 지급하겠다’며 명의를 빌렸다. ‘차량을 담보로 대출받는 것으로 알았고 할부금도 알아서 낸다고 하니, 문제될 것도 없고 용돈벌이용으로 생각했다’는 게 이들 피해자들의 경찰 진술이다.

 

‘가족인데 설마 나한테 안 좋은 일을 하겠어?’라는 근거없는 안도감도 의심의 불씨를 꺼트렸다.

B씨 등은 300만원 짜리 폐차 직전의 중고 수입차를 사촌동생 명의로 사는 것처럼 속여 캐피탈사에서 차값의 8배가 넘는 2400여만원을 대출 받아 챙겼다. 사촌동생 신용으로는 대출금을 많이 받을 수 없자 신용도가 높은 사촌동생 여자친구를 소개받아 1000만원짜리 수입차를 3200만원짜리로, 또 2700만원 상당의 차량을 4900만원짜리 차량으로 속여 캐피탈사에 할부 약정서를 제출해 대출금을 받아 가로챘다는 게 수사를 맡았던 전남경찰청측 설명이다.

 

수리가 어려운 파손된 차량을 말끔한 새 것처럼 보이기 위해 훼손되지 않은 부분만 촬영한 사진도 제출했다. 이들은 캐피탈사가 차량대금(대출금)을 판매자에게 지급하고, 구매자는 차량할부금을 캐피탈사에 갚는 ‘오토론’의 부실한 대출절차를 악용했다.

캐피탈사가 차량 사진과 자료만 보고 대출해주는 등 실제 차량 상황, 명의자의 명의 대여 여부 등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부족한 점도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2명의 주범에게는 징역 6개월~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고 다른 공범 2명에게도 징역 6~8개월,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3억원 가까운 금액을 가로챈 범죄를 저지르고도 피해 변제도 하지 않고 일부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한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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