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오채찬란 작품의 향연…31일까지
열악한 전시·관람환경…목포문예회관 주전시관 활용 아쉬워
장르의 경계가 사라졌다. 전통적인 수묵 작품은 물론이고, 창의적으로 해체되고 재해석된 작품들은 ‘수묵’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지난 9월1일 개막해 종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2021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오채찬란 모노크롬-생동하는 수묵의 새로운 출발’(예술감독 이건수·31일까지)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펼쳐보였다. 하지만 대규모 미술행사인 비엔날레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실험적인 작품들이 다소 적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메인 전시관인 목포문화예술회관은 열악한 전시 환경으로 작품의 존재를 부각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퇴색시켜버리는 데다 예술감독이 기획 의도를 구현하며 공간을 구성하기도 어려워 향후 전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묵 없는 수묵(無墨水墨), 수묵은 도처에 있다’를 주제로 구성된 비엔날레 1관(목포문예회관)은 모두 7개 전시실에서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보석이 박힌 왕관을 쓰고 있는 호랑이의 모습을 채색으로 담아낸 김지희 작가의 ‘포장된 미소’는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오며, 숯가루로 작업한 이재상의 ‘달빛’, 천경자·박수근 등 근대 화가 50여명의 얼굴을 담아낸 윤석원의 ‘사람과 사람들’도 눈길을 끈다. 윤석남 작가의 ‘사람과 사람 없이’는 유기견 등 200여마리 개와 그들을 보살피는 여인의 모습이 어우러진 설치미술로 다양한 표정의 개의 모습이 인상적이며 작품 바로 곁에 걸린 판쉐이의 수묵만화드로잉 작품 ‘season’과 어우러져 감동을 전한다.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황주리 작가의 ‘그대안의 붓다’는 코로나 시대를 지나는 우리들의 모습을 검은색과 흰색의 아크릴 물감으로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며 김승영 작가의 ‘쓸다’는 어느 산사에서 절 마당을 쓰는 스님의 모습과 쓰는 ‘소리’를 채집한 영상으로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며 사색의 순간을 제공한다.
그밖에 골판지에 활달한 붓질로 그려나간 김병종의 ‘상선약수’, 아마천에 쪽염색으로 산천을 묘사한 첸징린의 ‘산계모색’, 자신의 키에 맞는 검은색 상여 작품인 이상용의 ‘운명’, 보성 대원사에 있는 법정스님의 글씨와 그림 등을 가져와 꾸민 법정스님의 방도 눈길을 끈다. 이만희·이종상·이응노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은 전시에 무게감을 더한다.
본전시관 전시를 열고 닫는 건 지역 미디어 아트작가들이다. 이이남 작가는 전시장 입구의 영상 작품과 함께 ‘박연폭포’를 전시장 로비에 내걸었으며 박상화 작가는 관람객이 참여하는 인터랙티브 아트 ‘목포판타지아-사유의 정원’을 통해 전시를 마감한다.
본 전시의 경우 공간에 비해 너무 많은 작품을 보여주려해 관람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제대로 된 감상을 방해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통로에 ‘방치’되듯 전시된 영상 등 일부 작품들은 제대로 된 감상이 어려웠다.
흥미로운 전시공간은 비엔날레 3관으로 활용된 심상소학교(유달초등학교)다. 100년 넘는 시간을 견뎌온 ‘장소’가 갖고 있는 매력이 한껏 돋보이는 나무 바닥의 전시장에서는 ‘신세대의 도원경’을 주제로 젊은 작가들의 재기넘치는 작품들이 전시됐다.
특히 2층 강당 넓은 공간에 펼쳐진 대형 스크린에서는 수묵을 다채롭게 해석한 작품들이 쏟아져 인상적이었다. 당초 해외 참여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로 무산되자 대신 18명 작가의 36작품을 18분 분량의 영상 작품으로 제작해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영상으로 직접 작곡한 음악과 사운드 디자인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비엔날레 4관과 5관으로 활용된 진도 운림산방은 남종화의 탯자리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공간이다. 차로 50여분 이동해 도착한 운림산방은 붉은 감이 열린 감나무와 푸른 하늘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중이었다.
‘생활 속의 수묵’을 지향한 4관(남도전통미술관)은 ‘물’, ‘불’, ‘돌’, ‘바람’을 주제로 우리 생활과 밀접한 디자인적 요소들이 담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알루미늄 판넬 위에 양복천을 입혀 그 위에 그림을 그린 손문일 작 ‘관계’, 코카콜라 글씨가 새겨진 화병, 나이키 운동화 등 우리에게 친숙한 물건들을 소재로한 유의정의 청자 작품, 한지를 뭉쳐 일일이 화면에 붙인 이진우의 ‘무제’ 등이 발길을 붙잡는다.
마지막 5관인 소치미술관에서는 이영희 등 디자이너들의 공예, 도자기, 의류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며 바로 이어지는 소치 허련 전시 공간에서는 ‘남종화의 원류’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다.
그밖에 6관(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는 ‘묵연(墨緣)-상생과 화합의 수묵 이야기’를 주제로 국내외 69명의 국제교류전 및 영호남교류전이 펼쳐진다. 이번 수묵비엔날레는 공식 홈페이지에 VR전시관, 총감독이 작품을 소개하는 수묵영상관 등을 운영하고 있어 집에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목포문예회관을 계속 주전시관으로 활용하는 문제는 조직위측에서 풀어야할 숙제다. 최근 전시들은 공간 레이아웃에 따라 새로운 실험이 가능하고, 작품 자체를 돋보이게 하지만 문예회관은 오히려 장소가 제대로 된 전시를 방해하고 있어 문제다. 목포문예회관을 계속 활용할 경우 대안을 찾고, 광양도립미술관을 활용하거나 장기적으로 비엔날레전용관을 짓는 문제 등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목포=글·사진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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