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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여행객 넘쳐났던 나치시대 독일…파시즘 발호 왜 아무도 몰랐나

by 광주일보 2021.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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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시대의 여행자들
줄리아 보이드 지음·이종인 옮김

 

독일과 관련한 책을 읽거나, 독일 작곡가의 음악을 들을 때면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특히 독일을 여행하게 될 때면 그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1·2차 세계대전의 결말을 알고 있는 우리이기에, “어떻게 이런 문화와 환경을 가진 나라에서 나치 체제가 공고히 유지됐으며 히틀러라는 문제적 인물은 영웅이 되었을까”라는 의문이다.

영국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에 근무했던 조사연구자 줄리아 보이드가 쓴 ‘히틀러 시대의 여행자들’은 1919년부터 1944년까지 세계 1·2차 대전 사이에 제3제국(나치가 그들의 국가를 통칭하는 말)을 방문했던 외국인 여행자의 시선으로 그려낸 히틀러시대 독일의 생생한 초상이다. 책은 2017년 출간 당시 ‘가디언’ ‘독자의 선택’에 선정됐으며 ‘LA 타임즈’ 등에서 그 해 최고의 역사 도서로 뽑혔다.

책은 미국의 조종사 찰스린드버그,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 시인 타고르 등 정치인, 음악가, 외교관, 운동선수, 시인, 언론인을 비롯한 유명 인사를 포함해 학생과 평범한 일반 관광객들의 시선으로 나치 시대의 모습을 그려냈다.

저자는 당시 외국인 방문자들의 일차적이고도 직접적인 ‘기록’을 바탕으로 히틀러의 독일을 여행하는 것이 정신적·신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는지 생생한 현장 감각으로 재연, 그 시대 사람들이 겪었을 혼란과 부조리 등을 옴니버스영화처럼 그려낸다. 저자는 인용한 여행자들의 기록이 “황당하기도 하고, 어리석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고, 아주 사소하기도 하면서, 비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그들의 이야기는 제3제국의 아주 복잡한 사정과 구조, 그 역설과 모순, 그리고 그 제국의 최종적 멸망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말한다.

당시 독일을 방문한 이들은 나치의 프로파간다에 노출됐지만 나치의 선전은 치밀하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았으며 그 허점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과거를 딛고 새로이 건설한다는 이들의 ‘평화 국가’ 안에는 군사 제국의 야망과 사상의 탄압, 인종 차별과 특정 국가에 대한 혐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유대인-사회주의 커넥션의 음모라며 나치가 선전하는 내용은 많은 부분이 기초적인 사실에서부터 틀린 것들이었다.

나치는 영토에 대한 야욕과 전쟁에 대한 야망을 그다지 열성적으로 숨기지도 않았었고, 독일 밖의 언론은 나치와 히틀러의 야욕을 비판하는 기사를 연일 실어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많은 사람들은 독일로 앞 다투어 여행을 떠났고 여행을 가기 전에나 돌아온 뒤에나 이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 독일에 대한 호의를 접지 않았다.

저자는 “2차 대전 종전 후 관점에서 돌아볼 때 1930년대 독일을 방문했던 이들의 문제는 히틀러와 나치는 악마이고, 그걸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은 바보이거나 파시스트라고 손쉽게 흑백논리로 귀결돼 버린다”고 말하며 책을 통해 또 다른 시선으로 당시를 바라볼 것을 권한다.

<페이퍼로드·3만3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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