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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을기자

멈춰버린 피해 가족 일상…“학폭 증언 들으니 가슴 찢어져”

by 광주일보 2021.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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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사망 사건’ 두 번째 재판

 

 

“130일 전 우리 아들이 세상을 떠난 그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어요. 우리 가족은 ‘그 날’ 이후로 일상이 멈춘 것 같아요.”

지난 5일 오후 3시30분 광주지법 302호 형사법정 . 지난 6월 또래 고교생에게 폭행·강요·상습폭행·상해 등의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명 중 7명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이 열렸다. 피해 학생 A군은 이들의 폭력을 견디다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A군 유족들은 이날도 가슴을 졸이며 법정을 찾았다. A군 아빠, 엄마, 여동생, 이모 등 4명이다. 아들, 오빠, 조카가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괴롭혔던 가해 ‘학생’들이 제대로 처벌을 받을 지 지켜보기 위해서 재판이 열리는 날마다 법정을 찾고 있다.

하지만 상처를 후벼파는 말들로 법정을 찾는 게 힘들다는 게 이들 속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아들의 죽음’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지는데, 가해학생들의 변명 등 또 다른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

이날 재판은 시작된 뒤 5분여만에 비공개로 전환됐다. 증인으로 나선 또래 친구가 목소리라도 피의자들에게 알려질까 두렵다고 요청하면서 재판부는 피고인 석에 앉아있던 가해 학생들, 피해 유족, 지켜보던 방청객들을 모두 내보냈다.

‘얼마나 (가해 학생들이) 무서웠으면 저럴까’라는 생각이 들자, 유족들은 “우리 아이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었다”고 했다.

아이 흔적이 너무 많은데 버리고 가기 힘들었지만 광주에서의 삶도 정리하고 있다. 견디기 힘든 고통이 계속되지 않을까 싶어 여동생을 다른 지역 학교로 옮겼다.

A군 아버지는 “재판이 끝나면 이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비공개 재판이 1시간 40여분 지나면서 끝나자 재판부가 방청을 다시 허가했다. 가족들은 재판부가 비공개로 진행된 증인신문을 간략하게 설명하자 숨이 턱 막힌 듯 긴 한숨을 토해냈다.

“피해자를 양쪽에서 번갈아 어깨 왼쪽 팔 부분을 수차례 때렸다”, “복도에서 맷집이 좋다고 말하며 폭행한 것을 목격했다”,“맷집이 좋다고 말하면서 피해자를 때려보라고 말했고 옆의 친구가 말렸지만 어깨부위를 때렸다”, “교실에서 ‘이래도 안 아프냐’면서 때리고 피해자가 안 아프다고 하자 좀 더 세게 때리는 걸 봤다” 등 피해 학생에 대한 폭력 현장에 대한 증언이 이어졌다.

유가족들은 슬픔을 삼키려는 듯 입술을 꼭 깨물며 고개를 떨궜다. 재판부가 가해학생들의 폭력 실태를 증언한 증인의 진술을 요약하는 동안, 고개숙인 가해 학생들을 보는 방청객들 시선도 느껴졌다.

다음 재판은 오는 12월 27일 열린다. 피고인들과 다른 학생들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어진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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