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강진 흰다리새우 양식 ‘인생수산’ 서진옥 대표
직장생활 10년 만에 다시 고향으로
유익균 배양 ‘바이오플락’ 기법
군산·태안·거제 등서 양식 수업
한국어촌어항공단 귀어교육 도움
온라인 소포장 판매 소비자 인기
강진군 칠량면 봉황리에 귀어한 서진옥(36) 인생수산 대표는 지난 2년 반 동안의 노력을 스스로 보상하기 위해 ‘작은 사치’를 부렸다.
‘5년차 캠퍼’인 서 대표는 1000평(3300㎡) 규모로 마련한 흰다리새우 양식장 한편에 조그마한 캠핑장을 마련했다.
컨테이너로 지어진 건물 2층에는 텐트를 칠 수 있는 데크 바닥과 은은한 조명을 설치했다.
“전남 곳곳을 누비며 캠핑을 하는 것도 좋았지만, 고향에 정착해 좋아하는 취미를 즐길 수 있어 만족합니다. 옥상 캠핑장에서 매일 마주하는 강진만의 석양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보물입니다.”
서 대표가 새 일터를 잡은 강진 봉황마을은 ‘남도답사 1번지’ 강진의 매력을 모두 품고 있다.
탐진강 하구와 맞닿은 봉황 앞바다에는 갈대 숲과 청정 갯벌이 펼쳐진다. 차로 5분 거리에는 ‘출렁다리’와 ‘짚트랙’이 유명한 가우도가 있다.
서 대표는 지인의 권유를 받고 ‘친환경 새우양식’으로 진로를 굳혔다.
평생 친환경 농업에 임하면서 1만평 규모 유기농 쌀 농사를 지어온 아버지(70)의 영향이 컸다. 부친은 봉황마을 논 3000평 가운데 1000평에서 양식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며 아들의 귀어를 응원했다.
“성인이 되고 10년 동안은 고향을 떠나 순천에서 골프 경기 보조원으로 지내왔습니다. 타지에서 가정을 꾸린 순간에도 귀어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어요. 30대 중반에 접어들자 ‘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귀어를 결심했습니다. 귀어 준비를 하는 동안 ‘주말 부부’를 견뎌냈을 뿐만 아니라 도시 생활을 접고 강진에 정착해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서 대표는 ‘바이오플락’ 기법으로 키워낸 ‘무항생제 흰다리새우’를 내걸고 있다. 바이오플락 기법이란 수조 안에 유익한 세균을 배양시켜 수질을 정화하고 그 미생물들이 뭉쳐 한 덩어리가 되면 다시 새우가 이를 섭취하도록 한다.
흰다리새우 10~15t을 키워내는 데 하우스 시설은 1000평이면 충분하지만, 노지(露地 )는 10배인 1만평이나 필요하다.
시설 양식을 택한 덕분에 노지에서 주로 노출되는 새를 매개로 한 바이러스 감염 우려도 덜었다.
“강진지역만 해도 새우 양식을 하는 어가가 5곳이 있지만 바이오플락 기법으로 흰다리새우를 키워내는 곳은 전국 30여 가구에 불과합니다. 충분한 기술력을 가지고 무항생제 새우를 생산해낸다면 전국 소비자의 깐깐한 입맛과 안목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양식업은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어업으로 꼽히지만 초보자가 양식업을 하려면 상당한 자금의 투자와 수많은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서 대표는 지난 2019년 고향으로 주소를 옮긴 뒤 1년 동안 이론 공부에 몰입했다.
우선 한국어촌어항공단의 귀어종합교육을 들은 뒤 군산, 태안, 거제도 등지에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45일 동안 바이오플락 양식 수업을 받았다.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왕복 6시간이 넘는 여정을 견뎌야 했지만 목표가 뚜렷했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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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대표는 “새우에 인생을 건다”는 다짐을 담아 상품 이름을 ‘인생새우’로 정했다.
그는 지난 1년 반 동안 직접 양식장 시설을 지으며 공사비용을 6억원에서 4억원으로 절약했다.
정부 지원자금 2억원을 5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으로 대출 받고 여력을 끌어 모아 나머지 2억원을 마련했다. 강진군이 3년 동안 금리 1% 가량을 부담해주는 덕분에 당분간은 연 이자를 1%로 낮출 수 있게 됐다.
모든 공정에 발품을 팔아야 했기 때문에 해를 보며 출퇴근하는 날이 드물었다.
“귀어를 하면서 겪은 문제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시설 인허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령과 시행지침을 다 찾아보고 여러 자문을 들었죠. 주변 농가·어가들은 저희 양식장 배출수를 두고 걱정을 했는데, 친환경 양식 기법을 이해한 뒤 서로 오해가 풀렸습니다.”
지난 9월19일은 서 대표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서 대표는 올해 4월19일 어린 새우를 입식한 뒤 5개월 만에 손바닥 길이로 커진 왕새우를 이날 처음 판매했다.
연말까지 예상되는 수확량은 10만t, 50만 마리이다. 현재 2t을 출하하면서 5000만원 상당 매출을 올렸다. 내년에는 규모를 4배 늘릴 목표를 세웠다. 영하 22도 대형 냉동고도 구비하면서 연중 출하 준비를 모두 마쳤다.
서 대표는 최적의 흰다리새우 사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양식장 수온을 27~30도로 유지하고 있다. 매일 수질을 검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상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서 대표는 모든 물량을 ‘네이버 밴드’ ‘당근마켓’ 등 온라인 매체를 활용해 직접 판매하고 있다.
추석 대목에는 하루 180㎏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일일이 1㎏ 또는 2㎏ 들이 소포장을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고객들의 “잘 먹었다”는 한 마디에 그동안의 수고는 눈 녹듯 녹는다.
“손님 한 분 한 분이 남긴 후기를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손님이 올려준 인증사진으로 배송 상태를 확인하고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는 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고객들이 스스로 나서서 제품 입소문을 내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큰 응원이 됩니다.”
캠핑 애호가인 서 대표는 새우를 활용한 재미있는 사업안이 줄곧 떠오른다.
흰다리새우와 찰떡궁합인 ‘새우라면’ ‘소금구이’ ‘감바스’ 요리를 캠핑장에서 손쉽게 해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밀키트)를 개발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해썹 인증(HACCP·식품안전관리인증)도 받아서 ‘인생새우’의 경쟁력도 높일 계획이다. 설치비 9000만원의 절반 가량을 지원해주는 산소발생기 보조사업도 올해 고배를 마셨지만 내년에 다시 도전해볼 생각이다.
/글·사진=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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