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 시리즈 등 왕성한 작품 활동
선천적 왜소증을 딛고 불굴의 예술 활동을 이어온 박동신 화백이 10일 별세했다. 향년 61세.
영암 출신으로 조선대 회화과를 졸업한 박 작가는 장애를 극복하고 예술에 대한 열정을 놓지않은 의지의 작가였다. 특히 뇌졸중으로 오른쪽 신체가 마비되는 상황이 닥치자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며 인간 승리의 정신을 보여줬다.
남도의 다채로운 풍경, 정물 등을 화폭에 담아왔던 박 작가는 ‘맨드라미 화가’로 불린다. 그가 화폭에 풀어놓은 강렬한 붉은 빛의 맨드라미는 하늘 높이 뜬 보름달, 나비 등과 어우러져 다양한 감성을 전한다. 작가는 지난 2005년부터 줄곧 붉은 맨드라미를 그려왔다. ‘어머니’가 준 선물이었다.
지난해 맨드라미 작품으로 진행된 전시회에서 만난 박 작가는 “환한 보름달 아래 장독대에 정한수를 떠놓고 우리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는 어린시절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 장독대 곁에 피어있던 맨드라미가 마음에 와 닿아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었다.
맨드라미 시리즈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고 부모의 장수를 기원하는 나비와 휘영청 밝은 보름달 역시 늘 화폭에 함께 존재한다. 그의 작품에는 모두 맨드라미가 등장하지만 배치와 색감 등에 따라 다채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며 모래를 오브제로 사용해 거친 느낌을 전한다.
그는 7년 전에는 오른쪽 신체가 마비되는 상황에 빠졌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공력이 많이 드는 유화 물감 대신, 아크릴 물감으로 재료를 바꿔 꾸준히 작업을 이어갔다. 뒤늦은 결혼으로 딸 ‘하람’(하늘이 보내준 사람)을 얻은 박 작가는 처가인 베트남에서 만난 독특한 베트남의 맨드라미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화폭에 풀어냈다.
대학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서양화가 김원중 작가(득량중 교감)는 “박화백은 굉장히 맑은 사람으로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고 누구에게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정을 나눈 좋은 친구였다”며 “그런 인성 때문에 그의 곁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함께였다”고 말했다.
또 “ 무엇보다 작품에 대한 열정이 많았고 최근까지도 이틀에 한번씩 새로운 작품을 그리는 등 붓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며 “사랑하는 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던 모습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광주미술상, 대동미술상 등을 수상한 박 작가는 지금까지 32차례 개인전을 열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빈소 광주남문장례식장, 발인 12일 문의 062-675-5000.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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